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를 보내고 나온 한탄 중 하나는 난방비 폭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2~3배 오른 난방비가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인증글로 쏟아지며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죠.

 

출처 – 네이버 카페

 

민심이 들끓기 시작하자 정부는 지난 1월 27일 헐레벌떡 차상위 계층에 대한 난방비 절감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118만여 가구에 대해 올 겨울 한시적으로 에너지바우처 지원 금액을 기존 15만 2000원에서 30만 4000원으로 두 배 인상하는 방안이 골자입니다. 이와 별도로 사회적 배려 대상자인 160만 가구에 대해 가스비 할인 폭을 기존보다 두 배 늘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부의 브리핑 내용은 이전 정권 탓으로 점철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지난 26일 브리핑에서 "모든 국민의 난방비 부담이 확대돼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얘기해 설화를 자초했습니다. 

출처 - 굿모닝충청

 

에너지 비용이 오른 건 지난 2022년 초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이 크긴 합니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무기로 유럽과 서방을 위협해 가스 가격이 한때 폭등했으니까요. 하지만 2023년 새해 들어 전쟁 탓을 하는 건 1년 동안 손 놓고 놀았다는 소리밖에 안 됩니다. 국제천연가스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생 이전 가격인 3달러 초반으로 내려간 상태니까요. 전쟁 때문에 일시적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았던 거지 지금은 국제적으로 가격이나 수급이 원활한 상태입니다. 설령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해도 외교와 경제 역량을 동원해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비축물량을 풀어 가격을 조절하며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게 정부의 존재 이유 아닐까요?

 

출처 - YTN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2022년 한해 동안에만 도시가스 요금을 네 번 인상했습니다. 결국 올 겨울은 지난겨울에 비해 가스값이 무려 38.5%나 올랐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쓰는 난방, 온수 등 열 요금도 37.8%나 올라 체감상 난방비가 1년 만에 두 배 오른 꼴입니다. 중장기적인 대책 없이 손 놓고 놀다가 겨울이 되니 속 편하게 국민들한테 가스비를 올리는 걸로 해결하려 하다 반발에 부닥쳐 주춤하는 겁니다.

 

출처 - MBC

 

윤석열 정부는 가스비가 오른 것도 전 정부 탓이랍니다. 문재인 정권에서 탈원전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라는 거죠. 국민의힘도 똑같은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시행하지도 않은 탈원전 정책이 어떻게 가스값을 올릴 수 있을까요? 팩트는 오히려 탈석탄에 의한 가스 수요 상승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전 정부의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없더라도 1년이 지난 지금 전 정부만 탓하고 있다면, 이건 1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고 있었다는 걸 자인하는 꼴 아닌가요? 그런데도 이들은 부끄러움을 모릅니다. 국민 난방비를 보조하는 것을 두고 '에너지 포퓰리즘'이라는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2023년도 에너지복지사업 관련 예산을 500억 깎은 예산안을 들이민 국민의힘이 할 법한 소리입니다. 가난한 사람을 세금으로 도와주는 건 다 포퓰리즘이라는 얘기니까요.

 

 

아무튼 윤석열 정부는 올해 가스 요금 추가 인상을 예고한 상태입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도 않은 채 국민을 쥐어짜면 된다는 마인드죠. 그런데 정말 웃긴 것은 지난 1월 초 윤석열 정부가 산업용 도시가스 요금은 대폭 내렸다는 겁니다. 산업용 도매요금을 33.2550원/MJ에서 31.2843원/MJ로 인하해 부피 환산 인하폭은 1세제곱미터당 83.8원에 이릅니다. 우리나라 에너지 소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업용은 요금을 내려주면서 국민의 난방비는 치솟아도 방치합니다. 이런 행태는 개발지상주의 독재 시대와 다른 게 뭔지 모르겠군요. 국제가격이 올라 가스공사가 적자 보는 게 불가피하다면 물쓰듯 하는 기업들의 에너지 낭비부터 잡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출처 - YTN

 

