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플라스틱 문제, 환경의 역습을 고민할 때!

최근 미세 플라스틱이 사람의 대변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는 언론 보도로, 인간에 대한 지구의 역습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느끼는 분이 많으실 겁니다. 미세 플라스틱이 뭔지 잘 몰랐던 분들도 계실 법합니다. 미세 플라스틱이란 5mm 미만의 작은 플라스틱을 말합니다. 피부 각질 제거에 효과 있는 세안제나 치약 속에 든 작고 꺼끌꺼끌한 알갱이 역시 플라스틱인데요, 1mm 미만의 아주 작은 플라스틱을 마이크로비드(microbead)라고 합니다.

 

출처 - 키즈현대

 

미세 플라스틱은 처음부터 작게 제조되거나, 플라스틱 제품이 부서지면서 생성됩니다. 크기가 너무 작아서 하수처리시설로도 걸러지지 않고 바다와 강으로 그대로 유입되는 게 문제입니다. 플라스틱은 석유화합물질이기 때문에 바다를 부유하다가 오염물질과 만나 이전과는 다른 환경 문제를 야기합니다.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문제가 되는 점은 주로 강이나 바다의 생물이 미세 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해 먹은 다음 잡혀서 인간에게 섭취되기 때문입니다. 인류가 음식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로 광범위하게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염전에서 바닷물을 모아 증발시키고 남은 천일염 등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는 보고는 종종 있었지만 이번처럼 사람이 섭취하여 대변으로까지 검출될 정도라는 건 처음 검증된 일이죠. 오스트리아 환경청이 조사에 참여한 유럽과 일본, 러시아 국적자 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전원의 대변에서 마이크로 비드가 검출됐다고 합니다. 10가지의 다양한 플라스틱 유형을 찾는 이번 조사에서 최대 9개의 다른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습니다. 조사 대상자는 모두 채식주의자는 아니며 6명은 해산물을 먹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들 플라스틱 포장지에 들어 있는 음식을 먹거나 플라스틱병에 든 음료를 마셨습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류의 50퍼센트 이상이 대변에 미세 플라스틱을 함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합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이미 인체 소화기관으로 침투해 있다는 겁니다.


출처 - 연합뉴스


현재 전 세계 수돗물과 바다, 조류에서 발견되고 있는 미세 플라스틱이 어느 정도 인체에 해를 끼치는지는 아직 잘 모릅니다. 세계보건기구는 미세 플라스틱은 아직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분야이기에 인체 위해성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언급했습니다. 대변에서 검출됐다고 해도 인간이 섭취하는 다른 물질과 달리 미세 플라스틱이 대장 세포에 흡수되기에는 너무 커서 단순히 대장을 통과해 대변으로 배설된 것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반면 미세 플라스틱이 혈류와 림프계 심지어는 간으로 유입될 수 있고 체내에 장기간 남아 있을 경우 염증을 유발하고 장의 내성,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동물 플랑크톤에 실험한 결과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된 플랑크톤의 활동성이 떨어지며 생존율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발달 지연 현상이 나타났다고 하기도 합니다. 지구의 먹이사슬에 미세 플라스틱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인체에 어떤 위해를 끼치는지 명확하지 않은 점이 공포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죠.


출처 - 그린포스트코리아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남용은 이명박 정부가 견인하고 박근혜 정부가 완성했습니다. 실제로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추이를 보면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부터 가파르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16년에는 플라스틱 일일 폐기물량이 이례적으로 증가했습니다. 합성수지를 제외한 플라스틱 종류만 해도 박근혜 정부 이전 10년 동안 431.1톤 늘었던 폐기물량이 박근혜 정부 4년 동안에만 1454.5톤으로 급격히 늘었죠. 문재인 정부로 정권이 바뀌었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의 환경 관련 규제의 완화 기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카페의 테이크아웃 컵, 빨대 사용 자제 등의 새로운 변화가 생겨나고 있긴 합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그린피스가 발행한 〈바다의 숨통을 조이는 미세 플라스틱〉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2015년 12월 '마이크로비즈 청정 해역 법안(The Microbead-Free Waters Act)'을 통과시켰다고 합니다. 이 법안은 미국에서 마이크로비즈를 함유한 '세정(rinse-off)' 제품의 판매와 유통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법안은 자외선 차단제처럼 '바르는(leave on)' 제품에 사용되는 마이크로비즈에는 적용되지 않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대만, 캐나다, 호주, 영국, 네덜란드, 스웨덴, 벨기에 등에서도 마이크로비즈 규제 법안 도입을 논의하고 있고 업계 차원에서 마이크로비즈 추방 움직임도 진행되고 있다고 하죠. 서구권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소비자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자사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처이기도 합니다. 

 

출처 - Roman Pawlowski / 그린피스

 

하지만 이 문제에 대다수의 기업들이 소극적입니다. 자기네가 사용하는 미세 플라스틱의 범주를 애매하고 좁게 정의하거나 마이크로비즈 사용 중단 약속의 대상이 되는 제품이 한정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이미 여러 나라에서 법제화 단계에 이르렀지만, 우리나라 해양수산부는 2015년에서야 미세 플라스틱의 환경 영향을 조사하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조사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안전성평가연구소가 2020년 까지 진행할 예정입니다.

 

출처 - CMN


대한민국에서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 움직임은 더딘 반면 미세 플라스틱의 배출원으로 지목되는 화장품 산업의 세계 성장 추세는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생활용품 및 화장품 시장은 8조 원 규모에 이른다고 하죠. 2015년 우리나라의 화장품 수출액은 26억 달러로 전년에 비해 약 44퍼센트 증가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식약처가 지난 2017년 7월부터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적으로 금지한다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규제를 세정과 각질 제거 등 일부 제품으로 제한했다는 한계가 있죠. 미세 플라스틱을 원료로 사용하는 제품은 전체 화장품의 24.5퍼센트를 차지합니다. 기초화장품뿐 아니라 색조화장품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많이 사용됩니다. 그런데 기초화장품 일부에만 미세 플라스틱을 제한함으로써 미세 플라스틱을 원료로 하는 제품 중 2.2퍼센트만이 규제 대상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이는 전체 화장품으로 치면 0.56퍼센트 수준입니다.

 

 

출처 - 그린피스

 

한국리서치와 그린피스가 2016년 6월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 국민의 86퍼센트가 기업 주도의 자율적 규제가 부족하다는 데에 동의했다고 합니다. 무려 응답자의 99퍼센트가 정부 대응이 부족하며 마이크로비즈에 대한 강제성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마이크로비즈가 들어간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다고 답한 응답자도 71퍼센트에 달합니다. 이제 정부가 결단할 때입니다. 자원 절약과 재활용 촉진, 전체 쓰레기 줄이기 등은 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 할 일이 아닙니다. 적어도 자기 자신과 우리 아이들의 입에 플라스틱을 쓸어 넣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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