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유지, 결국 또 삼성 봐주기인가?

회계처리 변경 과정에서 고의로 4조 5000억에 달하는 대규모 분식회계를 했다는 금융위원회의 결정으로 상장 폐지 기로에 섰던 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가 어이없는 방향으로 풀리고 있습니다. 삼성 그룹 전체 불법 승계 문제의 핵심열쇠가 될 수 있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재벌 개혁 2라운드의 문을 열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생각비행에서도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 결론, 핵심은 삼성 경영권 승계 문제(생각비행) : https://ideas0419.com/897



하지만 황당하게도 한국거래소는 지난 10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유지를 최종 결정하고 주식 거래를 재개해버렸습니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시급히 해소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데 역점을 뒀다는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이런 전개를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나 이렇게 뻔뻔하게, 이렇게 시급한 결정을 내릴 줄을 몰랐습니다.


출처 - MBC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정도로 속전속결로 결론을 냈기 때문입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고 결론을 내리기까지 걸린 기간만 20개월입니다. 장고 끝에 명백하게 문제가 있는 기업의 주식 매매는 제재를 받아야 마땅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었죠. 그런데 한국거래소는 영업일 단위로 겨우 19일 만에 이 결정을 뒤집어버렸습니다. 4조 5000억 원에 이르는 분식회계를 고의로 했다는 확정 결론을 받은 기업에 말이죠. 한국거래소 심사위원회 위원들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오래 끌고 가는 게 맞지 않다고 판단했답니다.


출처 - 뉴스웍스


그런데 이상합니다. 앞서 5조 원대의 분식회계로 증선위 제재를 받은 대우조선해양의 주식 매매 정지 기간은 1년 3개월에 이르렀습니다. 그때는 시장이 확실했던가요? 그때는 보호할 필요가 없는 투자자들만 있었나요? 대우조전해양이 1년이 넘도록 주식 매매를 하지 못해도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삼성은 채 20일도 되지 않는 기간 주식 매매를 못 하면 한국 경제가 망하기라도 한답니까?

 

출처 - 경향신문

 

같은 대기업 사례이지만 형평성의 기준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면 우리나라가 여전히 삼성공화국이라는 현실을 재확인하게 됩니다. 이번 결정을 내린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가 추가 회의조차 하지 않고 단박에 결론을 내버린 건 삼성과 짬짜미를 한 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하기에 충분합니다.


출처 - 한국일보


대마불사라는 속언을 증명이라도 하듯 주식 거래가 재개된 첫날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20% 가까운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이대로 가면 최저점에서 산 사람들은 거의 50%에 이르는 차익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돕니다. 그런 정보와 짬짜미가 가능한 세력들 사이에서 이번 사태를 이용했다면 돈 놓고 돈 먹기를 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IMF 당시 상황을 재현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나라가 망하는 상황을 자기 이익을 실현하는 데 써먹은 것과 똑같은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겠군요.


출처 - 고발뉴스


시민단체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유지 결정에 대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참여연대는 한국 자본시장의 불신과 불투명성만 키운 삼성 봐주기 결정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사건의 위법성과 중대성을 감안할 때 당연히 상장폐지가 됐어야 함에도 재무적 지속성만 고려해 상장 유지 결정을 내린건 순전히 삼성이라는 경제권력 앞에 무릎을 꿇은 재벌 봐주기라는 거죠.

 

출처 - 한겨레

 

상식적으로 봐도 말이 안 됩니다. 증선위가 분식회계 판정을 번복한 것도 아니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그 판정에 따라 수정공시를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문자 그대로 삼성은 분식회계를 한 상태이고 눈곱만큼도 고칠 생각이 없는데 왜 한국거래소가 나서서 면죄부를 주느냐는 겁니다. 회계 투명성 부족은 국내 기업의 주가를 낮추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판국인데 삼성이라는 대표적인 기업에게조차 이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투자를 바라며 경기를 호전시키기를 바랄 수 있을까요? 그래서인지 시민단체뿐 아니라 평소에 기업의 편에 서던 시장주의자를 자임하는 교수들 중에서도 일부는 이번 한국거래소의 결정을 참사 수준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시장주의적 시각에서 봐도 회계가 제대로 작동해야 자본시장이 제대로 돌아가는 것인데,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는 고의 분식회계였다는 결정을 내린 것 말고는 뭐 하나 제대로 작동하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물론 아직 끝이 난 건 아닙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기한 행정소송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맡은 고의 분식회계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금융 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내린 중징계도 아직 유효합니다. 과징금 80억과 대표이사, 담당 임원 해임 권고, 회사와 대표이사에 대한 검찰 고발 등에 대한 조치인데 삼성바이오는 이 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죠. 검찰 수사가 이뤄진다고 해도 상장 폐지가 될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결정적 증거를 잡고 유죄 판결이 날 경우 분식회계와 관련한 책임자 등에 대해서는 사법처리가 이루어질 전망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도 이재용까지 올라가기 전에 꼬리 자르기를 하겠지요. 이번 삼성바이오 주식 거래 재개는 참여연대의 말대로 자본시장을 교란시키는 중대 범죄인 분식회계의 재발을 방지하고 향후 자본시장 신뢰 회복에 만전을 기했어야 할 한국거래소가 사실상 자신의 책무를 유기한 것입니다. 검찰은 한국거래소와 삼성의 짬짜미 의혹을 포함해 우리나라 자본시장 활성화와 경제를 위해서라도 삼성바이오 사태를 낱낱이 파헤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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