하지만 난방비 폭탄은 그야말로 서곡에 불과합니다. 올해 전국 버스, 지하철, 택시 등 대중교통 요금이 줄줄이 인상됐거나 인상을 앞두고 있습니다. 서울은 1200원, 1250원이던 버스와 지하철 기본 요금을 4월부터 1600원, 1650원으로 크게 오를 예정입니다. 교통비 외에 상하수도료, 쓰레기 종량제 봉투 요금 등등 생활에 필수적인 부분의 인상이 예고된 지역도 적지 않아 체감물가 상승 폭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생활에 꼭 필요한 부분의 가격이 올라가면 식당을 비롯한 소상공인들의 상품이나 서비스 판매 가격도 따라 오르게 되어 있습니다. 물가 폭등으로 서민들의 신음이 더 커질 텐데, 윤석열 정부는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서민들 쥐어짜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올 초부터 혹독한 일의 연속입니다. 한숨이 더 커지는군요.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속담이 생각나는 새해 하루하루입니다. 지난 1월 12일 외교부와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으로 개최한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 토론회'를 두고 하는 소립니다. 그동안 루머처럼 돌던 윤석열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이 공개석상에 드러난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이건 박근혜 정부 당시 굴욕적인 위안부 합의를 빼다 박은 꼴이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 국장이 공개한 해법은 한마디로 정리하면, '일본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돈을 대신 내주겠다'는 것입니다. 관련 학계의 교수가 했다 해도 욕을 먹을 판국인데, 해당 부문 담당자가 나와서 직접 이렇게 이야기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지경입니다.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배상 판결을 받은 일본의 전범 기업을 대신해 제3자인 우리나라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한다는 걸 '해법'이랍시고 들이민 겁니다. 서민정 국장이 얘기한 내용은 일본 전범 기업을 대신해 한국 기업인 포스코가 낼 40억 원으로 갚아준다는 게 핵심입니다.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동의가 필요한 대위변제보다 피해자의 동의가 필요 없는 병존적 채무인수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직접적인 피해자들이 안중에도 없다는 사실을 보면 박근혜 정보 당시 위안부 합의를 되풀이한 것에 지나지 않는 형국입니다.

 

출처 - YTN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는 요식 행위는 하고 싶었나 봅니다. 지난 12일 공개토론회장에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발언을 위해 일부 참석한 상태였으니까요. 참석 자체가 굴욕이라고 생각한 일단의 피해자들은 불참을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당일 참석한 피해자 8명에게 주어진 발표 시간도 5분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 의견을 청취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요식 행위로 그들의 참석이 필요했을 뿐이었다는 걸 알 수 있죠. 결국 광주에 계신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인터뷰를 통해 그런 돈 받지 않겠다, 내가 동냥하는 사람이냐고 하며 명확하게 입장을 밝혔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강제징용 피해자분들의 요구는 배상금이 아니라 일본 전범 기업들이 그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라는 겁니다. 이는 기초적인 역사의식만 있어도 알 수 있는 문제일 테죠. 배상금 논의는 제대로 된 인정과 사과 그다음의 문제 아니겠습니까? 절차적 문제도 황당하기 이를 데 없지만,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내세운 해법의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일본 전범 기업의 강제징용 가해 책임을 면제해준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의 확정 판결의 취지는 일본의 식민지배하에 일본 기업이 벌인 강제 노동에 대해 가해자인 일본 기업이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위자료를 가해자가 아니라 제3자가 지급한다면 대법원 판결을 무력화하는 셈이 되고 일본 기업은 손도 안 대고 코 푼 격이 되지 않겠습니까?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게 일본은 대체 어떤 의미이길래 피해자는 물론 사법부의 판결까지 무시해가며 남의 나라 일본의 구둣발을 핥는 걸까요? 

 

출처 - JTBC

 

일본 언론, 특히 우익 언론들은 환영일색입니다. 《산케이신문》은 토론회 전인 1월 4일 '지난해 말 열린 국장급 협의에서 서민정 아시아태평양국 국장이 일본 쪽에 공청회와 공개 토론회 이후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수십 년을 견디며 역사적인 투쟁 끝에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최종 재판에서 승소했습니다. 피해자의 연대와 시민들의 지지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우리나라 정부가 이를 무력화하는 발표를 하고 있으니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겪는 분노와 억울한 심정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강제징용 문제는 단순히 빚을 청산하는 민사소송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 우리나라가 내린 사법 행위가 실제로 구현된다는 본보기를 보여야 하는 사법 주권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윤석열 정부의 외교 참사에 대해 국민의 여론이 싸늘하다는 것입니다. 이번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 토론회'의 정부안에 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초 외교부의 생각은 12일 요식행위인 토론회를 끝으로 서둘러 일본에 최종안을 갖다 바치는 것이었겠죠. 하지만 피해자와 관련 단체는 말할 것 없고 일반 국민의 여론이 이렇게 차가울 줄 몰랐나 봅니다. 토론회 직후 주요 언론이 내놓은 사설을 보면 정부안을 지지하는 건 《조선일보》, 《문화일보》 정도밖에 없습니다. 좌우를 가지리지 않고 정부안이 미흡하거나 반대한다는 사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가해자인 일본 전범 기업의 책임을 분명히 하지 않는 안은 국민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신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외교부는 이번 토론회가 최종안은 아니라고 한 발 뺐습니다.

