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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위기의 한국 경제?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

by 생각비행 2018. 8. 30.

자영업자들의 위기를 보도하는 뉴스가 연일 나옵니다. 보수 야당들은 이번 정부 들어 자영업 폐업률이 90%가 넘는다며 최저임금 문제를 건드립니다.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못 지킨 데 대해 사과를 했습니다. 

 

이번에 교체된 통계청장에 관한 논란도 이런 경제 상황에 대한 이야기와 맞닿아 있습니다. 현재의 경제 위기와 양극화가 통계에 의해 부풀려진 것이냐 혹은 보수 야당의 주장처럼 청와대가 입맛에 맞게 통계를 조작하려 한 것이냐는 것이죠. 과연 우리나라 경제 상황의 정확한 모습은 무엇일까요?

 

출처 - 뉴시스

 

문제가 된 통계는 1·2분기 소득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소득 결과였습니다. 통계청은 각 시기별 소득이 8%, 7.6%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고 그 결과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와의 격차가 벌어져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이 같은 통계를 보수언론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고용률이 악화되고 저소득층 소득이 감소했다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폐기를 주장하는 근거로 활용했습니다.

 

반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28일  KBS라디오 〈정준희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통계청의 가계소득 동향 통계가 오류라고 지적했습니다. 2017년 이전과 이번 조사의 표본이 달라 서로 비교가 불가능한데 이를 비교해 저소득층의 가계소득이 7.6% 감소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심 의원은 같은 표본을 가지고 2017년과 2018년을 비교한 결과 오히려 0.4%가 증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심 의원은 "통계청이 가계소득동향 조사를 폐기했다가 다시 부활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표본을 짜다 보니 함께 시계열적으로 분석할 수 없는 통계를 같이 붙여서 비교했다"면서 "과연 믿을 만한 통계인가"라고 지적했습니다.

 

출처 - 한경닷컴

 

사실 가계동향조사 결과는 이전에 한 차례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지난 5월 저소득층 소득이 급감했다는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가 나오자 청와대가 이를 반박한 겁니다. 당시 청와대는 가계동향조사의 원시자료를 한국노동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에서 재가공하게 했습니다. 그 결과를 근로자 개인 기준으로 다시 집계했더니 근로자 90% 이상의 소득이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이 때문에 청와대가 이번에 통계청장 교체를 통해 저소득층 가계소득이 증가했다는 점을 환기시키면서 소득주도성장 기조에 변화가 없음을 강조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하지만 통계청 통계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했던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신임 통계청장으로 임명한 탓에 논란을 빚었습니다.

 

출처 - 조선일보


지난 6월 OECD가 발표한 ‘사회적 엘리베이터는 붕괴했는가?’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소득 하위 10% 가구에 속한 자녀가 국민 전체 평균 소득을 벌려면 다섯 세대 정도가 걸린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면 손자의 증손자, 즉 150년 정도는 걸려야 겨우 중산층 소릴 들을 수 있다는 겁니다. OECD 회원국 중 복지가 잘된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 이 기간이 짧은 것으로 나타나 덴마크는 2세대,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등은 3세대가 걸렸습니다. 높은 교육열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젠 고학력조차 시장에서 계층 상승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겁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이동성이 떨어지면서 노력해봤자 안 될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중산층이라고 한들 걱정 없을 정도로 부를 이루고 사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의 연평균 소득은 월 280만 원 꼴이지만, 평균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중위 소득으로 본다면 우리나라 회사원의 절반은 월급이 200만 원 이하인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입니다. 상위 1%의 연평균 소득은 2억 4300만 원으로 회사원의 월급에 비해 10배가 넘습니다.


출처 – MBC 유튜브


특히 사회에 진입하고자 노력하는 청년 세대가 파산 신청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대법원이 세대별 파산 신청자를 집계한 결과 지난 5년 내내 20대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큰 돈 때문이 아닙니다. 최저임금을 겨우 받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아프거나, 그만두고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동안 학자금 대출 상환이나 생활비가 부족해 50만 원, 100만 원, 딱 월세하고 최저생활비만 빌렸을 뿐인데도 그렇습니다. 갓 20살이 지난 청년들에게 사회적 신용이나 보증이 있을 리 만무하니 불법적인 수법을 권하는 업체들에게 떠밀려 가게 되고, 사회 경험이 부족하니 사기에 쉽게 노출되며, 신용불량과 추심업체의 협박에 시달리다 결국 1000~2000만 원이 없어 파산 신청을 하곤 하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앉은 채로 죽으라는 소린데 그들이 뭘 어쩌겠습니까? 현재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모든 세대 중 소득이 줄고 있는 건 30세 미만이 유일합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보수언론의 최저임금 타령을 계속 들어야 하겠습니까?


