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협회의 신문 부수 조작, 끝없는 신문의 추락

1위는 《조선일보》, 2위는 《동아일보》, 3위는 《중앙일보》, 4위는 《매일경제》... 어떤 순위인지 아시겠습니까? 대한민국에서 이른바 잘 팔리는 신문 순위입니다. 이 순위는 국내 유일의 신문부수 인증기관인 한국ABC협회가 집계, 발표합니다. 줄곧 1~3위는 조중동 차지였습니다. 《조선일보》는 종이 신문을 위협하는 디지털 기술의 변화 속에서도 100만 이상의 유료 부수를 내고 있다는 것도 이 ABC협회 자료에 근거한 얘기입니다.

 

출처 - 뉴스1

 

그런데 작년 11월, ABC협회 내부에서 폭로가 있었습니다. 《조선일보》를 필두로 주요 신문사의 발행, 유료 부수가 부풀려졌다는 겁니다. 《조선일보》의 경우 ABC협회에 의하면 발행부수가 121만여 부에 유료 부수가 116만여 부에 달합니다. 반면 《한겨레》는 발행부수 21만여 부에 유료부수가 20만 부 수준입니다. 다시 말해 100부를 발행하면 《조선일보》는 이 중에 96부, 《한겨레》는 93부를 독자가 돈을 내고 본다는 의미입니다. 최근 대부분의 사람들이 뉴스를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소비하죠. 그에 반해 종이 신문의 경우 동네 지국에서 선물 공세를 펼치거나 한동안 공짜로 넣을 테니 제발 받기만 해달라는 애걸복걸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상황이 이런데 종이 신문이 발행하는 족족 다 팔린다는 게 과연 말이 되나 싶으셨을 겁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사실상 20년 전에 비해 신문 구독률은 10분의 1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2019년 현재 종이 신문의 정기구독률은 6%를 간신히 넘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그 기간 동안 조중동의 발행 부수와 유가 부수는 절반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종이 신문을 읽는 사람은 100명에서 6명으로 쪼그라들었는데, 신문사들은 여전히 50여 명에게 신문을 팔고 있다고 주장한 겁니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언론사 관계자들부터 광고업계 관계자들까지 ABC협회의 공시 결과를 두고 '불가능한 수치'라고 입을 모읍니다. 팔리지 않아 폐지공장으로 직행하는 신문이 없다고 가정하고 예비 부수나 판촉 부수를 고려한다 한들 돈 받고 팔리는 신문 부수인 유가율은 80%가 현실적인 최대치라고 합니다. 100%에 근접한 수치는 북한이나 중국의 투표에서나 볼 수 있는 수치죠.

 

출처 - MBC

 

지난해 KBS <저널리즘 토크쇼 J>에 방송되었던 것처럼 실제로 각 신문사의 종이 신문은 사는 사람이 없어 비닐을 뜯지도 않은 채 내자마자 폐지공장으로 상당량이 직행합니다. 언론계 내부에서도 지국에 들어오는 신문의 최소 3분의 1은 파지이며 심한 경우 2분의 1인 신문사도 있다고 폭로합니다. 이런 사실을 기초로 미루어보면 매출 1등이라는 《조선일보》조차 끽해야 60~70만 부, 심할 경우 50만 부 정도만 판매된다는 얘기가 됩니다. 현실적으로 각 신문의 지국장들은 구독료가 아니라 파지로 먹고사는 형국이며 ABC협회는 하루빨리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ABC협회 때문에 오히려 신문 시장이 왜곡되어 바로 파지가 되는 신문이 늘었다는 겁니다.

 

출처 - 한겨레

 

ABC협회는 유일한 발행부수 인증업체인데, 문제는 신문사들의 회비로 운영비의 대부분을 충당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ABC협회의 공정한 부수 인증은 어불성설입니다. 현재 ABC협회장인 이성준은 "우리 협회는 신문사를 주인으로 모시는 조직이며 우리는 하인 같은 사람"이라는 마인드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인증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ABC협회의 공시 결과가 세금으로 집행되는 정부 광고비의 신문사별 단가를 결정하는 지표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ABC협회가 많이 팔린다고 공시하는 신문사에게 정부 광고비가 더 많이 책정되게 되어 있습니다. 구조가 이렇게 짜여 있으니 신문사들은 인증 부수를 부풀리고 ABC협회는 이를 묵인하는 공생 관계를 유지하려는 겁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수년 전부터 민간 광고주들은 ABC협회의 공시를 허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20년 전에 비해 시장이 1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면 광고 역시 그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줄어들어야 정상이겠죠. 하지만 놀랍게도 종이 신문의 광고 총액은 거의 그대로입니다. 2018년에는 2.4% 증가하기까지 했습니다. 신기합니다. 100명 중 6명밖에 신문을 안 보는 시대에, 신문사는 50명에게 신문을 팔고 있다고 주장하고, 광고는 100명 보던 시절만큼 들어오고 있다는 소리니까요.

 

출처 - KBS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그 이유는 광고주가 아니라 신문사가 광고를 정하기 때문입니다. 신문 광고의 효과가 거의 없다는 걸 이미 다 알고 있지만 기업은 신문사별로 광고를 할당해서 지급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신문사 쪽에서 시비를 걸거나 복수를 하기 때문이죠.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고정 비용처럼 신문사 광고를 계속 집행하고 있는 꼴입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이런 문제에 대한 비판 여론 때문인지 지난 7월 8일 문체부는 언론 보조금 지원 기준에서 ABC 부수 기준을 제외하기로 하고 공적자금 45억 원을 회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6월 30일까지 사무검사를 진행해 제도개선 조치 17건을 권고했는데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ABC 부수공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정책적 활용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까지 ABC 부수공사는 2452억 원에 달하는 인쇄매체 정부광고제도에 정책적으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이제 2022년부터는 새로운 지표에 따라 정부광고를 집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출처 - 뉴스프리존

 

근래 몇 년간 한국의 언론 자유도는 아시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언론 신뢰도는 5년 연속 꼴등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취재를 하라고 자유를 보장해줬더니 꼴 같지도 않은 기사를 내놓으며 언론이라고 우기고 있으니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시민들이 괜히 '기레기'라고 비판하는 게 아니죠.

 

출처 - SBS

 

최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 이른바 조중동 소속 언론인들이 금품 수수 등의 혐의로 입건되어 조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신문사들은 가짜뉴스와 유료 부수 조작 등을 바로 잡는 언론법에 반민주 악법이라며 반발하고 있죠.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역시 마찬가집니다. 한국 언론의 신뢰는 이미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이를 회복하려면 언론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을 받아들이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진짜 취재와 보도를 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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