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보도

코로나19 불황 속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어떻게 봐야 하나?

by 생각비행 2020. 10. 21.

대기업에 의한 골목상권 침해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닌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이번엔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했던 가게가 피해를 보았습니다. 올해 7월 방송된 포항 꿈틀길 편에 등장해 주목받은 가게인 덮죽집 사장이 피해자가 됐습니다. 이 가게의 메뉴인 덮죽은 방영 당시 백종원 대표가 손볼 게 따로 없다며 극찬한 메뉴였죠. 서울에 '덮죽덮죽'이라는 프랜차이즈 덮죽집 5개가 생기자 시청자들은 포항 덮죽집 사장이 성공해서 서울 지점을 냈나 싶어 기뻐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메뉴와 이름만 베낀 한 기업의 도둑질이었습니다. 가게 이름을 덮죽덮죽이라고 하고, 메뉴에 골목저격 등의 표현을 넣어 누가 봐도 방송에 나온 가게로 착각하게끔 했던 겁니다.


출처 - KBS


뒤늦게 이 소식을 알게된 포항 덮죽집 사장은 힘들게 개발한 메뉴를 빼앗지 말아달라면서 자신의 SNS에 호소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안 그래도 코로나19 여파로 소상공인들의 골목상권은 유래없는 위기에 직면한 상황인데, 열심히 만든 결과물을 아무런 보상도 없이 빼먹으려는 큰 기업의 심보에 시청자들은 경악했습니다. 결국 분노한 시청자들이 도둑질한 프랜차이즈 업체를 비판하는 한편 항의 전화를 하고 댓글을 남기는 등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습니다. 추후 골목식당 제작진과 백종원 대표도 이런 사실을 인지했습니다. 그동안 골목식당 솔루션을 알음알음 베껴가는 가게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프랜차이즈 업계가 대규모로 나서서 도둑질해간 경우는 전례가 없는 일이죠. 이 때문일까요? 방송 및 모든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이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죠.


출처 - KBS


사태가 이 지경에 달하자 메뉴를 도둑질한 프랜차이즈 업체 올카인드코퍼레이션 대표가 사과문을 올리고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질타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사건이 널리 알려지자 메뉴와 이름을 빼겼다는 다른 가게가 연이어 나왔기 때문입니다. 올카인드코퍼레이션은 한 소규모 다이어트 차 판매 업체의 티 이름에 대한 상표권을 날름 먼저 훔쳐간 전력도 있었습니다. 다이어트 차 업체가 특허청에 이의를 제기하여 겨우 상품명을 지켰다면서 올카인드코퍼레이션의 몹쓸 행태가 한두 번이 아님을 알려주었습니다. 이번 덮죽의 경우 역시 덮죽, 덮죽덮죽 등을 무단으로 상표권 등록해 훔쳐가려고 했던 것이 밝혀졌습니다. 뒤늦게 포항 덮죽집 사장이 상표권 등록을 신청한 상태라고 하죠. 이에 대해 특허청 관계자는 덮죽 논란을 알고 있다면서 제대로 된 사람이 상표 권리를 가졌는지 엄격히 심사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출처 - KBS


우리나라뿐 아니라 어느 곳이든 특정 사업이 잘되면 뒤따르는 업체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봉구비어가 뜨니 봉구통닭이 생기고, 쪼끼쪼끼가 잘 팔리는 것 같으니 쭈끼쭈끼가 나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따라하기도 상도를 지켜야 합니다. 자칫하면 업계 자체가 몽땅 죽을 수도 있으니까요. 찜닭, 대만 카스테라, 흑당 버블티 같은 사례를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죠. 무임승차를 넘어 아예 도둑질을 하려는 대기업들이 여전히 많은 건 우리 사회의 큰 문제입니다.


출처 - SBS


외국 사례처럼 좀 잘되는 사업이 등장하면 합당한 금액을 제시하고 이를 인수하는 방법이 아니라, 대기업들이 땡전 한푼 쓰지 않고 날로 먹으려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대기업들은 인력과 자본력을 가지고 대체 무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암암리에 공모전 수상작을 빼먹거나 잘 팔리는 소상공인의 음식이 생기면 대기업에서 표절 음식을 만들어서 파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출처 - 경향신문

 

재작년말 네이버의 자회사인 라인이 베트남에 출시한 'GET IT'은 당근마켓을 표절한 것이어서 논란이 되었죠. 네이버라는 IT 공룡이 창업한 지 3년밖에 안 된 당근마켓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베끼는 도둑질을 한 겁니다. 네이버는 일전에도 한 번역 앱을 베꼈다가 논란 끝에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죠.


출처 - KBS


이 같은 대기업의 횡포를 막기 위해 국가적인 대책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지원책이 있어야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애초 보호를 받고자 해도 권리를 인정받기 위한 출원 과정에 비용이 많이 들고 법률적 지식도 필요해 소상공인들로서는 그림의 떡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이번 덮죽 논란처럼 하이에나 같은 대기업이 도둑질하려 들거나 자본과 법을 이용해 찍어 누르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 겁니다. 그나마 이번처럼 전 국민적인 관심 속에서 대기업이 여론을 의식해 물러나면 다행이지만, 이런 상황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결국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에 대한 감시를 제도적으로 하는 안전 장치가 필요합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예기치 않은 코로나19 상황으로 2020년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경영난으로 벼랑 끝에 몰려 있는 골목상권이 하반기에 순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초토화 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오고 있죠.

 

출처 - YTN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되었습니다. 이 참에 집앞 골목의 작은 가게들부터 조금씩 이용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곳곳에서 골목상권을 살리려는 다양한 시도가 결실을 보길 기대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