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 방류 연기, 일본 정부의 속내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에 보관 중인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는 결정을 11월 이후로 연기했습니다. 일본 경제산업상은 지난 10월 24일 내각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구체적 결정 시기를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고 발표했습니다. 일본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일본 정부는 10월 27일 각료회의에서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결정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반발을 사기도 했죠.


출처 - 로이터


일본 정부가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연기한 것은 국제 여론을 의식한 이유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어업계 등 일본 자국 내 반발 여론을 더 신경 쓰기 때문입니다. 《요미우리 신문》이 지난 10월 시행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50%가 후쿠시마 오염수 바다 방류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아울러 일본 정부에 원전 오염수와 관련된 국민 의견 4011건이 도착했고 이 가운데 오염수가 인체에 해롭다 같은 불안 의견이 2700건이 넘었다고 합니다.


출처 - JTBC


특히 후쿠시마 인근 미야기현은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입장입니다.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은 미야기현은 현재 어업 상황도 좋지 않은데 방사능 오염수까지 방류되면 그야말로 궤멸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예를 들어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가 있기 전까지는 미야기현에서 나는 멍게의 70%를 우리나라가 일본 내 가격의 세 배 수준으로 수입했습니다. 하지만 방사능 오염수 문제가 생기면서 우리나라 정부가 후쿠시마 인근 8개 현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자 미야기현은 수출길이 완전히 끊겼죠.

 

출처 - 환경운동연합

 

당시 일본 정부는 우리의 수입 금지 조처가 부당하다며 2015년에 WTO에 제소합니다. 우리로서는 참 어이없는 대응이지만 수입금지 지역 수산물이 실제로 위험하다는 증거를 충분히 마련하지 못한 우리나라는 2018년 2월 22일 WTO 1심에서 패소하고 맙니다. 패소 결과가 알려지자 우리 식탁에 방사능에 오염된 수산물이 올라올 수 있다는 충격에 많은 국민이 공분했고, 그해 4월 9일 우리나라는 WTO에 상소를 제기합니다. 이번에는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충분한 데이터를 축적한 것이죠.  

 

출처 - 아시아경제

 

2019년 8월 14일에 환경운동연합이 올린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왜 문제일까?>라는 글을 보면 당시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과 시민방사능감시센터가 2018년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일본 후쿠시마 주변 8개 현 수산물의 7%에서 방사성물질인 세슘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준치를 초과해 최대 140베크렐까지 검출된 산천어도 있었습니다. 세슘은 방사능을 검사할 때 기본적으로 쓰이는 핵종이고, 세슘이 검출되었다면 다른 방사성 물질도 함께 포함되어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방사능 오염수에 기준치의 2만배가 포함되어 있다는 스트론튬90은 뼈에 잘 흡착되어 골수암, 백혈병을 유발합니다.

 

이런 수산물을 먹고 안전할 수 있을 리가 없죠. 결국 WTO 상소기구는 2019년 4월 11일 일본이 제기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제소 사건에서 1심 격인 분쟁해결기구 패널의 판정을 뒤집고 한국의 조치가 타당하다고 판정했습니다. 한국의 수입금지 조치가 자의적 차별이 아니며 부당한 무역 제한도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어서 앞서 언급한 미야기현을 비롯한 주변 어업인들은 지금까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에 의한 자승자박인 셈이죠.


 

출처 - JTBC

 

이 때문에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일본 정부가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 방출하겠다고 정해놓고 움직이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표명하고 있습니다. 미야기현 어업협동조합장은 방송 인터뷰에서 정부가 방사능 오염수를 정제해서 처리수라고 이름 붙이면 괜찮아지는 거냐고 반발했습니다. (방출할 오염수를) 마셔도 괜찮다면 진짜로 마셔보라고 하면서 지금까지처럼 (관련 정보를) 은폐하거나 숨기는 것 없이 정말로 공개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지난 9월 26일 새로 취임한 스가 총리가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했을 당시 도쿄전력 관계자는 원전 오염수를 정화 처리한 물에 대해 희석하면 마실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스가 총리가 마셔도 되냐고 질문했다는데, 믿음이 가지 않았는지 실제로 마시지는 않았다고 하죠. 이전 총리였던 아베는 후쿠시마산 쌀로 만든 주먹밥을 직접 먹는 모습을 보인 바 있습니다. 그가 먹은 주먹밥이 진짜 후쿠시마산 쌀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도쿄전력은 방사성물질을 함유한 오염수를 특수 정화 장치로 걸러내고 있다고 합니다만, 현재 기술로는 미약하게 방사선을 내는 삼중수소(트라이튬)는 걸러낼 수 없다고 하죠. 오염수에는 삼중수소 외에 스트론튬과 요오드 같은 방사성물질도 함유돼 있습니다. 삼중수소는 신체에 쌓이면 DNA 변형을 일으키거나 생식기능을 떨어뜨립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문제가 여기까지 커진 건 애초 도쿄전력의 무능함이 빚어낸 인재였습니다. 《아사히 신문》은 도쿄전력이 자신한 대로 오염수를 정화 처리한 물을 마실 수 있다면, 해양 방출을 하지 말고 도쿄전력과 경제산업성에 음료용으로 공급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꼬집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핵발전소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려는 이유는 당연히 돈 때문입니다. 가장 값싸고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죠. 2016년 기준으로 일본 경제산업성은 336억 원의 예산과 7년 4개월의 기간이면 오염수를 바다에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대기 방출은 오염수를 증발시켜야 하므로 별도의 저장고와 고온 증발 시설 등 비용과 시간이 훨씬 더 든다고 하죠. 오염수 방류를 포기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 올림픽과 202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10년을 맞이해 사고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속셈입니다. 이와 관련해 생각비행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와 관련하여 여러 차례에 걸쳐 문제를 제기해왔습니다.

 

태풍 하기비스에 유실된 후쿠시마 방사성 폐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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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눈치 보는 IOC, 올림픽을 조롱의 대잔치로 만들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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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연기, 32년 전 애니메이션 <아키라>가 경고한 세계
https://ideas0419.com/1043

코로나 시대에 일본 도쿄전력의 방사능 오염수 처리를 생각함
https://ideas0419.com/1067

 

일본 정부는 11월 4일부터 IAEA의 오염수 처리 현지 조사를 받기로 했습니다. 국내외적으로 방사능 오염수 배출의 명분을 강화하고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목적입니다. IAEA는 예전에 오염수 방류에 긍정 결론을 내렸던 만큼 현지 조사는 형식일 뿐 결론은 정해진 각본대로 흘러갈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BBC


주변국인 우리나라와 중국 등은 깊은 우려를 표하며 국제사회와 공조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우리나라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 방출대응 관계부처 TF를 구성하고 대응 중입니다. 해양수산부는 오는 12월 런던협약 의정서 당사국 총회에서 다시 한번 후쿠시마 오염수를 국제사회에 공론화하기로 했습니다. 국정감사에서도 일본이 방사능 오염수를 배출하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죠. 중국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도 일본 정부가 주변국과 충분히 협의한 기초 위에서 대책을 신중하게 결정하기를 바란다는 논평을 냈습니다. 국내외에서 빗발치는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과 비용 문제만 생각하는 일본 정부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오염된 바다가 과연 어떤 대가를 우리에게 물을지 모를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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