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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물/바다소풍30

《오동명의 바다소풍 16》인심(人心)으로 나는 여름 바다로 가려면 올레길을 지나야 합니다. 바다에 닿기 전에 먼저 만나는 사람들.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날 오후, 동네 어귀 팽나무 아래 정자에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동생과 더위를 나고 있습니다. 아이들 곁에는 진짜 옛 장군이 들었을 법한 창과 방패를 지닌 장수풍뎅이가 놓여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장수풍뎅이여서 모조품이 아닐까 싶어 물었습니다. “어디서……?” 밭에서 따온 마늘을 다듬고 있던 아이들 엄마가 마늘을 든 손으로 가리킵니다. 뒷산, 오름입니다. 그곳엔 많다는 얘기인 듯합니다. 바다로 가던 걸음을 멈추고 동구(洞口) 정자에 털썩 주저앉아 아이들과 놉니다. 아이들의 노는 소리를 들으며 더위를 식힙니다. 가려던 바다를 잊고 마시던 커피를 펜에 찍어 아이들을 그려봅니다. 바다에서 건너왔을까. 오름에서 내려왔.. 2011. 7. 25.
《오동명의 인생사계 8》 달력 만들기 2011. 7. 22.
우연히 찾아온 일상의 기쁨, 길고양이 '연이' 이야기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저희 블로그에 글을 연재하시는 오동명 선생님께서 최근 우연히 입양하게 된 길고양이와 맺은 인연을 글로 엮어 보내주셨는데요, 그 내용이 재미있어서 여러분께 공개합니다. 최근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한편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소식도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오동명 선생님의 글을 보며 이 땅 위에 있는 그 어떤 생명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연히 찾아온 일상의 기쁨, 길고양이 '연이' 이야기 - 1 - “연이라고 이름을 지었단다.” “연이? 왜?” “인연을 맺었으니까. 처음엔 '인연이'라고 했는데 발음을 해보니 이상하게 들리더라. 그래서 줄였어.” 어떤 인연이었기에…. - 2 - 살고 있는 서울의 한 오피스텔 지하에 쓰레기를 버리러 .. 2011. 7. 17.
《오동명의 바다소풍 15》이제 쉬어, 이제 가자 이튿날 아침 바다산책 때 어제 본 무동연인을 같은 바닷가에서 만났습니다. 아주 오래 전 갓난 아들의 겨드랑이에 두 손을 넣고 들어주던 장난을 이번엔 그들이 바닷가에서 즐기고 있었습니다. 두 달 전 서울에 올라가서 중간고사 준비하느라 애쓰고 있는 다 큰 아들을 들어 안아주려 했더니, 피하더군요. “남세스럽게….” 허락했다 해도 아마 들어주지 못했을 겁니다. 몸무게는 나만 못하지만 머리 하나는 더 크게 훌쩍 자란 아들을 이 짧은 팔로는 이젠 들 순 없을 테니까요. 젊은 연인이 부러워서 다시 어제처럼 힐끔 남상거립니다. 그들의 시간이 한없이 부러워서 또 어제처럼 힐끗 기웃거립니다. 지난 시간들, 지나가버린 것들을 힐끔거리고 힐끗거리는 거겠지요. 쉬라는 여자의 말이 들려옵니다. 땅에 발을 딛는 여자의 몸이 불편.. 2011. 7.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