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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부동산 투기 관련 국회의원 전수 조사, 국민이 원하는 것은?

by 생각비행 2021. 7. 8.

지난 6월 8일 더불어민주당은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투기 전수 조사 이후 의혹이 제기된 의원 12명 전원에게 탈당 권유 및 출당 조치라는 초강수를 뒀습니다. 지난 3월 권익위에 전수조사를 의뢰한 결과에 따른 대응이었는데요, 집권 여당으로서 잇따른 부동산 정책 실패와 LH 사태에 나름대로 책임을 지려는 모습으로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비교섭단체 5개 정당인 정의당, 열린민주당, 국민의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등도 부동산 전수조사에 응했습니다. 이로써 국민의힘을 제외한 여야 국회의원 모두가 권익위원회의 부동산 투기 조사를 받게 되었죠.

 

출처 - MBC

 

가장 많은 수의 부동산 투기 의원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의힘은 시간을 끌며 버텼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권익위 부동산 전수 조사를 의뢰하며 국민의힘도 응하라고 하자, 지난 3월 30일 주호영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렇게 호언장담했죠. "권익위에서 민주당 의원들 조사로 뭐 많이 찾아내면 우리도 기꺼이 거기에 조사받겠다"라고 말입니다. 그 결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12명이나 되는 의원을 탈당 및 출당시켰으니 국민의힘 역시 책임을 져야 할 때가 왔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런 상황이 벌어지자 국민의힘은 언제나처럼 말꼬리가 길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처음에는 권익위원장이 민주당 출신이라며 거부하더니 뜬금없이 자신들은 감사원의 조사를 받겠다는 헛소리를 늘어놓은 겁니다. 법에도 없는 감사원 조사를 고집했지만 6월 10일 감사원은 "불가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당연합니다. 감사원은 행정부를 감사하는 기관이지 입법부를 감사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죠. 감사원법 24조 감찰 사항 3항을 보면 국회, 법원 및 헌법재판소 소속 공무원은 제외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예상되는 답변이 너무 뻔한데도 대통령 직속인 감사원에 자신들의 부동산 비리를 조사해달라고 했으니, 자신들을 진짜 탈탈 털어달라는 자진납세였을까요? 그럴 리 만무합니다. 애초 더불어민주당과 3월에 합의했던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와 LH특검, 국정조사를 걷어찬 게 국민의힘이었으니까요. 감사원으로 내빼는 꼴은 누가 봐도 시간 끌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출처 - 시사포커스

 

결국 다른 당은 물론이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지도부의 무능을 탓하는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안 그래도 의심을 사고 있는 마당에 시간 끌기만 했다는 거죠.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는 부동산 전수조사를 감사원에 의뢰하겠다는 국민의힘은 국민을 조롱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영배 민주당 최고의원은 국민의힘이 감사원 조사가 안 될 것을 알면서도 의뢰했다며 장난치는 거냐고 비판했습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민의힘이 조사를 못 받겠다던 권익위 위원장이 직무 회피를 신청했고 전원위원회 참석도 하지 않아 이미 공정성이 충분히 담보됐다고 했습니다. 국민들 역시 다른 당은 다 받겠다고 신청을 마쳤는데 국민의힘은 뭐가 그리 켕기는 게 많은지 혼자만 빠지려 드느냐며 비판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당 내외에서 역풍이 거세지자 국민의힘은 결국 하루 만에 무릎을 꿇고 권익위 조사를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정정당당하면 이 또한 국민의힘이 아니겠죠. 국민권익위원회에 부동산 현황 전수조사를 의뢰하면서 국민의힘은 개인정보제공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동의서가 없으면 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권익위 관계자는 국민의힘에서 전수조사 의뢰 공문이 왔지만 개인정보활용동의서가 오지 않았다며 6월 17일까지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했습니다. 결국 국민의힘은 끝까지 꼼수로 일관했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최후의 순간까지 미적거리며 꼼수를 쓰는 건 그만큼 부동산과 관련해 걸릴 것이 많기 때문이겠죠. 국민의힘으로서는 지난해부터 소속 의원들이 특혜와 편법 등의 이유로 잇달아 탈당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부동산 관련 대형 악재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실제로 당 내에 부동산 부자가 많다는 점 또한 국민의힘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입니다. 지난해 경실련이 공개한 21대 국회 부동산 재산 상위 10명 중 7명이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이었으니까요. 대선 직전에 부동산 투기와 관련해 민주당보다 많은 법 위반 사례가 나온다면 선거를 말아먹을 수 있기 때문에 국민의힘으로서는 부동산 전수조사가 일종의 시한폭탄인 셈입니다. 과연 어느 정도 규모로 폭발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이번 기회에 국민의힘에서 '국민의짐'에 불과한 투기꾼들을 좀 정리하길 바랍니다.

 

출처 - 뉴시스

 

국민권익위원회는 6월 29일부터 한 달간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과 그 배우자, 직계 존비속 427명에 대한 부동산 거래 내역 전수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총 435명 중에서 8명은 개인정보제공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라 공소시효 기간 7년 내의 부동산 거래 내역과 현재 보유 내역이 조사 범위에 포함되었습니다. 지난 7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국민권익위가 국민의힘 의원과 그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에 착수한 지 일주일이 넘었다"며 "여전히 개인정보제공동의서 미제출자가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배 원내대표는 "정의당을 포함한 비교섭 정당들은 가족 개인 정보 제공동의서까지 제출했다"며 "거대 양당은 선거철에만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논의하더니, 이후에는 늑장을 부리고 있다”고도 비판했습니다. 이는 국민의힘 의원 가족 8명, 더불어민주당은 의원 가족 6명이 개인정보제공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사실을 지적한 것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 김치연

 

사실 부동산 투기와 관련하여 공직자 전수 조사 요구는 국회의원에 그치지 않습니다. 마포구 공직자 부정부패 주민대책위원회(이하 주민대책위)는 지난 7월 1일 "마포구 선출직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를 전수조사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주민대책위는 서울 마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에서 시작된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전국의 자치단체장, 지방 의원들 다수가 조사를 받고 있다"면서 "마포구도 전·현직 구의회 의장이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여 있어 예외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주민대책위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직계 존비속의 개인정보 제공동의서만 제출하면 전수조사가 가능하다"면서 "현직에서 알게 된 정보를 퇴임 후 활용하는 일도 가능해 최소 최근 7년에 걸친 전·현직 구의원이 대상이 돼야 한다"고도 밝혔습니다.

