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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검찰개혁의 당위성 확인한 검찰총장 윤석열의 말말말

by 생각비행 2020. 10. 26.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상식이 있는 시민이라면 '이게 무슨 소리지?' 싶은 말이었습니다. 지난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한 윤석열 총장은 라임 사건 등과 관련해 자신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는 취지의 지휘권을 발동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해 "법리적으로 보면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장관은 기본적으로 정치인, 정무직 공무원"이라고 발언했습니다. 윤석열 총장의 이런 안하무인 격인 태도는 큰 문제로 불거졌습니다. 윤 총장의 발언에 발끈한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면 친구냐? 상급자냐? 아니면 대통령이랑도 친구냐?"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죠. 윤 총장의 발언과 관련하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자신의 SNS를 통해 "검찰총장은 법상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는 공무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맞는 말을 한 건 추미애 법무부 장관입니다. 지난 24일 《경향신문》은 "'부하'라는 말을 의전상 상하관계나 인사 등 실무적 사무에서 지휘를 받는 관계로 해석하면 검창총장을 법무부 장관 아래로 보는 것이 맞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보도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습니다. 검찰청법 제8조에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요, 법무부 장관이 인사·감찰권을 쥐고 검찰총장을 통해 개입하되 개별 사건에 대해서는 검사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는 장치로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명령을 일방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존재는 아니라는 논리가 나옵니다. 

 

출처 - 민중의소리

 

하지만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 제청권이 법무부 장관에게 있고, 정부조직법 역시 검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검찰청을 둔다고 되어 있는 규정을 본다면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부하'라는 건 명확합니다.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정태호 교수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공직사회에서 지휘 감독받는 사람은 지휘 감독하는 사람에 대한 부하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부하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를 부정하는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여러 상황을 분석해볼 때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정감사장에서 "부하"라는 과장된 레토릭을 쓴 것은 이런 논리라도 펼쳐야 할 정도로 다급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겁니다.


출처 -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22일 라임자산운용 사건과 관련해 검사들의 비위를 은폐하거나 야당 정치인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했는지를 조사하기 위한 법무부 대검 감찰부 합동 감찰을 지시했습니다. 검찰의 외압과 유착에 대해 폭로한 제보자의 주장이 구체적인 정황과 부합하는 만큼 중대 비위가 발생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검사들에 대한 접대 로비 의혹 정황은 사실로 드러나고 있죠. 국정감사장에서는 김봉현 전 회장이 주장한 검사 술접대 의혹에 대해 당사자 측이 반박했지만, 지난 22일 JTBC 보도에 의하면 김봉현 전 회장과 검사들이 유흥업소에 왔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강남구 청담동 소재 유흥업소 직원들은 “김 전 회장이 이곳을 자주 왔다”, “검사들이 왔고, 일행 중에 변호사도 있었다”고 발언했습니다. 종업원들은 당시 상황이 특이해 기억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방을 3개 예약했습니다. 비밀대화방, 접대방, 대기방으로 부르는데, 모두 예약했습니다. 검사들은 비밀대화방에 있었습니다”라는 증언도 공개됐습니다.


출처 - JTBC


룸살롱에서 무슨 대화할 것이 그리 많길래 방을 세 개나 잡았는지 참 의아한 일이죠. 그런데 접대 로비가 이뤄진 이후 검찰이 영장도 없이 당시 있었던 종업원을 조사하고 핸드폰 또한 가져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러니까 김봉현 회장의 진술이 있기 전에 검찰에서 이 접대에 대해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큰 것입니다. 《이데일리》는 이와 관련해 지난 23일 〈룸살롱 압색하고도 '검사 접대 의혹' 몰랐다?…前 남부지검장 수사하나〉라는 기사에서 한 법조인은 “잊지 말아야 할 기본 팩트는 김봉현의 체포 시점과 조사 시점이 아니다”며 “해당 룸살롱의 직원이 실제 김봉현과 검사들 및 변호사를 목격했고, (직원 중) 한 명은 남부지검까지 가서 조사를 받았다고 했다. 시기가 정확히 언제였든 이 진술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언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박순철 전 남부지검장은 ‘검사 술접대 의혹’이 불거지자 “(김봉현의) 편지가 나오기 전까지 전혀 몰랐다”며 “당시 (검사) 술접대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 법무부에서 수사 의뢰가 내려왔고, 수사해서 밝혀내겠다”고 밝힌 바 있었죠. 전현직 남부지검장들이 자필 문서가 나오기 전에는 몰랐다고 하는 상황이지만, 김 전 회장의 진술이 나오기 이전부터 접대 의혹의 존재를 알았거나, 기존 수사팀이 검사들의 술접대 의혹을 보고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검사장들이 보고를 받고도 사실과 다른 해명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박순철 남부지검장이 22일 사의를 표명한 것은 이와 관련해 더는 변명할 구석이 없어졌기 때문이 아닐까요?


출처 - 뉴스타파


국정감사장을 뜨겁게 달군 윤석열 부인과 장모의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도 문제가 많습니다. 윤석열 총장은 이에 대해 근거 없는 의혹이라며 일축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총장 지명 직후 부인이 운영하는 전시기획사인 코바나컨텐츠가 지난해 6월 전시회를 개최했는데 후원사 중 상당수가 검찰 수사, 재판과 관련된 곳이었던 걸 보면 수많은 이권이 이전부터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될 만합니다. 무엇보다 지난 9월 《뉴스타파》가 보도한 윤석열 장모의 녹취록에 따르면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전주로 윤석열의 부인인 김건희가 참여해 자신의 계좌와 주식, 돈을 주가 조작 선수에게 맡겼고 장모인 최씨 역시 자신도 도이치 모터스 건과 관련돼 있다고 시인하는 발언을 직접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게다가 지난 2월 경찰의 내사 보고서에 이미 윤석열의 부인인 김건희가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에 등장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그런데도 5개월이 지나도록 고발인 조사도 안 하고 있었습니다. 윤석열의 장모는 녹취록에서 공소시효가 지났으니 괜찮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죠. 하지만 공소시효는 아직 몇 달 남았습니다.


출처 - MBC


검찰총장의 항명과 가족들의 부정축재, 검사들의 술접대와 재벌과의 결탁 등등. 각종 비리에 휩싸인 그들이 인정하든 말든 공수처와 검찰개혁이 필요한 이유는 차고도 넘칩니다. 검찰개혁은 시대정신입니다. 그 당위성을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국민이 목도했습니다. 윤석열 총장과 갈등이 격화한 만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오늘 국감장에 출석해서 어떤 발언을 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검찰개혁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됩니다. 공수처를 출범시키고 검찰을 개혁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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