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도 대한민국 예산은 470조 5000억 원입니다. 올해 예산보다 약 41조 원가량 증가했습니다. 이는 9.7% 증가한 수치로 내년도 경제 성장전망률 4.4%의 두 배 수준입니다. 특히 보건, 복지, 고용 분야의 예산이 크게 증가될 예정이라고 하죠. 이렇게 큰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 정하는 역할은 국회의 몫입니다. 국민의 대리인으로 선출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 한국경제
내년 예산 470조 5000억 원을 국회의원 300명으로 나누면 국회의원 한 명당 1조 6000억 원의 예산을 좌지우지하는 셈입니다. 또한 2018년 기준 대한민국 인구수가 5164만 명이니 국회의원 한 명이 국민 17만 명을 대표하고 있는 셈입니다. 대체 1조 원은 어느 정도나 되는 돈일까요? 단군 할아버지 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60만 원씩 쓰고도 원금 1조 원이 그대로 남을 정도의 돈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의문이 듭니다. 국회의원 1명의 역할이 너무 큰 것 아닌가 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과연 국회의원은 몇 명이 적당한 걸까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좀 더 근본적인 부분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바로 대한민국의 선거제도입니다.
출처 – 한라일보
대한민국은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 병립제를 선거제도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소선거구제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1명의 당선자를 선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투표가 간단하고 명확합니다. 하지만 군소정당이나 무소속에 매우 불리한 제도죠. 1등만을 뽑기 때문에 49.9% 득표한 후보가 50.1% 득표한 후보를 이길 수 없습니다. 두 후보 모두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은 건데도 말입니다.
비례대표제는 이런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을 조금이나마 보완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각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비율을 국회 의원을 구성할 때 반영하겠다는 것이니까요. 소수 정당의 대표성을 보장하고 사표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이 제도에도 아쉬운 부분은 있습니다. 적은 득표율로도 의석을 차지할 수 있어 선거 직전 급조된 군소 정당이 비례대표제를 악용해 당선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선거제도로는 상황에 따라 특정 정당이 유권자의 실제 지지율보다 훨씬 적은 의석을 갖게 될 수도 있고, 훨씬 많은 의석을 차지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20대 총선 결과를 살펴보면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정당 득표율은 합쳐서 약 60%였지만, 실제로는 국회 의석의 8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니까 유권자의 정당 지지율이 의석수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겁니다. 왜 그럴까요? 이는 비례대표에게 할당된 국회 의석이 300석 중 15%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한국이 채택한 선거 방식인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에서 오는 이런 한계를 다른 나라에선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요? 최근 노란조끼 시위가 한창인 프랑스는 결선투표제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선거에서 당선 조건으로 일정한 득표율을 충족해야 합니다. 만일 이를 충족하는 후보가 없으면 상위 후보 몇 명을 추린 다음 다시 투표(결선 투표)를 해서 최종 당선자를 뽑는 방식입니다. 결선투표제의 장점은 아주 명확합니다. 당선자가 확실한 대표성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겁니다. 결선투표제에서 당선된 사람은 전체 투표자 과반의 지지를 얻은 것이기 때문이지요.
출처 – 허프포스트
지구 반대편에 있는 호주는 선호투표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투표자가 투표 용지에 후보자 전원의 선호 순위를 적어 그 순위를 당선자 결정에 반영하는 제도입니다. 선호 1순위 후보자를 집계하고 여기서 과반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최저득표자를 탈락시킨 뒤 각 표에서 최저득표자보다 낮은 선호 순위로 기표된 후보의 순위를 한 단계씩 올려 과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이를 반복합니다. 투표는 한 번 이뤄지지만 재투표가 즉석에서 시행되는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과반 득표라는 결선투표제의 장점을 취하면서도 유권자 개인의 선호도를 보다 정교하게 반영할 수 있는 발전된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호주 외에 이탈리아, 벨기에, 뉴질랜드, 미국 몇 개 주에서도 선호투표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아주 흥미로운 점은 2002년 16대 대선을 앞두고 새천년민주당이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선호투표제를 채택한 적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우리가 잘 아는 대로 노무현 후보가 단숨에 지지율을 끌어올려 결국 대통령에 당선되었죠.
출처 - SBS
이 외에도 다양한 선거제도가 있습니다. 후보자에게 복수로 투표할 수 있는 승인투표제, 한 선거구에서 대표 1명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와 달리 2~5명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 등 전 세계 여러 나라는 다양한 선거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정치 구도를 가진 나라는 없습니다. 어떤 나라의 선거제도가 좋아 보인다고 무작정 한국에 적용해 시행할 수는 없습니다. 요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문제로 국회가 뜨겁습니다. 야 3당(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원외 정당인 노동당, 민중당, 녹색당 등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처리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제도이길래 이렇게 많은 정당이 도입을 촉구하고 있을까요? 내일 자세하게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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