 

출처 - JTBC

 

결국 공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넘어갔습니다. 피해자의 동의가 필요없는 제3자 대리 변제 방식의 강제 징용 해법을 밀고 나갈지 말지 결정하는 건 최종 결정권자의 몫이니까요. 취임 첫해 지지율이 30%를 간신히 넘긴 대통령이 이런 결정을 내린다는 게 말이 되는 상황인가 싶습니다. 불행하게도 현재 대통령은 윤석열이고, 2015년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버금가는 외교적 참사가 될 강제징용 대리 변제를 하고도 남을 위인이죠.

 

출처 - 노컷뉴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속담이 있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각) UAE(아랍에미리트)에서 파병된 아크부대 장병을 만나던 중 "UAE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다"라며 "UAE는 우리의 형제 국가다. 형제국의 적은 우리의 적"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이란을 한국의 적으로 규정한 것이죠.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즉각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적국'으로 규정된 이란이 가만히 있을 리 없죠. 이란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나세르 카나디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6일(현지시각)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UAE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연안국가들과 이란의 역사적이고 우호적인 관계와, 신속하고 긍정적인 발전에 대해 무지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라고 직격했습니다.  

 

출처 - KBS

 

이란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비외교적'이라고 비판하며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요구했습니다. 지난 16일(현지시각) 이란 국영통신 IRNA에 따르면, 나세르 카나디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윤 대통령의 최근 간섭적인 발언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카나니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과 UAE를 포함한 페르시안‧걸프만 국가 간의 역사적이고 우호적인 관계에 대해 완전히 무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또 긍정적인 발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습니다. 우리 외교부는 어떤 입장일까요?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 대통령께서 이란과의 관계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습니다. 이란도 우리의 발언의 취지를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이게 대한민국 외교부의 수준입니다.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네요.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미국 순방 중 했던 욕설 파문("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을 두고, 대통령실과 외교부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억지를 부리더니, 이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이 아예 없다는 식으로 해명하는군요. 이란과의 관계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고 하면서 이란이 발언의 취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니, 대체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요?   

 

출처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외교 참사를 일으켰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1월 18일 오전 국회 본청 당 대표 회의실에서 "이번 순방에도 어김없이 외교 참사가 발생했다"며 "형제국이라는 UAE를 난처하게 만들고, 이란을 자극하는 매우 잘못된 실언이다. 이란과의 관계가 악화되면 현지 교민들은 물론이고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우리 선박도 적지 않은 곤경을 당할 수가 있다"고 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도 1월 18일 오후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잇따른 외교 참사는 무지(無知)해서입니까, 아니면 무치(無恥)해서인가?"라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의 실언에 국격이 무너지고 대한민국의 외교력이 멍들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실언에 국격이 훼손된 또 한 번의 외교 참사"라며 "우리나라가 이란산 석유 수출대금 70억 달러를 동결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불필요한 오해를 키운 것도 국익에 해만 끼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잇따른 외교 참사는 무지해서입니까, 아니면 무치해서입니까?"라고 반문했습니다. 

출처 - 전북일보

윤석열의 외교 참사, 그 끝은 어디일까요? 국격을 땅에 떨어뜨리고 숱한 외교 참사를 일으키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묻고 싶습니다. 설익은 통치관, 왜곡된 역사관으로 역사의 시곗바늘을 되돌리고, 압수수색이 국가 통치 행위의 전부일 뿐인 윤석열 정부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겨도 되는 걸까요?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들끓는 민심의 후폭풍이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점을 말입니다.

1029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후 74일 만인 지난 1월 13일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특수본은 이태원 참사가 폭 3m가량의 좁고 가파른 내리막 골목에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넘어지면서 발생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오후 10시 15분 첫 넘어짐이 발생한 이후 약 15초간 뒤편에서 따라오던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전도되는 상황이 네 차례 이어졌고, 이 상황을 모르는 위쪽 인파가 계속 밀려 내려오는 상황이 10시 25분까지 10분간 지속되면서 10m에 걸쳐 수백 명이 겹겹이 쌓이고 끼이는 압사가 발생했다고 사건 개요를 설명했습니다. 이로 인해 158명이 사망하고 196명이 부상한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는 겁니다.