 

출처 - 서울경제

 

대한민국에서 집은 대표적인 계급의 상징물입니다. 빈부격차가 가장 뚜렷하게 반영되는 것도, 어디에 사느냐로 사회적 지위를 가늠하는 잣대도 집입니다. 누구나 '내 집 마련'을 꿈꾸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수요와 공급만으로는 주택 문제를 풀 수 없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찾아보면 빈집이 많지만 정작 사람들이 살려는 곳엔 없습니다. 주택 공급률 100%를 넘은 지 오래지만 살 만한 곳에 가려면 대출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죠. 서울에 사는 1인 가구 10명 중 6명이 계속 혼자 살고 싶어 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가족에게 간섭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생활하며 삶의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출처 - 통계청

 

가족 형태가 예전에 비해 많이 달라졌지만 정작 주거정책에는 이런 변화가 번영되지 않고 있죠. 대부분 원룸 형태인 청년주택은 평수가 작습니다. 좁은 공간에 최대한 많은 주택을 공급하려고 하다 보니 청년주택이 주거권을 제대로 보장한다고 보기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정상가족' 프레임이 다양한 공동체적 삶을 배제하는 장치로 작동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출처 - 매일경제

 

최근 비혼·비출산이 증가하는 원인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지만 경제적 부담과 출산, 양육에 대한 걱정이 우선순위에 꼽힙니다. 전통적인 결혼과 정상가족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가족'의 개념을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갖지 않기로 했다고 해서 가족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법적, 제도적 관계로 형성된 가족보다 더 친밀하고 행복을 나누는 관계도 많습니다. 점점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늘어날 전망입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2030년이면 결혼 제도가 사라지고 90%가 동거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일다 / 정은

인터넷 신문 <일다>가 진행한 인터뷰에서 가족구성권연구소 김순남 대표는 "가족을 매개로 삶의 생애-안정성을 상상해 왔던 여러 축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것이 연구소가 가장 주목하는 운동"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어떤 가족을 만들자는 게 아니라, 기존의 가족을 매개로 정당해왔던 개인, 사회, 국가의 관계성 자체를 재구축하는 게 첫 번째 주제"라며 "인간이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관계적인 존재라고 했을 때, 어떻게 다양한 친밀한 관계성을 맺는지 주목하고, 그 욕망을 사회적으로 끌어와 새로운 가족 질서로 재편하여 정치학으로 삼는 것이 두 번째 주제"라고 연구소 창립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김 대표는 "여러 형태의 친밀한 관계가 국가의 승인을 받는 것보다는, 개인이 그런 친밀성을 만들어나가는 실천의 양상에 더 주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가족을 둘러싼 사회 환경이 달라지면서 가족 개념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4인 '정상가족'의 모습에서 벗어나 느슨한 연대로 같이 살면 '진짜 가족'이 되는 새로운 관습이 생겨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사회 변화를 인식하고 주택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도 많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출처 - 매일경제

 

지난 7월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국민면접 프레스데이'에 참석한 민주당 대선 예비 후보들은 "문재인 정부의 가장 실패한 정책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부동산 정책을 꼽았습니다. 정세균 예비 후보는 대단위 주택을 공급하겠다며 공공과 민간을 합쳐 5년간 280만 호 공급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투기 수요를 철저히 억제하고 수요와 공급이 시장에서 균형을 이루는 시기를 하루빨리 앞당겨 젊은이들이 적정한 가격에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시대를 빨리 열겠다고도 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추미애 예비 후보는 청년 주거와 일반 시민의 주거권을 다르게 해서 봐야 한다며 청년 주거는 공공임대 주택 중심으로 가야겠고 일반 국민을 위해서는 좀 더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토지 공공성 확보를 위해 토지주택청을 만들어 저렴하게 토지임대부 주택 분양 정책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낙연 예비 후보는 1인 가구의 폭발적 수요 증가라든가 이런 걸 예측하고 대비했어야 하는데 못한 것, 공급이 지속적으로 예측 가능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뼈아프다고 얘기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 후보들이 가족 형태의 변화를 어느 정도나 인식하고 부동산 정책을 변화시킬 것인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 할 문제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광재 의원이 공동으로 매년 고위 공직자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선거관리위원회도 후보자 부동산 거래를 조사해 위법이 드러나면 등록 무효 처리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지난 6월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전재수 의원은 "대통령,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의 부통산 투기 논란을 뿌리 뽑고자 이해충돌방지법 개정안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해충돌방지법 개정안은 국민권익위가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매년 정기적으로 부동산 투기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경우 수사기관에 고발이나 수사 의뢰를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했습니다. 전 의원은 "LH 사태로 촉발된 공직자 부동산 투기 문제는 국민들께 분노와 박탈감을 안겨주었다"면서 "공직사회 혁신을 위한 과감한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오늘 발의한 공직자 부동산 투기 방지법이 그런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부동산 투기 관련 국회의원 전수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객관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문제가 드러난 의원의 경우 부당이익을 환수함은 물론 당 차원의 철저한 징계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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