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라이 탐루엉 동굴에 17일간 갇혔다가 기적적으로 생환해 세계의 축하를 받은 유소년 축구팀 선수들과 코치가 지난 18일 처음으로 언론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태국 치앙라이 매사이의 무 빠(야생 멧돼지) 축구클럽에 소속된 선수들과 코치는 자신들의 팀 유니폼을 차려입고 등장했습니다. 자신들을 구조한 태국 네이비실 대원들과 치료를 담당한 의사 등과 함께 축구공을 차는 모습으로 건강을 증명했고, 밝은 얼굴로 동굴 고립 당시 상황을 풀어놓았습니다. 한 소년은 동굴에 갇혔을 때 집에 가서 엄마에게 꾸중을 들을까 봐 겁났다고 말해 그 순진함에 사람들이 웃음을 짓기도 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모두 무사히 구조되어 웃는 얼굴로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사건 당시만 해도 생존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고 이들을 구조할 수 있을지 세계의 걱정이 집중되던 사건이었죠. 지난 6월 23일 선수 가운데 한 명의 생일파티를 위해 탐루엉 동굴에 들어갔다가 갑작스러운 폭우로 동굴 내 수로에 물이 불어나면서 이들은 밖으로 나올 수 없었습니다. 동굴 앞에서 팀원들이 타고 다니던 자전거와 가방, 축구화 등을 발견한 태국 당국은 이튿날부터 수색에 나섰습니다. 아이들과 코치는 실종 열흘째인 지난 2일 영국 잠수전문가들에 의해 동굴 안쪽 깊숙한 에어포켓 공간에서 생존이 확인됐던 바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아이들의 생존을 확인한 태국 당국은 전 세계와 공조를 통해 이들의 구조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아이들의 생존을 확인한 사람이 영국 잠수 전문가들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미 공군 구조대원 30명을 비롯한 동굴 잠수 및 구조 분야에서 활동하는 세계적 전문가들을 불러모았습니다. 한편 이 아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태국 정부는 통상 외교관에게만 부여하는 면책특권을 약속하며 세계에서 전문가들을 초빙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동굴 잠수 및 구조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호주의 의사 해리스와 2명의 보조 인력을 초청했는데요, 그들이 임무에 최선을 다했지만 일이 잘못됐을 경우 명시적으로 보호를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에 응한 해리스는 4km가 넘는 구간을 잠수해 들어가 아이들의 건강 상태를 점검했고, 그의 진단 결과는 생존자들의 구조 시기와 순위를 정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쓰였습니다. 태국 당국은 동굴 곳곳에 고인 물을 빼내는 한편 아이들에게 수영과 잠수장비 이용법을 가르친 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3일에 걸쳐 안전하게 전원을 구조하는 쾌거를 올렸습니다. 


출처 - 뉴시스


동굴에서 종유석에 맺힌 물만 먹고 살아 2kg 정도 체중이 줄고 기력이 없긴 했지만 아이들의 생명에는 이상이 없었다고 하죠. 이는 당시 아이들과 같이 갇혔던 엑까뽄 코치가 아이들을 잘 돌보며 살아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엑까뽄 코치는 음식물을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자신은 굶은 채 구조를 기다렸습니다. 이 때문에 발견 당시 건강 상태가 가장 나빴던 것으로 알려졌죠. 살신성인하며 아이들을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돌본 엑까뽄 코치는 아이들이 모두 무사히 구조된 다음 마지막으로 동굴을 나왔습니다. 이런 미담 때문인지 엑까뽄 코치는 태국의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런 그가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할머니와 함께 무국적 난민이 되었다는 사실이 또 한 번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했죠.


출처 - JTBC

 

태국 동굴에 갇힌 유소년 축구팀을 무사히 구조하는 과정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습니다. 정부의 빠른 대처, 적확한 판단을 내린 전문가, 사건 현장에서 아이들을 돌본 코치의 살신성인 등을 보면 세월호 참사와는 거의 정반대일 정도로 훌륭한 대응이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19일 법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가 초동 대응과 구조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며 국가가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4년여 만에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겁니다. 대처를 제대로 하지 않고 피해를 키운 정부와 해경, 무리한 증·개축을 한 청해진 해운, 사고 당시 단원고 학생들을 버려두고 제일 먼저 달아난 선원들과 선장 같은 탐욕스러운 어른들, 제대로 된 대처와 피해 보상을 등한시했던 정치권과 공권력 등등, 이 모든 대응에 국가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겁니다.


