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미약 악용 사라져야 - 피시방 살인사건을 보는 자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열린 이후 최초로 참여자가 100만 명이 넘는 청원이 생겼습니다. 그것도 일주일 만입니다.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게 합니다. 살인범 김성수는 지난 14일 오전 강서구 한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잔인하게 살해했습니다. 그런데 환청을 듣고 범행을 저질렀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피해망상을 호소하거나 피시방 아르바이트생이 피시방비 1000원을 환불해주지 않았다는 둥 붙잡힌 이후 횡설수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범인 김성수가 우울증 진단서를 내고 심신미약을 주장하려 한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국민들이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찰은 조사 결과 범인의 동생은 인터넷 주장과 달리 공범이 아니라 신고자이며, 피의자의 심신에 대한 자료를 위해 평소 병력이 있으면 묻기 때문에 우울증 진단서도 범인이 아닌 아버지가 제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수사의 과정에서 생긴 오해라는 겁니다. 하지만 국민들 입장에선 심신미약이나 주취에 의한 감형에 대한 분노가 조두순 사건을 비롯해 쌓일 대로 쌓였다가 이번 사건을 기폭제로 폭발한 셈입니다. 생각비행은 1년 전 조두순과 주취감형에 대한 생각을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주취감형 폐지 청원, 음주가 범죄의 핑계가 되어선 안 된다!: https://ideas0419.com/781



출처 - JTBC


국민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해 분노로 폭발한 것은 그동안 진짜로 실수했거나 의도치 않은 실수를 저질렀거나 정말로 병력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속셈이 뻔히 보이는 사람들이 주취감형, 심신미약 감형을 이용해왔기 때문입니다. 조두순을 비롯해 얼마나 많은 범죄자가 자신의 죗값을 이런 이유를 들먹이며 가볍게 만들었습니까? 죄를 짓고도 술 핑계를 대면 사람을 죽이고 다치게 했어도 풀려나오는 범죄자들을 뉴스에서 수두룩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국민들은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할 자가 제대로 죗값을 치르지 않고 있다는 점을 참을 수 없다고 느낍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다행히 주취감형에 대해서는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라고 직접 말한 바 있고, 국민들 역시 주취감형에 존폐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주취감형을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80%가 넘을 정도로 압도적인 의견을 보인 바 있습니다. 입법과 법리 다툼과는 별개로 음주에 의한 범죄에 대해서는 국민의 법감정과 사회의 합의가 거의 이뤄졌다고 봐도 좋을 정도입니다. 2013년 성범죄법이 개정되면서 성범죄의 경우도 심신미약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게 되었죠.

 

출처 - 연합뉴스


문제는 정신적인 문제를 비롯한 심신미약입니다.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이 있으면 쉽게 사람을 죽인다' 같은 오해가 퍼지게 된다면 자칫 선량하게 살고 있으나 실제로 정신적으로 아픈 분들이 사회적인 소외를 당하거나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강조하지만 주취감형은 말할 것도 없고 심신미약 문제와 관련해 도려내야 할 이들은 이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입니다.

 

정신과 의사들은 우울증과 심신미약은 전혀 다른 의미라면서 잘못된 보도와 소문이 정신질환자들에게 낙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심신미약은 기본적으로 정신의학의 개념이 아닌 형법상에 존재하는 법률상의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심신미약 상태의 결정은 정신질환의 유무가 아니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전문의의 정신감정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법원이 판단을 내리는 문제입니다. 정신질환은 그 자체가 범죄의 원인이 아니며 범죄를 정당화하는 수단은 더더욱 아닙니다. 인격장애자에게도 범죄를 저지르면 안 된다는 의식은 있다고 합니다.


출처 – MBC 유튜브


최근 법원은 우울증 치료 전력이나 정신 병력이 있다 해도 범행 당시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면 심신미약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았습니다. 문제는 사회적인 쟁점이 되지 못한 사건, 돈이 많거나 권력이 있는 사람의 사건에까지 이런 일관성이 이어질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출처 - 연합뉴스


피시방 사건과 마찬가지로 강서구에서 일어난 등촌동 아파트 주차장 피살사건의 피의자는 남편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피해자의 딸들이 가해자인 아버지를 사형에 처해달라는 청원을 올려 충격을 안겼습니다. 딸은 청원 글에서 엄마가 끔찍한 가정폭력 때문에 이혼하고도 아빠에게 지속적인 살해 협박을 받아왔으며 치밀한 범행으로 엄마를 죽였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평소 엄마를 죽여도 6개월이면 나올 수 있다고 공공연히 말했다고 합니다. 심신미약을 이용해서 감형을 받겠다는 속내를 밝혀왔다는 거죠. 이 사건은 딸이 나서서 아빠를 사형에 처해달라는 청원을 할 정도로 심신미약이 사회적으로 악용되고 있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출처 - 뉴스1


경찰은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를 공주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로 보내서 길게는 1개월 동안 정신감정을 실시해 심신미약을 판단할 계획입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판단할 일이지만 (심신미약으로 감형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우리 법에서 심신미약이 인정되려면 환각이나 환청 같은 게 들려서 자기가 하는 일이 뭔지 잘 모를 때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우울증약을 먹은 정도 가지고는 심신 미약이나 심신 상실이 인정되기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

 

국내 정신장애동료지원공동체라는 단체는 살인범 김성수에 대해 "심신미약을 빙자해 형량을 줄이려는 파렴치한 행위”라며 비판하면서 "살인사건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진심 어린 위로와 조의를 표하며 가해자가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의 대표는 "정확한 사실관계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 속에서 정신질환이 있다면 기사의 제목은 '조현병 환자, 칼로 경찰관 찔러' 등과 같이 작성되며 정신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야기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 인하여 배제와 격리를 경험하며 살아가는 것이 정신장애 당사자의 삶"이라며 사회적 환기를 빼놓지 않았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런 심각한 범죄가 계기가 되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적절한 서비스와 지원체계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아울러 정신질환을 이유로 심신미약을 오용 또는 남용하는 이들이 앞으로 더 생기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경계와 비판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겠습니다. 안타깝게 생을 달리한 젊은이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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