 

출처 - 연합뉴스

 

특수본은 이태원 참사로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6명을 구속하고 총 23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하지만 유가족은 물론 시민들의 분노를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 등 이른바 윗선은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기 때문입니다. 구속 영장 신청을 검토하던 김광호 서울 경찰청장에 대해서도 불구속 상태로 송치하기로 했습니다. 특정 지역의 안전관리는 자치경찰 업무인데 윤희근은 국가경찰 담당이라는 이유로, 이상민, 오세훈 등은 다중운집 위험에 대한 구체적 주의의무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혐의가 없다는 겁니다. 재난의 컨트롤타워가 이번에도 높은 분들은 아니었나 봅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사건 책임자 중 한 명인 용산구청장 등이 구속되기는 했지만, 당시 일선에서 손을 떨며 수습하던 소방관처럼 뭔가를 하던 사람들에게 죄를 돌리는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예방이나 사후 수습을 위해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이상민이나 오세훈 같은 '윗선'은 한 게 없으니 혐의도 없다는 이상한 결론을 내놓은 채 말입니다.

 

이태원 참사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입건한 주요 피의자

경찰: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13명 
소방: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이 아무개 현장지휘팀장 등 5명 
용산구청: 박희영 용산구청장, 유승재 용산부구청장 등 5명 
서울교통공사: 송은영 이태원역장, 이권수 동묘영업사업소장 등 2명 
행정안전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1명 
민간: 이 아무개 해밀톤호텔 대표 등 2명


특수본 수사 일지

2022년 
● 11월1일 특수본 출범 
● 11월2일 서울청·용산서·용산구청 등 압수수색 
● 11월6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6명 입건 
● 11월8일 경찰청장실·서울경찰청장실·용산경찰서장실 등 압수수색 
● 11월14일 소방노조, 이상민 행안부 장관 고발 
● 11월17일 행안부·서울시 등 압수수색 
● 12월1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경찰 관계자 구속영장 신청 
● 12월2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소환 조사 
● 12월5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구속영장 기각 
● 12월13일 ‘정보보고서 삭제 지시’ 혐의 박성민 서울경찰청 정보부장 등 송치 
● 12월20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경찰 관계자 구속영장 재신청,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구속영장 신청 
● 12월23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경찰 관계자 구속 
● 12월26일 박희영 용산구청장, 구청 관계자 등 구속 
● 12월28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구속영장 신청, 검찰 반려 
● 12월30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경찰관계자 4명 검찰 송치

2023년
● 1월3일 박희영 용산구청장, 용산구청 간부 등 4명 검찰 송치
● 1월13일 이태원 참사 수사 결과 발표

출처 - 시사IN

 

부끄러울 정도로 노골적인 꼬리 자르기였습니다. 그러면서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특수본은 경찰 감싸기에 적극적이었습니다. 국회 증언에서 소방대원이 참사 당시 경찰이 부족했다는 증언에 대해 열심히 반박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 수사 결과 발표 과정에서 어이없는 사실이 하나 드러났습니다. 이태원 참사 당시 용산구청 당직 근무자들이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인근에서 윤석열을 비판하는 전단을 떼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출처 - KBS

 

참사 당일 용산경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날 출근하니 윤석열을 비판하는 전단지와 손팻말 등을 제거해달라고 용산구청에 요청했습니다. 당직 직원은 거절했습니다. 저녁부터 이태원으로 밀려드는 인파와 차량 등으로 복잡하다는 민원이 쏟아져 들어와 이를 정비하기도 바쁜데 전단 제거할 시간이 어딨냐는 거였죠. 하지만 용산구청 비서실장이 재차 전단 제거를 요구한 탓에 결국 당직자 두 명은 이태원 인파와 차량 민원 처리대신 전단지 제거 작업에 투입됐습니다. 정작 해야 할 일은 못 하게 하고 윤석열 비위나 맞추려다 일을 키운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출처 - MBC

 

수사 결과 발표를 보고 시민과 유가족 들은 똑같이 분노했습니다. 이종철 10.29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장관, 시장, 지휘관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책임 인정과 사과가 그리도 힘듭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출처- 연합뉴스

 

