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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쇼트트랙 사상 초유의 전원 퇴촌, 가해자는 처벌하고 피해자는 보호하라!

by 생각비행 2019. 6. 27.

동계올림픽의 메달밭이지만 그간 성범죄를 비롯 수많은 문제를 일으켰던 쇼트트랙이 또 성희롱 사건으로 시끄럽습니다. 이번엔 동성 간 성희롱이 문제입니다. 남녀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선수 16명과 지도자 4명까지 전원이 진천선수촌에서 쫓겨났습니다. 종목 전체가 퇴촌당한 건 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문제의 사건은 지난주 단체 훈련 중 발생했습니다. 여러 종목의 대표팀 선수들이 함께 훈련하는 웨이트트레이닝 센터에서 남자 쇼트트랙 선배 임효준이 후배 황대헌의 바지를 내렸습니다. 여자 선수들도 같이 있는 자리였다고 하죠. 가해자들이 언제나 그렇듯 임효준은 장난이라고 했지만 모멸감을 느낀 황대헌은 일주일간 훈련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황대헌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감독은 빙상연맹에 이 사실을 알렸는데, 돌아온 것은 사건에 대한 소명과 가해자에 대한 징계가 아닌 사상 초유의 단체 퇴촌이었습니다. 대한체육회는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의 전체적인 훈련 태도 및 기강해이와 관련성이 있다며 가해자는 물론 피해자까지 전원 징계라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출처 - JTBC


학교 다니실 때 가장 싫었던 경험 중 하나로 연대책임을 지라며 단체 기합을 받은 기억을 꼽는 분이 많으실 겁니다. 이런 식의 연대책임은 잘잘못을 가리거나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보호를 해주기보다는 피해자의 입을 틀어막고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모두 고개 숙이게 하는 효과밖에 없었죠. 이런 경험이 누적되면 사람들은 피해자를 고자질쟁이라고 몰아붙이기 시작합니다.


출처 - JTBC


이번 사건에서도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성희롱 가해자가 명확히 특정되는데 왜 사건과 무관한 선수는 물론 피해자까지 처벌을 받아야 하는가라는 문제입니다. 이런 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처벌을 내리면 나중에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누가 용기있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며, 누가 나서서 피해자를 도와주려 하겠느냐는 말입니다. 아직도 단체를 강조하는 전근대적인 우리 체육계의 잘못된 문화가 이번에도 연대책임을 지우며 선수들의 입을 틀어막으려 본보기를 보인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빙상연맹은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보호에 미숙했습니다. 피해자가 훈련에 참여하지 못 하고 힘들어했지만 사건 발생 이튿날부터 빙상연맹은 사과대신 화해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학생들 간에 싸움이 일어나면 잘잘못을 가리기보다 악수부터 하고 화해를 강요하던 학교와 대체 뭐가 다른 건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피해자와 무관계한 사람들까지 모조리 쫓아내는 단체 퇴촌 결정을 내린 대한체육회와 빙상연맹은 전근대적인 사고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듯합니다.


출처 - 뉴시스


반복되는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사고로 해외의 시선도 싸늘합니다. AFP는 한국이 지역 스포츠 강국이며 하계, 동계 올림픽 10위 안에 들지만 지나치게 치열한 경쟁 사회이며 승리만이 스포츠계의 전부라 신체적, 언어적 학대가 만연한 상태라고 보도했습니다. 한국 쇼트트랙계는 최근 몇 년간 심각한 스캔들에 직면했다며 조재범 코치의 선수 성폭행 사건과 지난 2016년 골육종으로 세상을 뜬 고 노진규 선수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출처 - JTBC


빙상연맹은 대한체육회의 권고에 따라 국가대표의 인성, 인권, 성 관련 예방교육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7월 중 가해 선수에 대한 징계를 심의할 계획이라고 하죠. 당연히 취해야 할 조처입니다만 전근대적인 단체 처벌에서는 벗어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가해자는 처벌하고 피해자는 보호한다. 이 당연한 상식을 그렇게 지키기가 어렵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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