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양극화가 한국 경제 좀먹는다

부동산이 다시 들썩이고 있습니다. 정부는 10월부터 부부 합산 연소득 7000만 원이 넘는 가구에 대해서는 주택금융공사로부터 전세대출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이 기준을 갓 넘긴 실수요 맞벌이 부부들이 격렬하게 반발하자 무주택자에게는 소득과 관계없이 전세대출을 해주겠다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발표 당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게시글이 수십 건 올라왔고 은행 창구에도 전세 계약을 막 체결한 고객들이 대출 신청이 가능한지 문의하느라 전화통에 불이 났죠.


출처 – MBC 유튜브


정부가 전세대출을 만지작거리고 동작구와 영등포구 등 투기지역을 신규 지정하는 등 전방위로 압박하는 건 그만큼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압박의 강도가 어느 때보다 세지만 집값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계약을 체결해놓고 2, 3억씩 호가가 뛰자 계약금과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아파트 판매 계약을 파기하는 집주인들까지 등장했죠. 정부가 무슨 짓을 하든 버티기만 하면 집값이 올라 더 돈이 된다는 판단인 셈입니다. 이 때문인지 집을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 중 어느 쪽이 많은지 비교하는 매수우위지수는 이번 주 152.3을 기록해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파는 사람이 뚝 끊긴 겁니다.

 

출처 - 경향신문


한국 경제의 위기를 이야기할 때도 부동산 문제는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근로소득의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지만 부동산 양극화에 비하면 양반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번에 국세청에 적발된 금수저들의 부동산 대물림 실태를 보면 가관입니다. 변변한 소득이 없는 아들에게 신도시의 10억대 아파트를 사주고 싶었던 아버지. 하지만 증여세가 너무 아까웠습니다. 백수 아들 명의로 부동산을 계약하면 자금 출처 조사를 받게 될 게 뻔했고, 그렇다고 아들에게 현금을 넘겨주자니 현금 거래 내역이 고스란히 계좌에 남기 때문에 증여세 추징은 시간문제입니다. 고심 끝에 아버지는 창구와 ATM을 통해 현금을 뺀 후 그 현금을 아들 통장에 입금하면 증여 사실을 숨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고는 아들과 함께 오랜 기간에 걸쳐 은행을 나눠서 방문해 ATM으로 돈을 뺐다 넣다 하기를 반복했습니다. 결국 아들은 아버지의 돈으로 신도시 아파트를 샀습니다. 이번에 국세청에 걸리지 않았다면 수억에 이르는 증여세도 내지 않았을 겁니다. 이처럼 온갖 꼼수를 동원해 백수나 아직 미성년자인 자녀에게 부동산을 대물림하는 금수저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들에게 집은 투자의 수단이자 대물림할 재산인 셈입니다.


출처 – JTBC 유튜브


하지만 그 반대편에는 월세 난민이 있습니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대부분 월세로 내야 하는 대학생들을 이르는 말이죠. 사기성 매물이나 부동산 앱의 과장된 사진 등을 통한 속임수 등까지 가세해 갓 스물이 넘은 젊은이들은 도무지 갈 곳이 없습니다. 못 구하면 노숙자 신세고, 구해도 월세 난민입니다. 전세 보증금을 구하지 못한 대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고시원으로 몰립니다. 하지만 고시원은 적절한 숙박 장소라고 보기 어렵죠.


출처 – YTN 유튜브


지난 5월 UN 주거권 특별보고관인 레일라니 파르하는 한국 주거권 실태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열흘간 서울, 부산, 과천, 진주 등 살펴본 결과 한국 주거권 실태가 국제 인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방문한 장소 중 가장 우려스러운 곳으로 고시원을 꼽았습니다. UN 기준으로 노숙인의 범주는 상당한 기간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포함하는데 한국의 고시원, 쪽방, 옥탑방 컨테이너 등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국제인권법 기준으로 노숙인으로 분류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저소득층 젊은이의 상당수는 고시원에서 삽니다. 지난해 공무원 수험생 수만 명이 상주하는 노량진 학원가에서 후진국 병인 결핵 확진 환자가 발생한 것도 그런 거주 환경에서 영양섭취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적절한 운동할 겨를도 없이 공무원 시험 준비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는 젊은이들의 처지 때문은 아닐까요?


출처 - 뉴스1


이런 한 줌도 안 되는 거주 공간을 놓고 을과 을 사이에 벌어지는 전쟁의 대표적인 공간이 바로 대학 기숙사일 겁니다. 입학 철, 개학 철만 되면 플래카드가 걸리고 시위가 일어나는데요. 학생들은 당연히 기숙사에 들어가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대개 10%대에 지나지 않습니다. 학교 주변에서 원룸과 하숙을 운영하는 주민들의 반발 때문입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기성세대가 미래세대 등에 빨대를 꽂는 일이지만, 학교 주변 90%의 주민은 퇴직 후 전 재산으로 원룸을 산 후 이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입니다. 금수저들 입장에서 보면 서민인 건물주와 빈민인 학생들이 싸우는 셈이 아닐까요?


출처 - 한겨레


이런 부동산 양극화는 세대와 계층뿐 아니라 지역 간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수도권과 지방의 부동산 차이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지방소멸 2018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지방정부 10곳 중 4곳은 소멸 위험에 처했으며 전남은 전체가 위험하고 이는 부산 등 대도시로 확산 중이라고 합니다. 지난 동계올림픽 때 안경선배를 비롯한 선수들이 큰 감동을 주었던 컬링, 마늘의 도시인 경북 의성은 현재 소멸 대상 지자체 1위입니다. 소멸 위험 지역 중 90.5%가 비수도권 지역이며 그나마 줄어드는 젊은이들이 수도권 대도시로 유입되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역설적으로 지방 부동산은 떨어져도 수도권 부동산만은 떨어지지 않는다며 투기가 늘어나고 가격이 올라가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현실적으로 보면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지만 부동산을 잡지 않고서 경제민주화와 부의 분배, 공정 경쟁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불가능을 가능케 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금까지의 강수들에 더해 3주택 이상이나 초고가 주택에 대한 세 부담을 높이겠다는 구상입니다. 또한 공시가격 현실화와 종부세율까지 강화하면 급격히 커진 보유세 부담 때문에 투기 수요가 크게 위축될 거란 판단입니다. 1주택자나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일정 소득을 넘을 경우 전세대출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전세대출이 실수요자가 아닌 투기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과연 이번에는 부동산을 제대로 잡을 수 있을까요? UN특보의 말처럼 거주 환경은 궁극적으로 인권의 문제입니다. 욕심을 조금씩 내려놓고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심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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