분노한 유가족들은 지난 14일 시민추모제를 열고 특수본 수사 결과를 비판하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습니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씨였지만 세 번째를 맞은 시민추모제에 수백 명의 시민이 참여했습니다. 이종철 대표는 특수본 수사 결과는 우려했던 것처럼 윗선에 대한 수사를 시도도 못하는 셀프 수사의 한계를 보여줬다며 꼬리 자르기식, 목표를 정한 적당한 수준의 수사로 마무리됐기에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한 지난 13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태원 사태 등으로 작년 4분기 경제지표가 나쁘게 나왔다"고 망언을 한 것에 대해 정부에서 경제를 내팽개쳐 바닥을 찍어놓고 이태원에서 희생된 아이들에게 떠넘긴다며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결과가 나왔지만 아무것도 제대로 밝혀진 게 없는 꼬리 자르기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한국은행 총재의 망언처럼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는 계속되고 있고요. 특수본의 한계가 명확해진 만큼 특검 등 제대로 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관심을 보여야 하겠습니다.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시도하는 언론 길들이기가 성과(?)를 내고 있는 걸까요? 보도채널인 YTN이 최대 위기와 마주하게 됐습니다. 지난 2일 YTN 우장균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그동안 공적 소유 체제로 유지된 YTN 지배구조서 변화 가능성으로 인해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와 마주하게 됐다"라고 밝혔습니다. YTN 공기업 지분 매각 방침이 정해지면서 이로 인한 YTN 사영화(민영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우장균 사장은 "정부가 주도하는 YTN 지배구조 변화 과정이 지금껏 쌓아온 YTN의 공공성을 해치거나 구성원의 이익이 침해되는 결과로 귀결되지 않도록 좌고우면하지 않고 담대하게 대응하겠다"라고 대응 방향을 제시했는데요, KBS, MBC, 연합뉴스TV와 함께 4대 공영방송으로 분류되던 YTN이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출처 - YTN

 

2022년 11월 23일 YTN의 지분 21.43%를 가지고 있는 최대주주 한전KDN이 이사회를 열어 YTN 지분 매각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에 앞선 11일 기획재정부가 한전KDN과 한국마사회(9.52%)가 보유한 YTN 지분 총 30.95%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따른 행보였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자본 잠식에 빠져 공기업에 지분을 넘겨 공영화된 YTN이 이제 다시 민간의 손에 넘어가게 된 것입니다. 정부가 YTN 매각을 위해 주관사를 선정하는 절차에 돌입해 이르면 9월쯤 YTN의 새 주인이 결정될 예정입니다.

 

출처 - MBC

 

성장세를 보이던 YTN 지분을 팔려고 내놓는 건 정부로서는 손해를 보는 일입니다. 이 때문에 전국언론노조 YTN지부는 졸속으로 지분을 처분하려는 건 윤석열이 특정 자본에 특혜를 주기 위해서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윤석열이 사사건건 자신에게 딴죽을 거는 YTN을 말 잘 듣는 '기레기'로 만들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출처 - YTN

 

실제로 2022년 11월 18일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한 방송에서 "YTN은 민주당 편에 섰다. 반성해야 한다"며 그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또한 YTN 사영화 논의가 가시화하자 윤석열과 국민의힘의 입장을 받아쓰기해주는 《한국경제》가 YTN 지분을 5%가량 공개 매수하는 등 인수에 적극적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2년 10월 4일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한전KDN이 보유한 YTN 지분의)무리한 매각 압박의 배경에는 산업통상자원부 혁신TF 민간위원 구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민간위원 과반수가 정부·여당 소속이거나 민영화론자, 또는 한국경제신문과 밀접한 인사들로 구성된 문제"라고 짚었습니다. 《한국경제》는 9월 16일 YTN 지분을 5%까지 추가 매입했으며, 공교롭게도 같은 날 한전KDN이 YTN 지분 매각 관련 의견을 수정했죠. 지분을 5% 이상 보유할 시 내부경영상황을 열람할 수 있어, 《한국경제》가 YTN 인수를 위한 사전작업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출처 - 국회방송

 

