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 추가 배상 소송 이어져야

당연한 판결을 받기가 왜 이렇게 힘들었을까요?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징용 해당 일본 기업에게 피해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기까지 13년 8개월이 걸렸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0월 30일 이춘식 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재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이들은 1941~1943년에 신일본제철의 전신인 일본제철에 강제징용되어 고된 노역으로 시달렸으나 임금을 전혀 받지 못했고, 이후 소련군의 공습으로 공장이 파괴되고 1945년 해방을 맞이하여 겨우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유튜브


재판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고 각 1억 원의 위자료와 그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그대로 인정했습니다. 대법원은 핵심 쟁점인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장인 대법원장을 포함해 7명의 다수 의견으로 이처럼 결론을 냈습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일본의 확정판결 효력이 국내에 미치지 않으며 그 내용이 우리나라의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일본의 확정판결은 강제동원 자체가 불법이라고 보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 가치와 정면충돌하기 때문입니다. 국내법상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일본 기업 측 주장도 권리남용이라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여기서 말하는 일본의 확정판결은 같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1997년 일본 오사카 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금과 미지급된 임금을 청구한 소송에 대한 판결을 의미합니다. 1997년 당시 원고 측은 패소했고 2003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확정되었죠. 한일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본 겁니다. 이에 불복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2005년 우리나라에서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우리나라 1, 2심도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하지만 2012년 5월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고 신일본제철이 강제노동에 대한 배상책임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한 끝에 이번에 확정판결에 이르렀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강제징용 배상 소송은 이미 끝난 얘기이며 배상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겁니다. 국제사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겠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지만 현실성은 없습니다. 일본은 죄를 지은 주제에 한 입으로 두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일본도 1990년대까지는 국가 간 협정과 별개로 개인청구권이 존재한다고 인정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정부는 관여치 않고 법원에서 알아서 하라는 입장이었죠. 이것이 뒤집힌 건 2000년대 들어 대한민국에서 군부독재가 종식되고 강제징용 피해자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 진짜 일제강점기의 피해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전까지 일본 정부는 개인청구권을 인정하더라도 한국에 군부독재 정권이 계속되는 한 개개인이 목소리를 낼 수 없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도 박근혜 정권이 정상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판단에서 질질 끌어왔을 겁니다. 하지만 그게 오판이었음이 드러났죠. 극우인 아베가 이끄는 일본 정부는 이번 판결 이후 강제징용자 대신 '구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라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강제가 아닌 자발적 노동이라는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함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강자한테 약하고 약자한테 강한 척하는 일본의 행태는 여전합니다. 중국인들을 강제징용했던 또 하나의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머티리얼이 기금을 설립해 중국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화해금을 지급할 계획은 이미 알려진 바 있습니다. 통절한 반성의 뜻까지 표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강제징용 소송과 관련해 일본 정부는 판결이 나온 뒤 한국 피해자들과 소송 중인 일본 기업을 만나 배상을 거부하라는 지침을 내리며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유튜브


이번 강제징용 소송의 가해자인 신일본제철은 2012년 주총에서 한국법원 판결 수용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일본 시민단체에 따르면 신일철주금이 주주총회에서 상무가 한국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법률은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며 배상금을 지급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습니다. 기꺼이 자신의 죄를 속죄하겠다기보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흐름 속에서는 자신들이 배상금을 낼 판결이 나올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죠.


출처 – SBS 유튜브


또다시 박근혜와 사법농단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군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이 사법 거래 목록에 들어있었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 피해자들에 대해 배상 규모를 줄이는 시나리오가 있었다는 사실이 최근 공개됐습니다. 판결을 지연시켜 추가 소송을 막고 대신 재단을 설립해 수백만 원 정도의 푼돈으로 보상을 끝내겠다는 건데, 이 방안을 박근혜가 지시해 추진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청와대와 법원행정처가 공모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권리 행사를 사실상 봉쇄한 것으로, 아베와 일본 정부가 믿었던 뒷배가 친일 정권인 박근혜와 그 사법농단 패거리였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유튜브


이번 대법원 선고는 지난 2013년 8월 대법원에 사건이 다시 접수된 지 5년 2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며, 처음 소송이 제기된 2005년 2월부터 따진다면 무려 13년 8개월 만에 나온 겁니다. 안타깝게도 그사이에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당사자 4명 중 3명이 고령으로 세상을 떠났고 이춘식 씨만이 유일하게 살아 있습니다. 이춘식 씨는 호적상으로는 95살이지만 실제 나이는 98세로 알려졌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100년 세월을 살아온 분이 이제 와서 호의호식하자고 힘든 소송을 계속하셨겠습니까? 엄연히 인정받아야 했던 개인의 권리와 인권을 이제라도 확인받자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가 왜 이렇게 어렵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는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번 소송의 승소를 계기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소송 등 다른 일제 피해자 소송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 집계 강제징용 피해자만 해도 14만 명이 넘고, 유가족이라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다른 피해자들의 소송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단체가 추가로 소송을 낼 피해자들을 위해 공동 대리인단을 구성한다고 밝혔습니다. 변호사 스무 명 정도 규모의 공동 대리인단은 지역별로 소송 설명회를 열고, 추가로 소송에 참여할 피해자를 모집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늦더라도 정의는 바로 세워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 세대에게 떳떳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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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2018.11.08 23:51 신고

    돈을 나라에서 받았으니 나라에서 책임져야할듯요.. 어쩔 수 없죠.

    • 2018.11.09 09:41 신고

      중국과 한국을 대하는 일본의 태도가 전혀 다른 마당에 박정희 정부 시절 한일협정으로 돈을 받았으니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한다면, 어떻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문제와 강제징용 피해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1991년 8월 27일 일본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야나이 순지(柳井俊二) 외무성 조약국장이 "청구권협정은 한일 양국이 국가가 가지는 외교보호권을 서로 포기한 것이지 개인 청구권 자체를 국내법적 의미로 소멸시킨 것이 아니다"라고 답한 회의록도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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