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를 세계에 알린 택시운전사, 선한 영향의 힘!

한때 "크리스마스는 케빈과 함께, 추석은 성룡과 함께"라는 말이 있었죠. 우리나라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영화 〈나홀로 집에〉가 크리스마스 철마다 재방송됐던 반면 영화배우 성룡은 추석마다 새 영화와 함께 등장하곤 했습니다. 고난도 무술 동작과 우스꽝스러운 개그로 놀라움과 유쾌함을 전해주던 그의 스턴트 액션 장면을 다들 좋아했죠.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2019년의 성룡은 한국 사람들에게조차 실망의 대명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홍콩 시위를 폄하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홍위병이라는 게 현재 성룡의 꼬리표이기 때문이죠. 여기에 중국 출신의 K팝 스타들마저 가세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엑소의 레이, 에프엑스의 빅토리아, 우주소녀의 성소, 세븐틴의 디에잇, 갓세븐의 잭슨 등이 자신의 웨이보에 중국 정부를 지지하며 홍콩은 부끄러운 줄 알라는 게시물을 올려 한국에서도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출처 - 인스타그램


반대로 홍콩 느와르 시절 시대를 풍미했던 영화 〈영웅본색〉의 주인공 주윤발은 검소한 삶과 홍콩 시민과 함께하는 지지 발언으로 과연 '대형'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일부이긴 하지만 여전히 홍콩과 함께하는 스타들도 있고요.


출처 – 아비정전


TV에서 홍콩 시민들이 공항에 잔뜩 몰려 출국을 기다리던 장면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홍콩이 영국에 반환되는 1997년즈음이었습니다. 공항에서 인터뷰에 응하던 사람들은 아마 반환에 반대해 외국으로 떠나는 중이었을 겁니다. 아편전쟁에서 승리한 영국이 99년간 임차한 홍콩을 드디어 중국에 반환한다고 기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중국 공산당이 자행한 천안문 사태의 끔찍함을 지켜본 홍콩 사람들은 홍콩의 미래를 두고 걱정이 앞섰을 겁니다. 운 좋은 사람들은 그나마 외국으로 떠날 수 있었겠지만 대다수 평범한 홍콩 사람들은 그러지 못했으니까요.

 

출처 – 중경삼림


그 당시 홍콩 사회의 불안감은 〈아비정전〉이나 〈중경삼림〉 같은 영화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습니다. 장국영, 주윤발, 유덕화, 양조위 등등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었던 홍콩 느와르의 주인공들은 그런 세기말의 위태로운 홍콩이 만들어낸 스타들이었습니다. 당시 홍콩 영화는 한국 영화 팬들과 감독들에게 하나의 이상향이었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그 위태로움을 함께 느끼며 그들을 사랑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작 홍콩이 반환된 1997년부터 홍콩 느와르는 쇠퇴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서는 IMF 사태가 터져 외국을 신경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서서히 홍콩을 잊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홍콩 반환으로부터 22년이 지나고, 홍콩 시위가 100일을 넘긴 지금, 홍콩 사회가 한국 영화를 소환하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오후 홍콩 시위대는 일정을 공유하는 SNS에 영화 포스터 한 장을 올렸습니다. 강동원이 고 이한열 열사로 분한 영화 〈1987〉이었습니다. 하늘을 형해 주먹을 쥐며 군부독재 몰아내자고 외치는 장면을 포스터화했는데 홍콩에서는 민주화를 쟁취한 〈1987〉이 우리의 미래라며 거리 상영회를 할 것을 예고했습니다. 쌈써이포역에서 시작된 조촐한 상영회는 검은 옷의 젊은이들과 양복을 입은 직장인들이 모여들어 순식간에 100명을 훌쩍 넘겼다고 하죠. 이런 방식의 상영회가 현재 홍콩 거리거리로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1987〉은 지난해 홍콩에서 '권력에 저항하는 시민들(逆權公民)'이란 부제를 달고 개봉한 바 있습니다.


출처 - 스티븐 맥도넬


한편 홍콩에서 한 택시운전사가 주목받았습니다. BBC 중국 특파원인 스티븐 맥도넬이 지난 9일 홍콩 국제공항에서 자신을 태워준 택시 운전사가 요금을 한사코 사양한 사연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습니다. 그 운전사는 “기자 양반, 요금은 안 받겠소. 고마운 건 내 쪽이오. 부디 세상에 전해주시오. 홍콩 사람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우리는 자유를 위해 계속 싸울 거라고.” 하며 기자의 손을 덥썩 잡았다고 하죠. 우리나라 영화 〈택시운전사〉는 지난해 홍콩에서 '권력에 저항하는 운전사(逆權司機)'라는 부제를 달고 개봉했습니다.


출처 - 야후 홍콩

 

한때 홍콩 사회의 위태로움을 사랑했던 우리나라 영화계가 22년이 지난 시점에 민주 시민의 힘을 담은 영화로 홍콩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홍콩에, 홍콩이 우리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서로를 지지하는 선순환을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문화 교류가 답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고무탄, 물대포에 이어 실탄 경고 사격까지, 홍콩 정부는 시위대 진압을 위해 폭력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다수의 부상자까지 발생했습니다. 부상자 중에는 경찰이 쏜 고무탄에 맞아 실명된 사람마저 있다고 하죠. 암울했던 2008년의 대한민국이 겹쳐 보이는 상황입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을 반대하며 시작된 촛불시위는 컨테이너로 세운 거대한 명박산성,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이어졌습니다. 아울러 시민을 향한 폭력은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아 마침내 백남기 농민의 사망이라는 비극을 낳았습니다. 

 

출처 - 고군 인스타그램

출처 - 경향신문

 

시위 초기부터 홍콩 시위대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습니다. 민주화운동을 통해 민주주의를 이뤄내고 촛불시위를 통해 대통령을 탄핵한 대한민국을 닮고 싶어하는 겁니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중국과 그에 동조하는 홍콩 정부에 비해 홍콩 시민의 힘은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국제사회의 관심과 연대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출처 - 중앙일보


다행히 몇몇 정치인이 시위를 지지한다는 발언을 했고 재한 홍콩인들과 한국인 100여명이 홍콩 시위 지지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홍콩 시위에 대한 한국 내 반응은 긍정적입니다. 〈부산행〉 등으로 유명한 배우 김의성은 직접 홍콩에 가 시위에 참여하고 지지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관련 뉴스에 시위 지지 댓글도 다수 달리고 있습니다. 


출처 - MBC


홍콩의 시위가 장기화한다면 한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관심이 계속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광주민주화운동이 그랬듯, 1997년의 IMF 사태가 그랬듯 진실이 밝혀지는 데에는 지난한 시간이 걸립니다. 반면 현실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엄청난 뉴스 거리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홍콩 시민들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도 복잡하지만 홍콩 시민들의 시위에 관심을 놓지 말고 많은 한국인이 응원하고 연대하길 바랍니다.

댓글(0)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