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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물/일상비행

여러분께선 책을 어떻게 다루시나요?

by 생각비행 2011. 2. 15.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요즘 대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에선 긴급조치 4호가 위헌으로 판결 났고, 이집트에선 민주주의 혁명이 성공했습니다. 생각비행도 앞서 이러한 소식을 여러분께 전해 드렸죠.


오늘은 살짝 책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분과 함께 해보려 합니다. 생각비행 블로그를 찾아오시는 분들은 아마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좋아하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께선 책을 어떻게 다루시는지요? 사람마다 책을 보는 방법과 보관하는 방식은 가지각색인데요, 책을 아주 소중히 다루는 분이 있는 반면에 반대로 책을 험하게(?) 다루는 분들도 있습니다.

솔직히 이 글을 쓰는 저도 책을 깨끗하게 보는 편은 아니랍니다. 한때는 책을 소중히 다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책을 손상하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했답니다. 책을 접거나 침을 묻혀서 보는 사람, 줄을 그으며 보는 사람 등을 싫어했죠(지금도 빌려준 책이나 빌린 책에 줄 긋는 건 정말 싫어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니 본말이 전도되더군요. 읽으려고 사던 책이 어느새 수집품이 되고, 책의 내용을 잊어버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나름 과감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우선 어디를 가나 책 한 권은 들고 다녔습니다. 카메라 가방, 책가방, 여행용 가방 할 것 없이 그냥 들고 다녔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사랑을 듬뿍 받은(?) 책들은 만신창이가 되었죠. 그뿐 아닙니다. 좋은 문구를 발견하면 책에 줄을 마구 그었고 팬이 없으면 기억할 페이지를 마구 접었더랬죠. 예전의 저라면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근데 저 같은 경우야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하는 애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소개할 사람들에 비하면 말이죠.

역사적으로 책을 험하게 다룬 인물들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있겠지만, 동양과 서양에서 한 명씩 소개해 드리죠. 우선 중국의 진시황이 있네요. 중국의 전국시대를 종식하고 최초로 통일을 이룬 인물이라는 사실은 대부분 아시는 이야기일 겁니다. 근데 진시황이라는 인물이 칭찬보다는 욕을 많이 먹는 사람에 속합니다. 중국을 통일하고 도량형도 통일하고, 문자마저 통일한 대단한 업적을 이루었는데 말이죠.

진시황(출처 : 위키피디아)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책과 관련하여 비판을 받는 부분이 있어서 말씀드립니다. 분서갱유(焚書坑儒)라는 말이 있습니다. 책을 불태우고 유학자를 땅에 묻었다는 말이죠. 사상을 통제하고 불순분자들을 없애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서갱유에 대한 의견은 분분합니다. 진시황이 모든 책을 태웠다던가 진짜 유학자를 묻었는지 확실치 않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기》에는 진나라 사상 서적과 실용서를 제외하고 분서를 했다고 합니다. 또한 유학자를 묻었다는 부분도 여러 선비를 묻었다는 말이 나왔고, 여기서 처벌을 받은 사람들은 진시황에게 사기를 쳤던 방술사들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시황의 분서 때문에 진나라 서적을 제외한 옛 문헌들과 제자백가의 서적이 사라지면서 사상이 한 방향으로 흘러갔다는 것, 이는 곧 사상통제를 의미하므로 긍정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근현대 인물 가운데에도 분서를 했던 유명한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아돌프 히틀러입니다. 히틀러는 나치당에 입당, 독일의 군권과 정권을 휘어잡고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장본인입니다. 이런 히틀러도 사상통제를 위해 분서를 감행했습니다.

베벨 광장(출처 : 위키피디아)


1933년 5월 10일 베벨 광장(Bebelplatz)에는 수많은 책이 쌓여 있었습니다. 이른바 '비독일적 정신'으로 규정된 책들을 모은 겁니다. 여기에 모인 책들은 하인리히와 토마스만, 에리히 캐스트너, 슈테판 츠바이크, 하인리히 하이네, 카를 마르크스 같은 사람들의 저작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광장에 모은 책에 장작에 던져졌고 마구 태워졌습니다.

베를린 분서(출처 : 슈피겔 온라인)


히틀러의 분서는 1933년 3월 23일 발표된 나치 정권의 문화정책에서 비롯한 일이었습니다. 나치 정권은 "공공생활의 측면에서 정치적인 해독 조치를 함과 동시에 제국정부는 국민 전체에 대해 포괄적인 도덕 정화 조처를 한다. 모든 교육기관과 연극, 영화, 문학, 출판, 방송 등 이 모든 것은 위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라고 발표하고 나치 정권의 뜻과 어긋나는 공산주의 사회민주주의 계열의 문화, 언론을 탄압했습니다. 

이러한 정책을 독일인들에게 선전하고 각인시키기 위해 벌였던 행위가 바로 같은 해 5월 10일 베벨 광장에서 벌어진 '베를린 분서'였던 셈입니다.

베벨 광장의 기념물(출처 : 위키피디아)


현재 베벨 광장에는 당시의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기념물을 세워놓았습니다. 광장 바닥 아래에 책장이 들어가 있고 유리판으로 덮여 있다고 합니다. 빈 책장은 당시 나치의 만행 탓으로 책이 불타 사라진 것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또한 그 기념물 앞에는 하이네의 글 '책을 불사르는 것은 오직 시작일 뿐이다. 그는 결국 인류도 불태우게 된다'라는 말이 새겨져 있다고 하네요.

지금 여러분은 책을 어떻게 다루시나요? 여러분의 책 사랑법을 듣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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