출처 – 연합뉴스


태국 정부와 사회, 그리고 언론은 동굴에 갇힌 아이들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침착함을 유지했습니다. 구조에 관계없는 사람의 출입을 제한하고, 감정적인 보도가 이뤄지지 않도록 정보를 통제했습니다. 태국 정부는 구조 작업 과정에서 구조대원 1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차분함을 유지했습니다. 나롱싹 오소따나꼰 치앙라이주 주지사는 실종사건 도중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하지만 태국 정부는 현장 책임자였던 그에게 계속 지휘권을 부여하며 구조 과정을 책임지도록 했습니다. 그는 다국적 구조팀을 지휘하는 책임자로서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태국 정부는 순조롭게 구조가 이뤄지는 와중에도 구조된 아이들의 이름조차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구조되지 못한 소년들의 가족이 겪을 수도 있는 감정적인 동요나 혼선을 막기 위함이었습니다. 

 

출처 - 뉴스1

 

소년들의 가족들도 구조 순서를 일절 묻지 않는 성숙한 자세로 구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고 합니다. 동굴 속에 갇힌 태국 소년 중 한 명인 나이트의 가족을 취재한 AFP는 그의 생환을 기원하며 생일 파티를 열 수 있기를 기도하는 나이트의 동생의 목소리를 소개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오빠가 살아 돌아올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냉장고 안에 둔 케이크를 버리지 않았다." 나이트라는 별명을 가진 소년은 실종 당일인 지난 6월 23일 17세 생일을 맞았다고 하죠. 가족들은 구조 작업이 성과 없이 흘러갈 때도 그가 살아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출처 - phonphotchanan jitasa

 

태국 치앙라이주 정부는 과도한 대중의 관심이 아이들에게 초래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18일 열린 인터뷰 이후 아이들은 물론 가족들 또한 언론 인터뷰에 일절 응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생환자와 가족의 생활을 방해하는 경우 아동보호법에 따라 기소될 수 있다는 경고를 잊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깔끔한 마무리입니다.

 

출처 - MBC

 

하지만 우리는 어땠습니까? 생각비행은 세월호 참사 당시와 그 이후 구조 과정에서 드러난 언론과 방송의 보도 행태를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주류 언론이라는 기사를 통해 질타한 바 있는데요, 권력과 자본에 굴복한 언론과 방송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사고 당시부터 오보를 속출하고 감정적이고 선정적인 보도 경쟁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어둡게 했습니다.

 

출처 - MBC

 

JTBC는 세월호 참사 당시 뉴스특보를 전하며 생존 학생과 인터뷰를 시도했습니다. 끔찍한 일을 겪은 당사자에게 절대적 안정이 중요한 순간에 피해생존자를 생방송으로 인터뷰한 것부터가 잘못이었습니다. 문제가 지적되자 JTBC 측은 이에 대해 공식 사과했지만 인터뷰를 시도한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한 취재행위였습니다. 한편 공영방송 MBC는 세월호 희생자의 대다수를 차지했던 단원고 학생들의 여행자보험을 들먹이며 사고 피해자들이 받을 보험금을 소개하는 어처구니없는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그러고도 MBC는 사과조차 하지 않았죠. 

 

출처 - 아이엠피터

 

일부 언론과 방송은 피해생존자들에게 세월호 내에서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을 요구하기도 하는 등 재난보도 준칙을 어기는 행위로 질타를 받았습니다. KBS는 박근혜 정권의 눈치를 보며 권력에 굴복하여 세월호 참사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기레기(기자+쓰레기) 취급을 받았고, KBS와 MBC 내부에서 정권과 권력에 항의하며 진실을 전하려 했던 기자들과 PD들은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반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2014년 4월 17일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세월호 사건을 취재하는 언론들의 무분별한 취재경쟁을 중단하고 취재와 보도에 신중을 기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언론이 재해보도준칙에 입학하여 다음의 원칙을 준수하라고 요구했습니다. 

