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일어난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대한 폭력 진압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쿠데타를 비판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해 군부가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지난달 28일 미얀마에서는 '피의 일요일'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쿠데타 반대 시위 관련 보도를 보면 총에 맞아 피를 흘리는 사람들, 최루탄에 신음하는 사람들, 쓰러진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사람들로 아우성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최루탄과 고무탄은 물론 실탄 사격까지 주저하지 않는 미얀마 쿠데타 군경에 맞서 시민들은 나무판자, 젖은 담요, 드럼통이나 플라스틱 방패, 건축 현장의 헬멧 등으로 자신들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무기라고는 새총이 전부입니다.
출처 - YTN
지난달 28일 미얀마 군경이 쏜 실탄에 맞아 사망한 여대생의 장례식이 있었던 지난 3월 2일에도 실탄 사격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반군부 시위대 3명이 총에 맞아 중태에 빠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부상한 사람만 해도 20명이 넘죠. 미얀마 시민들은 시위 초기 군경이 실탄을 경고 없이 쏜 것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실탄을 쏘더라도 허공에 경고 사격을 하며 위협하는 요식 행위조차 없이 자국의 시민들을 향해 조준 사격을 해했기 때문입니다. 이로 말미암아 임산부와 그저 길을 지나가던 여성까지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미얀마 군경은 그야말로 시민들을 학살하고 있습니다.
출처 – 트위터, 페이스북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미얀마 시민들은 군부 쿠데타에 반발해 시민불복종 운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피의 일요일이었던 지난 3월 2일에도 시민들은 민주화를 앙망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실탄 사격으로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상황이 나빠지자 국제사회와 UN의 개입을 호소하는 미얀마 시민들의 목소리가 SNS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피의 일요일 미얀마 군부의 총에 맞아 숨진 23살의 엔지니어 니니아웃 텟 나잉은 바로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얼마나 더 많은 시체가 나와야 UN이 행동에 나설 것인가?"라고 썼습니다. 트위터는 #WeNeedR2PInMyanmar라는 해시태그로 도배됐습니다. R2P는 Responsibility to protect, 즉 '보호책임' 을 뜻합니다. 특정 국가가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면 국제사회가 나서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이 밖에도 미얀마 안팎에서 동조와 응원, 연대를 보내는 메시지가 넘실거리고 있습니다.
출처 - 한겨레
미얀마 최북단의 도시 미치나에 있는 수녀원 소속 안 로사 누 타웅 수녀는 시위대를 진압하러 온 미얀마 군경을 홀로 가로막으며 "원한다면 나를 쏘라"며 "시위대는 무기가 없으며 단지 평화적으로 자신들이 바라는 것을 표현할 뿐이다"라고 외쳤다고 하죠. 이 수녀는 군경에게 사람들에게 폭력을 쓰지 말라면서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제사회의 대응은 쿠데타 규탄과 우려라는 수사만 넘치는 상황입니다. UN조차 미얀마 군부의 비상사태 선포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을 뿐입니다. 현재 사태를 해결하려면 이런 성명으로는 안 됩니다. 하지만 국제기구라 하더라도 미얀마 국내 문제에 대한 개입이 어렵기도 하고, 군부와 그 반대 세력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탓에 어느 나라도 섣불리 개입하기를 꺼리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에서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죠. 미국은 경제제재를 통해 미얀마 군부를 압박하려 하지만 지나치게 강경하게 나가다 미얀마가 중국과 긴밀해질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번 쿠데타는 겉으로는 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이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세안 주요국들이 투자하고 있는 경제 사업에서 군부가 손을 떼야 하는 상황이 왔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렇게 볼 때 미얀마 투자국들의 경제제재가 효과가 클 듯합니다. 하지만 군부와 밀월 관계이면서 미얀마의 가장 큰 무기 수출국인 중국은 물론 미얀마 외국인직접투자의 큰손인 싱가포르, 홍콩, 태국, 베트남 등이 정부 차원의 제재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죠. 국가별 투자 순위 8위인 우리나라 또한 미얀마 쿠데타 사태에 대해 성명을 냈을 뿐 실질적 대책을 내놓지는 않고 있습니다. 참으로도 비정한 국제사회의 현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출처 - 뉴시스
미얀마 군경이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는 현실을 세계가 묵인하고 있지만 적어도 우리는 그러면 안 되지 않을까요? 현재 미얀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5.18 광주에서 벌어진 참극의 되풀이와 같기 때문입니다. 1980년 5.18 광주에서 쿠데타 군부에 의해 시민들이 학살당했고 우리는 국제사회의 개입을 간절히 원했습니다. 그 참사로부터 수십 년이 걸렸지만 피의 역사를 우리는 여전히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현재 진행형인 미얀마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 참여연대
다행히 5.18기념재단과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등 광주지역 5월·시민·사회·종교·여성단체 10곳이 미얀마 군사 쿠데타에 맞서 결사 항쟁하는 시민들을 돕는 응원모금 운동과 의료물품 지원 등에 나섰습니다. 시민단체들은 8일 미양나 민주화운동을 지원할 연대기구를 구성해 국제사회에 지지를 촉구하고, 민주세력을 지언하는 활동을 펼치기로 했습니다. 참여연대는 미얀미 시민들의 저항에 함께하자는 뜻으로 인증샷 연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출처 - VOA / 로이터
지금 이 순간에도 미얀마의 수많은 시민들이 총포 속에서 자유, 선거, 민주주의를 뜻하는 세 손가락을 치켜들고 항거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민주주의를 쟁취해낼 수 있도록 우리가 먼저 연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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