《한국경제》는 그동안 사설을 통해 공공기관 개혁과 관련해 '민영화' 불씨를 키워왔습니다. 《한국경제》 지분 79%는 범현대가·삼성·SK·LG와 같은 4대 재벌그룹이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도 역시 다른 대기업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한국경제》는 재벌 그룹의 입장을 대변하는 언론사인 셈이죠. 한편 《한국경제》 김정호 사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충암고 동기입니다. 장관부터 온갖 주요한 자리를 자기네 사람으로 심는 데 혈안이던 윤석열이 YTN을 《한국경제》에 넘겨주려 한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상황 아닐까요? 시장에서도 YTN의 새 주인은 인수의사로 보나 현 정부의 필요로 보나 《한국경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출처 - 한겨레21

 

2022년 11월 22일부터 12월 3일까지 YTN 사내 게시판에서 기자들은 기수별 성명을 잇따라 게재했습니다. 입사 2년 차 기자부터 18년 차 기자에 이르기까지 총 7개 기수별 성명이 올라왔고, 개인 성명을 올린 기자도 있었습니다. 릴레이 성명에 이름을 올린 기자는 모두 100여 명에 달했습니다. 이들은 '민영화를 단호히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민영화 이후 예상되는 구조조정과 사주에 의한 보도개입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아울러 기재부가 발표한 지분 매각 자체가 윤석열의 우리편 방송 만들기를 위해 기획된 마당에 선한 자본이 회사를 인수할 가능성 따위는 없다며 사영화는 자본의 보도개입을 일상으로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한국마사회 이사회에서 YTN 지분 매각을 논의한 지난 12월 21일 YTN뿐 아니라 한국마사회 노조도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YTN 지분 졸속 매각과 관련해 규탄 성명을 냈습니다. 한국마사회 노조는 상급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사실상 YTN 지분 매각을 강요했다며 군사정권 때 하던 일과 뭐가 다르냐며 규탄했습니다. 이 사태의 배후는 대통령실임이 너무 선명하고 언론을 장악할 명분이 필요했는데 그 껍데기로 내세운 게 공공기관 경영 합리화라며 이번 YTN 지분 매각이 재벌 방송을 만드는 데 쓰이면 민주주의가 위태로워진다고 강조했습니다.

 

출처 - 깨알뉴스

 

YTN은 <돌발영상>을 비롯하여 윤석열, 국민의힘과 자주 충돌해왔습니다. 언론의 비판에 대해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면 반성하고 고쳐야겠지만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비판 세력을 뭉개버리기로 작정했습니다. 지난해 11월 22일 서울시의회는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주요 프로그램 성향을 놓고 서울시와 갈등을 빚어온 독립 출연기관 교통방송 TBS의 출연금을 요청액의 반토막 수준인 232억 원으로 깎았습니다. 이것도 모자라 2024년부터 TBS 출연금을 없애는 조례안도 통과시켰죠.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비판적인 언론의 돈줄을 죄어 죄다 망가뜨리겠다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이런 행보는 이명박 정권 당시 MBC를 망가뜨리던 상황을 떠오르게 합니다. 하지만 탄압을 딛고 일어선 MBC는 윤석열과 국민의힘과 척을 지고 있지만 상승세를 보이고 있죠.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MBC의 월평균 메인뉴스 시청자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그간 2위이던 SBS 뉴스까지 끌어내리며 KBS 뉴스에 이어 MBC 뉴스가 2위로 등극했습니다. 유튜브에서는 MBC의 강세가 독보적입니다. 2022년 8월 31일부터 11월 28일까지 3개월간 MBC 유튜브는 구독자 286만 명, 누적 조회수 12억 6000만 회를 넘겼습니다. 같은 기간 SBS가 구독자 305만 명에 조회수 5억 5000만 남짓, JTBC가 구독자 259만 명에 5억 3000만여 조회수, KBS가 구독자 198만 명에 4억 6000만 남짓인 걸 보면 MBC의 상승세가 어느 정도인지 드러납니다. MBC의 인기는 공교롭게도 윤석열의 지지율 폭락과 반비례 관계에 있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불의에 맞서 공정한 보도를 하는 언론에 대해 국민이 정당하게 지지한다는 방증 아닐까요?

 

출처 - MBC

RTK뉴스

 

YTN 공적 지분 매각은 윤석열 정부의 '언론 길들이기' 일환이며, YTN 지분 매각으로 경제적인 실리를 얻지도 못했습니다. 언론 장악의 외주화가 그 실체일 뿐입니다. 대통령 취임 후 기자들과의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6개월 만인 지난 11월 중단하더니 MBC를 탄압하며 국민과의 소통을 단절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막을 올린 윤석열 정부의 사영화에 대해 시민들이 감시를 늦춰서는 안 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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