 

- 신속한 보도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 감정적, 선정적 어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 피해 상황을 반복, 중복하여 보도하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
- 피해 상황을 전달하는 것보다 구조대책 및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추가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보도에 주력해야 한다.
- 보도는 피해자를 안심시키는 내용이어야 하며, 피해자와 유족, 피해생존자의 명예, 사생활, 심리적 안정을 보호하는 것이어야 한다.
- 피해생존 청소년과 아동에 대한 취재는 엄격히 제한되어야 한다.
- 공익에 상당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피해자와 유족, 피해생존자를 담은 근접촬영 화면의 사용은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4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겨우 국가가 책임을 인정하는 형국입니다. 태국 동굴소년 구조와 세월호 구조, 과연 무엇이 달랐을까요? 2018년 현재 대한민국은 달라졌을까요? 두 사건의 교훈을 곱씹어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매니저와 연예인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해 인기를 끈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 제작진이 사용한 세월호 참사 뉴스속보 장면이 계속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방송국에 일베는 없다는데 세월호 유족들은 언제까지 모욕을 당해야 하는 걸까요? 

출처 - MBC


일베에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분들을 어묵에 비유하는 악플을 달아 큰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MBC 파업으로 인한 불법 퇴직자 신분에서 사장으로 돌아온 최승호 씨가 사장이 된 후에 전참시 사건이 일어나 큰 실망감을 안기고 있습니다. MBC 현장에 이명박근혜 정권 당시 방송을 장악하려던 인원이 아직 많이 남아 있거나 아니면 더 끔찍한 얘기가 되겠지만, 이제 딱히 일베가 아니어도 일베의 인터넷밈을 재미로 소비할 정도로 심성이 무뎌진 사람들이 늘었다는 소리겠죠. 제작진 단톡방에서 세월호 영상인데 써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 제기가 있긴 했으나 모자이크 했으니 그냥 재미로 써도 되겠지 라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대목을 보면 소름이 돋습니다.


출처 - 뉴스엔


전참시 사태로 인해 세월호 유족과 가깝게 지내던 이영자 씨는 큰 충격을 받고 방송 녹화 불참을 선언했으며 프로그램도 결방에 들어갔습니다. 인기 있던 예능이었던 만큼 사회적 비난이 일어나고 점점 일이 커지자 MBC 최승호 사장은 사과와 함께 1차 진상 조사를 벌였습니다. 일이 커진 만큼 MBC 내부 인원뿐 아니라 세월호 유족 변호를 해온 오세범 변호사가 포함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고 하죠. 하지만 1차 진상 조사는 실망스러웠습니다. 전참시 제작진은 피해자와 유가족을 모욕하고자 하는 의도로 문제가 된 화면을 사용하지 않았고 제작 과정에서 일어난 단순한 실수였다는 겁니다. 책임을 져야 하는 엄중한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 많이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 때문일까요? 여론이 더욱 악화되면서 세월호 유가족들의 언론에 의한 2차 피해 토론회에서 이 문제가 성토되었죠. 2차 진상조사가 끝나고 최승호 사장은 페이스북에 전참시의 세월호 참사 희화화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 결과를 보고하며 제작진과 관리 책임자들을 처벌하겠다고 피력했습니다. 최승호 사장 스스로도 제작진의 고의성이 없었다는 조사 결과가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에 대해 당연한 반응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자신도 몇 번이고 그부분을 되물었지만 누구 한 사람의 고의적 행위가 아니라 MBC의 제작 시스템, 제작진의 의식 전반의 큰 문제를 드러냈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제작진은 물론 감독 책임이 있는 본부장에 이르기까지 징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간이 지나 이슈에서 멀어졌다고 솜방망이 징계로 끝내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빕니다.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지난 5월 10일 4년 만에 세월호 선체를 바로 세우는 데 성공했습니다. 다음 달이면 4층 좌현과 기관구역 수색도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세월호가 바로 섰다고 우리 사회의 세월호에 대한 인식이 단번에 바로 서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전참시 사건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방송은 앞으로 세월호 영상을 사용할 때 유족 김미나 님의 얘기를 떠올려야 할 것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세월호가 가라앉고 있는 영상, 물론 세월호 사건을 알리기 위해서는 여러분이 그 장면을 쓰셔야겠지만 그 영상이 바로 우리 아이들이 몸부림치는 장면이라는 것을 알면서 썼으면 좋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잃어버린 7시간에 대한 봉인이 풀리고 있습니다. 지난 28일 청와대 캐비닛 문건 의혹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 발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간 잃어버린 7시간에 대한 숱한 루머가 있었죠. 정윤회와의 밀회설, 종교의식 참석설, 프로포폴 투약설, 미용 시술설 등 온갖 추측과 보도가 난무했습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 발표로 드러낸 진실의 일부를 보면 어떤 의미에서 루머보다 더 황당합니다. 박근혜는 최순실이 데리러 올 때까지 그냥 멍하니 있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다녀온 일정 외에는 종일 관저에 머물렀고, 최순실과 미용사 등을 제외한 외부인은 출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동시에 당시 박근혜의 청와대와 김장수, 김기춘, 김관진 등 연루자들이 입을 맞추고 문서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검찰은 대통령 보고 및 지시 시간을 임의로 바꾸고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무단 수정한 김장수, 김기춘, 김관진 등을 재판에 넘기고 그 밖에 해외로 도주한 부역자들도 적색수배 등을 내렸습니다.


