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과 반지하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대한민국 대표 배우인 송강호를 비롯한 여러 배우의 열연, 그리고 이름 자체가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 봉준호 감독의 연출력에 힘입어 〈기생충〉은 놀라운 완성도를 보여주었습니다. 게다가 표준근로계약까지 지키며 자칫 예술이란 이름으로 무마되곤 했던 영화 제작 현장의 스태프들의 처우에도 관심을 기울여 훈훈한 귀감이 되었죠. 영화의 완성도와 바른 제작 환경으로 한국영화 100주년의 해를 축하하기라도 하듯 받은 황금종려상 덕분인지 〈기생충〉은 949만을 넘어 1000만 관객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이 정도로 많은 관객이 든 인기 영화이지만 영화를 보고 나가는 분들의 마음에 씁쓸함과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고 있어 화제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관객의 마음에 깊숙하게 들어온 영화의 배경 때문입니다. 바로 반지하라는 일상적인 주거환경이죠.


출처 - 경향신문


영화 〈기생충〉 속에서 두 가족을 가르는 가장 상징적인 단어는 반지하일 겁니다. 박 사장의 궁궐 같은 저택과 높이부터 비교되는 기택 가족의 집이죠.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은 자신도 반지하에 산 적이 있다며 공감을 표하거나, 냄새를 언급하는 부분에서 소름이 돋았다고 말합니다. 가난을 묘사하는 방식이 불편하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이 영화를 본 분들은 영화의 세밀한 묘사에 많은 생각을 가진 듯했습니다. 그만큼 〈기생충〉이 우리나라 계급과 빈부격차의 핵심인 집, 주거환경의 디테일을 잘 살렸다는 의미겠죠.


출처 - 서울신문


실제로 국토교통부의 2018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가구의 1.9%가 지하, 반지하, 옥탑방에 삽니다. 8년 전인 2010년 4%에 비하면 절반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약 38만 가구가 최저 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사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1970년 원래는 방공호 개념으로 짓게 되어 있어 사람이 살면 안 되는 지하/반지하를 사람들이 서울로 몰려 들면서 집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충분한 주택을 공급할 능력이 없던 당시 정부는 이를 묵인했습니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15년 전국에서 지하, 반지하, 옥탑에 거주하는 41만여 가구 중 93.4%인 39만여 가구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최근에 고시원으로 대체되고 있지만, 반지하와 옥탑방은 도시 빈민의 최후 공간이었던 셈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반지하 주택과 거주 가족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고 하지만, 청년 1인 가구 중 반지하 거주 인구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습니다. 열악한 줄 알면서도 반지하를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돈 때문입니다. 등록금 대출과 생활비, 운 좋게 직장을 바로 잡았다 하더라도 사회 초년생에게 집값은 아끼고 또 아껴야 하는 항목일 뿐입니다. 기택이네 아들과 딸처럼 능력이 있어도 취직 자리를 얻지 못하는 힘겨운 청춘은 현실에 차고도 넘칩니다.

출처 - 경향신문

 

반지하는 범죄 위협에도 쉽게 노출됩니다. 특히 여성 1인 가구 해당자들이 얼마나 많은 사생활 침해와 성범죄 위협에 처해 있는지 잘 아실 겁니다. 얼마 전에 공개되었던 신림동 성폭행 미수 사건도 그런 경우에 속합니다. 현관 출입구 보안장치나 폐쇄회로 CCTV 등 방범 시설이 하나도 없다고 응답한 지상층 거주자비율은 19.3%였던데 반해 지하, 반지하, 옥탑방 거주자는 36.7%로 두 배 가까이 범죄 위협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이런 현실만으로도 끔찍한데 가진 자들의 비하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가중시킵니다. 지난 1월 정부가 확정 고시한 성남 서현공공주택지구 지정에 반대하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의 한 시범아파트단지대책위원회가 임대주택을 난민촌으로 비하하는 현수막을 내건 것은 상징적인 일이었습니다. 학군추락, 학군지옥 등 임대주택자를 폄하하는 표현도 상당수 담겨 있어 다중의 인권침해 및 차별 지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집값밖에 머리에 든 게 없는 사람들은 이 임대주택 입주자들을 차별해서라도 쫓아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충만합니다. 박 사장의 말처럼 짐짓 쿨한 척을 하지만 일방적으로 그들이 그은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처럼 말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반지하와 옥탑방이 줄고 한 몸 뉘기도 어려운 고시원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면 서민들의 주거환경은 악화일로인 듯합니다. 정부는 최저기준에 미달하는 주거지를 규제하고 경제적 이유로 최저기준 미만에 사는 이들을 지원해야 합니다. 만약 이 타이밍을 놓친다면 영화 〈기생충〉의 클라이맥스처럼 어떤 사달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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