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한일 관계 물려받은 스가 내각의 앞날은?

이변은 없었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물러난 자리에 아베 내각의 관방장관이었던 스가 요시히데가 압도적인 표 차로 당선되었습니다. 입헌민주당 에다노 유키오 134표, 일본유신회 가타야마 도라노스케 11표, 무소속 나카야마 나리아키 2표, 한국 온라인상에서 '펀쿨섹'으로 유명한 자민당의 고이즈미 신지로가 1표를 모두 더해도 자민당 스가 요시히데가 얻은 314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른 스가 요시히데는 압도적인 득표로 일본 총리가 된 셈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번 일본 새 총리 지명선거는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약식 선거로 치러진 터라 애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원칙적으로 394명인 국회의원과 당원 394명의 동수로 투표를 진행해야 하는데, 긴급을 요하는 경우 당원들을 제외하고 국회의원과 자민당 각 연합회 대표만으로 선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으로 인기가 높지만 당내 기반이 없는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보다 아베 정권의 핵심 인물이자 당내 세력이 확고한 스가 요시히데가 차기 총리로 선출될 것은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었죠.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뽑는 우리의 관점으로는 좀 이해하기 어려운 선거 방식입니다.


출처 - MBC


스가 신임 일본 총리의 당선과 함께 아베 내각은 총사퇴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아베 내각의 주요 인사는 자리를 그대로 이어갑니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등 주요 요직에 있는 사람 8명의 유임이 확정됐습니다. 아베 신조 계승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내각답게 스가 내각의 극우 행보는 개선되지는 않을 듯합니다. 

 

출처 - 뉴시스

 

우리나라의 국방부 장관에 해당하는 방위상에 아베 신조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를 앉힌 것만 봐도 스가 내각은 얼굴마담만 바뀌었지 내용물은 똑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시 노부오는 올해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고 과거에도 그런 행보를 계속해왔습니다. 부흥상에는 아베의 가정교사로 알려진 히라사와로 채웠습니다. 이처럼 스가 내각은 출범과 동시에 자기네끼리 보은하는 동창회로 전락했습니다.


출처 - KBS


이뿐만이 아닙니다. 일본 극우단체인 일본회의를 지원하기 위해 구성된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에는 스가 총리 본인을 포함해 내각 구성원 21명 가운데 적어도 15명이 이 단체에 가입한 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아베 내각 역시 20명 중 15명이 간담회에 속한 사람들이었죠. 이를 보면 스가 내각의 극우적 색채는 아베 내각과 동급 혹은 그 이상임을 알 수 있습니다. 장관 중에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은 사람을 세는 게 빠를 정도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출처 - 뉴스핌

 

특히 이번에 유임된 교육부 장관에 해당하는 문부과학상 하기우다는 우익 사관 추종자로 유명합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폄하하고 이를 무효로 할 새로운 담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죠. 작년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소녀상을 전시한 예술제의 보조금 취소 결정도 이 하기우다가 취임한 이후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향후 일본 교육의 극우 색채는 이전보다 한층 더 짙어질 전망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새 총리로 선출된 스가 총리 역시 극우적 세계관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는 2013년 안중근 표지석 설치를 위한 한국과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 "일본은 안중근이 범죄자라는 것을 한국 정부에 그동안 계속 전해왔다"라고 발언에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또한 2014년 중국에 안중근 기념관이 개관하자 "안중근은 우리 일본의 초대 총리를 살해해 사형 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라고 말해 한국과 중국의 맹비난을 샀죠.

 

출처 - 연합뉴스

 

2018년에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피해자 입장에서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발표하자 "일본 정부의 설명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극히 유감"이라는 적반하장식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일제강점기 불법 징용 문제에 대해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처럼 아베를 계승한 스가 내각의 면면을 보면 향후 한·중·일 관계, 특히 한일 관계는 더 악화할 전망입니다. 한편에선 스가 총리가 과거 아베 전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만류한 적이 있고 일부 정치인이 한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할 때 주의를 촉구한 사례를 비추어볼 때 한일 관계가 더 악화하지 않도록 신중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주요 인사를 유임하고 한술 더 떠서 보은 인사를 감행한 것을 보면 사실상 한일 관계 개선을 기대하긴 어려울 듯합니다. 한일 관계 개선은 일본이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는 데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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