출처 – JTBC 유튜브


무엇보다 박근혜가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에게 구조를 전화로 지시한 시각은 오전 10시 15분이 아니라 골든 타임이 지난 10시 22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첫 서면 보고도 10시 19~20분으로 드러났고요. 탄핵 이전 10시에 첫 서면 보고가 들어갔다는 주장과 10시 15분에 첫 전화 지시가 있었다는 당시 박근혜 청와대의 이야기는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세월호 탑승객이 외부로 마지막 문자 메시지를 보낸 시각이 10시 17분이었으니 이미 배가 전복되어 구조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을 때에야 비로소 박근혜와 청와대는 꿈지럭거리기 시작했던 겁니다.

 

더 참담한 건 김장수 전 실장이 박근혜에게 전화를 2번 했으나 받지 않아서 안봉근 전 비서관이 차를 타고 관저로 가서 직접 침실 문을 두드리자 그제야 박근혜가 밖으로 나왔다는 겁니다. 박근혜는 정말로 무슨 생각으로 대통령이 되고 청와대에 있었던 건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진실은 이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관련 첫 보고와 지시 모두 세월호 구조의 골든타임이 지난 시각이었습니다. 또한 실시간으로 11회 서면보고했다는 것도 거짓입니다. 늦은 오후와 저녁에 2회에 걸쳐 출력 보고한 게 다였습니다. 이 모든 상황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거합니다.

 

사고 당일 오후 2시 15분 최순실이 청와대 관저에 들어와 박근혜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등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와 최순실 그리고 문고리 3인방의 5인 회의가 개최되어 박근혜가 중대본부를 한 번 방문하도록 하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하죠. 이때 나온 작품이 박근혜의 올림머리입니다. 그리고 중대본을 방문한 박근혜는 "구명조끼 입었는데 그렇게 발견이 힘듭니까?" 하고 질문했습니다. 

출처 - 부끄러운 이명박근혜 9년

 

탄핵심판 과정에서 박근혜는 세월호 7시간 의혹과 관련해 당일 간호장교와 미용사를 제외하고 어떤 외부인도 관저에 들어온 사실이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 상황에서까지 최순실과 국정농단의 실체를 숨기려 든 겁니다.


