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사퇴한 윤석열, 이제 검증의 시간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3월 4일 전격적으로 사퇴했습니다.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행보였습니다. 온갖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를 다하도록 했고, 윤 총장 역시 그렇게 하겠다고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었으니까요. 임기를 4개월 이상 남긴 채 윤석열은 검찰총장직을 사퇴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검찰총장으로 임명될 당시 윤석열은 검찰개혁의 완성을 위한 기수로 부각되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검찰총장이 되고부터 그는 검찰이란 조직에만 충성하며 검찰의 이권을 지키는데 혈안이 되어 숱한 비난을 받았습니다. 공정한 공권력 행사라는 미사여구는 취임 한 달만에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조국 일가족을 때려잡기 위해 무차별적인 공세를 보였으나 정작 자신의 장모와 부인의 비리 의혹에는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여 '내로남불'의 대표적인 아이콘이 되어버렸으니까요. 검언유착 의혹에 이르면 윤 총장의 행보 자체가 우리나라가 '검찰공화국'임을 명확히 드러내는 증거였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렇게 철저하게 검찰 조직을 위해 움직이던 윤석열 전 총장이 이번에 직을 던진 이유는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에 반대한다는 명분 때문이었습니다. 중수청은 검찰이 담당하던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등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를 전담하는 별도 기관을 말합니다. 검찰을 유지하는 알짜배기 권력을 놓기 싫었는지 윤석열은 중수청에 대해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며 헌법 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극언을 쏟아냈습니다. 검찰이 독점한 기소권과 수사권이 그간 얼마나 많은 폐해를 낳았는지는 생각조차 안 나나 봅니다.

 

출처 - 조선일보

 

윤석열이 사퇴하자마자 보수극우 언론들은 찬양의 나팔을 불기 바빴습니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항하는 영웅 서사를 그리면서 야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 밀고 있습니다. 대권 후보로서 지지율이 가장 높은 윤석열은 한동안 간을 보고 있었지만 사실상 정치 행보를 시작했고 일각에선 4월 창당설까지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보수 언론은 윤석열 전 총장이 정치에 뛰어든 건 구국의 충정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포장해주기 바쁩니다.

 

출처 - 뉴스1

 

대부분의 언론은 현직 시절부터 정치검사 행보를 해온 윤석열에 대한 비판을 싣지 않고 있습니다. 윤석열은 총장 임기 완주와 정치적 중립에 대해 말해왔지만 결국 행동은 정반대였죠. 그런데도 언론은 중립의 의무가 있는 검찰총장의 정치 행보보다 정부와 여당을 비난하기 바쁜 상황입니다. 보수언론들의 보도대로 윤석열의 사퇴로 현 정권 관련 수사가 좌초된다면 윤석열은 조직을 위해서라도 임기를 채우며 끝까지 막았어야 자기 말대로 검찰총장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하지만 이런 지적을 하는 기자는 없고 유일하게 검찰 출신 김종민 변호사가 한 "무책임한 사퇴로 역대 최악의 검찰총장, 정치검사"라는 코멘트만 작게 실렸을 뿐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윤석열 총장의 행보와 관련한 오해를 막기 위해 중수청 관련 이슈를 다시 생각해보겠습니다. 윤 총장의 사퇴로 중수청 설치를 막을 수 있다거나 이른바 권력 핵심부에 대한 수사가 가속될 수 있다면 모를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국민은 중수청을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검찰 조직 입장에서는 수사권이 없어지면 자기네 권력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죠.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윤석열은 조직에 충성한다던 말과 다르게 혼자 발 빠르게 도망친 것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윤 총장이 직을 건다고 수사청을 막을 수도 없는데 자기 정치하러 나간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으니까요. 개인적인 정치적 지지율을 지키고자 도망쳤다고 보는 사람이 검찰 안에도 있다는 얘깁니다. 그나마 그가 검찰총장일 때는 살아 있는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을 자임하며 보수 세력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정치인 윤석열'로 나서는 상황에서 '검찰 개혁'이라는 국민의 열망을 떠안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그리고 또 하나 고려할 사항이 있습니다. 현직 검사가 공직선거 후보자로 출마하려면 1년 전에 사직해야 한다는 윤석열 방지법을 고려한 것처럼, 대선 딱 1년 전에 전격 사퇴한 것도 참 속 보이는 짓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그런데도 언론 어디에도 총장이 자기 살자고 조직을 버리고 도망쳤다거나, 임기를 끝까지 지키겠다던 소신을 꺾고 공수표를 날린 것에 대한 질타나 관련 보도가 눈에 띄질 않습니다. 벌써부터 보수언론은 그 앞에 줄을 대기 바쁩니다.

 

출처 - JTBC

 

게다가 윤석열이 검찰총장직을 내려놓았지만 그의 가족 수사는 지지부진입니다. 부인인 김건희가 연루된 주가조작 의혹은 공소시효가 임박했지만 검찰은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또 전시회 협찬금을 부당하게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아예 조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공소시효를 3월로 보고 있진 않다며 뭉개고 있을 뿐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공소시효로 장난질하는 건 검찰이 즐겨 쓰던 수법입니다. 이번에 한명숙 죽이기 거짓증언을 교사한 검사들이 공소시효 하루 전에 무혐의를 받고 종결되었습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이런 결론을 내려고 임은정 검사에게서 사건을 빼앗았냐며 검찰을 비난했으며 시민단체들은 공수처에 진상을 은폐한 윤석열을 고발했습니다. 담당 검사들을 즉각 수사해야 한다면서 말이죠.

 

출처 - JTBC

 

윤석열은 검찰총장직을 사퇴하고 정치 행보를 시작했습니다. 100명이 넘는 기자가 들어온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도 개설했다고 하죠. 그러니 이제 명명백백하게 가족이 연루된 비리와 의혹의 진실을 밝힐 때입니다. 부인이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장모가 관련된 추모공원 사건, 측근의 친형의 뇌물수수 무마 의혹 등등 한둘이 아니죠. 법무부 장관은 신속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수사지휘권을 발동해야 합니다. 적어도 그가 정치판으로 올라오기로 한 이상 철저한 검증은 필수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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