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노사 합의, 과로사 문제 제대로 해결하길!

최근 택배가 평소보다 좀 늦는 경험을 다들 하셨을 겁니다. 택배노조 파업이 일주일간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택배노조가 파업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 사용자 측의 문제 때문에 모두가 불편을 겪어야 했습니다.

 

출처 - 뉴스1

 

지난 6월 9일 전면 파업에 들어간 전국택배노동조합의 핵심 요구 중 하나는 ‘사회적 합의’ 이행이었습니다. 택배노조와 택배사들은 지난 1월 1차 사회적 합의문을 도출한 바 있습니다. 크게 7가지였죠.

 

출처 - 연합뉴스

 

택배 분류작업의 명확화, 택배 노동자 기본 작업 범위 명확 규정 및 분류전담인력 투입, 주 최대 작업시간 60시간 및 심야배송 제한, 분류 인력 투입 등 구조 개선 위해 비용 부담, 택배 사업자에게 택배비 온전 지급 등 거래 구조 개선, 설 성수기 택배 종사자 보호, 갑질 방지 반영한 표준계약서 올 상반기 중 마련 등이었습니다. 하지만 택배사 측은 구체적인 이행안을 마련하지 않았죠.

 

출처 - 뉴스1

 

올초 택배 기사들의 연이은 죽음을 부른 분류 전담인력 투입 규모와 비용 분담에 대한 세부 사항은 하루가 급한 사안이었지만 택배사들은 1년이란 기간의 유예를 요구해왔습니다. 택배노조는 분류 작업을 택배사가 책임질 것을 요구했고 이를 1차 사회적 합의문으로 도출했음에도 택배사들이 다른 소릴 하자 파업 수위를 높였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 15일부터 이틀간 정부와 택배 노사가 참여하는 2차 사회적 합의 회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출처 - 서울경제

 

그간 택배 노동자들은 상차, 하차, 운송 업무에 분류 업무까지 해야 하는 등 과로사나 사고 등의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됐습니다. 작년에 10명이 넘는 택배 노동자가 숨졌고 올해에만 택배노동자 5명이 과로사했습니다. 지난 13일에도 택배 노동자 한 명이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습니다. 그는 오전 7시에 출근해 밤 12시에 퇴근하는 등 주당 최대 90시간의 격무에 시달렸다고 하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과로사 인정 기준은 주 60시간 이상 노동입니다.

 

출처 - 참여와혁신

 

택배 노동자의 환경과 관련해 가장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는 그들이 현재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근로계약이 아닌 택배사 대리점과 택배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고 업무를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됩니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택배 노동자들은 자영업자에 가까운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근로기준법상 주 52시간 노동, 최저임금 등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죠. 그만큼 더 일하면 수익이 많아진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의 처지가 자기착취 끝에 번아웃이나 과로사라는 걸 보면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닙니다.

 

출처 - MBC

 

지난 16일 오후 택배 업계 노사는 중재안에 잠정 합의했습니다. 다만 전체 노동자의 절반에 이르는 우체국 택배 관련 문제는 해결이 되지 않아 추가 논의를 하기로 했는데요, 18일 현재 우체국 택배 노사도 택배 기사의 과로사 방지 등과 관련해 합의에 도달했습니다.

 

출처 – 뉴스1

 

합의안에 의하면 택배사들은 쟁점이었던 택배 기사 분류작업 전면 배제 시점을 연내에 마무리해 내년 1월 1일부터 택배 기사들의 업무에서 분류작업을 완전히 떼어내기로 했습니다. 대신 이 추가 비용을 수수료 원가 인상 요인으로 추가하기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택배노동자 2명당 1명의 분류인력을 투입하며 여건상 분류인력 투입이 어려운 현장에서는 택배노동자들이 추가적인 대가를 받고 참여할 수도 있게 했습니다. 택배사들은 9월 1일부터 기존에 투입된 분류작업 인력 외에 1000명씩 추가 투입해야 한다는 내용도 합의문에 담았습니다.

 

출처 - KBS

 

택배 기사 노동시간을 주 60시간 이내로 줄이는 데 따른 수수료 보전 문제에 대해서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죠. 주 60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저녁 10시 넘어서까지 택배노동자가 일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표준계약서를 6월 말까지 마련하여 7월 27일까지 새로운 위탁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했습니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9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하고요.

 

출처 - YTN

 

잠정 합의로 지난 17일부터 택배노조는 정상 업무로 복귀했습니다. 택배 노사의 극적 타결로 2차 사회적 합의문 발표와 협약식은 다음 주 초에 진행될 예정입니다. 잠깐 불편을 겪었지만 택배 노동자들의 수고에 고마움을 새삼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사회가 고도화되고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까지 겹쳐 택배 노동과 배달 노동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지나치게 사람을 쥐어짜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죠. 클릭 몇 번으로 물건을 받는 우리는 어쩌면 현관 앞에 놓인 택배를 사람이 땀 흘리며 배달해줬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지 못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전태일 열사는 사람은 기계가 아니라고 외쳤습니다. 그가 지금 세상을 보았다면 사람은 앱으로 조종하고 추적하는 점이나 데이터가 아니라고 외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모쪼록 택배 노사는 이번 합의안을 잘 실천하며 상생하는 길을 모색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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