출처 - 한겨레

검찰의 수사 발표를 접한 세월호 유가족들의 반응은 분노 속에서도 황당하다는 반응과 함께 그럴 줄 알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검찰의 수사 발표를 통해 드러난 사실은 청와대와 박근혜에게 세월호 참사는 중요하게 다뤄지는 일이 아니었고, 박근혜 개인의 일탈을 숨기기 위해 국가기관이 나서서 공문서와 여론을 조작하는 일이 더 중요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검찰 수사 결과 외에 참사 원인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의 지휘 체계가 어떻게 개입했는지 수사가 더 진전되어야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세월호 변호사로 국회의원이 된 박주민 의원은 박근혜의 7시간 중 4시간의 행적은 의혹이 남는다고 했습니다. 2014년 4월 들어 박근혜는 수요일엔 무조건 쉬어야 한다고 했다는데 공교롭게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4월 16일도 수요일이었습니다. 쉬느라 늦게 일어났더라도 어쨌든 안봉근 비서관이 침실에서 불러낸 10시 남짓부터 오후 2시 최순실이 올 때까지의 4시간의 행적은 이번 발표로도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다음 달이면 세월호 참사 4주기가 됩니다. 그날의 진실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지만 정확한 실체가 드러나지는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억울함도 풀리지 않았습니다. 미진한 박근혜 4시간의 행적과 공문서 조작 등과 관련한 여죄를 검찰이 명명백백하게 풀어내야 할 것입니다.

박근혜는 탄핵당했지만 정부의 무능함과 그 무능함을 덮기 위한 사악한 면모가 이제야 선명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청와대는 2014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당시 박근혜 정부가 상황 보고일지 및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각각 사후에 조작 및 불법 변경한 정황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뉴스1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12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지난달 27일 국가위기관리센터 내 캐비닛에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불법 변경한 자료를 발견했고, 11일에는 안보실 공유 폴더 전산 파일에서 세월호 사고 당일 세월호 상황보고 일지를 사후 조작한 정황이 담긴 파일 자료를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뉴시스


이로 인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최초 보고를 받은 시점이 당시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밝힌 4월 16일 오전 10시가 아니라 30분 이른 시간인 오전 9시 30분으로 드러났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 같은 사후 조작은 탄핵 정국에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변명처럼 밝힌 오전 10시 최초 보고 10시 15분 첫 지시의 앞뒤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사실대로 9시 30분에 첫 보고를 받았다면 1분 1초가 급한 상황에서 박근혜는 45분이나 아무런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는 게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국가적 참사를 앞에 두고 당시 청와대가 사후에 임의로 박근혜에게 보고한 시간을 늦추도록 조작한 셈입니다. 이에 따라 박근혜 구속 연장에 대한 논란을 앞두고 탄핵의 촉발제 중 하나였던 '박근혜의 잃어버린 7시간'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SBS


또한 세월호 사고 당시 시행 중이던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에 '청와대 국가안보시장이 국가위기상황의 종합관리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고 명시돼 있던 것을 3개월 후인 7월 말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법적으로 변경한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정부의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재난 관련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가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로 그 대목입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청와대가 국가위기 상황 컨트롤 타워라는 기본지침 항목을 삭제해버리고 국가위기 관련,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수행을 보좌한다는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임의 수정했습니다.

 

또한 이 위기 상황의 관리현황을 국가안보실에 제공한다고 되어 있는 기본지침도 안보 분야일 경우에만 국가안보실로, 재난 분야는 안전행정부에 제공한다고 멋대로 수정해버렸습니다. 당시 김기춘이 세월호 국정조사에 출석해 법적으로 재난 종류에 따라 지휘 통제하는 곳이 다른데 청와대는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작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무능으로 빚어진 참사를 감추기 위해 불법으로 법을 고쳐버리는 말도 안 되는 비행을 저질렀습니다. 박근혜 정권은 굳이 최순실이 아니더라도 차고 넘칠 정도로 국정을 농단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지난 5월, 세월호 미수습자 9명 중 3년 만에 유해를 찾은 이영숙 씨의 영결식이 오늘(13일) 전남 목포신항에서 치러집니다. 이영숙 씨는 당시 제주도에 직장을 잡은 아들과 수년 만에 함께 살기 위해 짐을 싣고 세월호에 올랐다가 불귀의 객이 되었습니다. 영면한 이영숙 씨뿐 아니라 참담하기 이를 데 없는 그 아들 앞에서 박근혜와 그 부역자들은 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이제는 역사 앞에서 진실을 밝힐 때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해결되어야 국정농단의 끝이 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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