출처 - 시사저널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기형적인 부의 쏠림입니다.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대표적 대기업 집단 60개를 놓고 볼 때 삼성, 현대, SK, LG 국내 4대 그룹의 자산이나 매출이 나머지 대기업 집단 56곳과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대 그룹으로 따지면 자산과 매출 비중이 전체의 70%에 달했습니다. 재벌기업 내에서조차 부의 편중 현상이 감지되기 시작한 겁니다. 이대로 가면 4대 그룹의 자산은 사상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넘으며 대한민국 GDP의 절반을 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가 대기업 4곳에 저당 잡히는 꼴이죠. 이번 롯데 신동빈 회장의 2심 판결이나 진행 중인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을 봐도 알 수 있듯이 그들의 부는 대기업의 패악으로 이룩한 것입니다. 편법, 불법을 동원한 2세, 3세 승계, 일감 몰아주기, 과도한 수직계열화, 정치권과의 부정한 밀착 등으로 말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미국은 어떨까요? '기업범죄와 지배구조'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0여 년 동안 회계부정으로 책임추궁을 당한 임원의 범죄 이후 경력을 조사한 결과 미국은 93%가 조사 진행 도중, 혹은 조사 종료 직후 해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최고 경영진들은 해임 후 재취업 기회를 박탈당하고 가지고 있던 스톡옵션 행사 기회도 잃어버렸습니다. 이 중 28%는 형사처벌을 받고 평균 4.3년을 복역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 오너들이 범죄를 저질러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그들의 부도 유지됩니다.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오너들이 범죄를 저지를 당시 재직하던 회사나 그 회사가 속한 재벌그룹의 다른 계열사 임원으로 복귀하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특히 전문경영인의 경우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이 집행유예에 그쳤죠. 여기까지만 봐도 현재 한국 경제의 문제는 구조적인 문제이며 빈익빈 부익부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돈을 쥐고 있는 대기업들을 개혁하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겨우 몇천 원 수준의 최저임금을 붙잡고 늘어지는 건 기업들이 그 기름진 배를 더 기름지게 하기 위해서인데, 이런 사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언론의 책임이 큽니다. 《미디어오늘》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 인상 문제를 다루거나 언급한 기사량은 지난해의 5.5배였습니다. 1년 전보다 4.7배, 2년 전보다는 9.8배 높았으며, 증가분의 약 70%가 경제지 및 보수 언론 보도였죠. 2018년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된 공포 여론을 경제지와 보수언론이 주도한 겁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학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단기간에 확정지어 말할 수 없는 것인데 언론이 경제성장률 변동 원인을 단순히 최저임금에 국한해서 보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자영업자 다죽는다는 프레임도 마찬가지입니다. 2017년 자영업자 568만 명 가운데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70%에 가까운 407만 명입니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61만 명이었죠. 70%가 사장 혼자 일하는 게 자영업계의 현실이란 말이므로 최저임금이 오른다고 영향 받을 자영업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거죠. 오히려 자영업자들은 골목상권 보호, 적정 하도급 단가 보장, 카드 수수료 인하, 건물 임대료 규제 등을 더 주요한 과제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요구들은 모두 기업이나 건물주들에게 고스란히 불이익이 되는 부분들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언론은 최저임금만 죽어라고 보도한 겁니다. 사실상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공포는 언론이 만든 셈인데, 이는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고 그 단물을 나눠먹기 위해서라고 보입니다.


출처 - 조선일보


지난 28일 국회에서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와 추혜선 의원 주최로 대기업 갑질피해 증언대회가 열렸습니다. 삼성·현대·한진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자동차, 에스케이(SK), 현대건설, 롯데 등 대기업들로부터 ‘갑질 피해’를 당한 협력업체, 피해자 단체가 참석해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손정우 태광공업 대표는 현대자동차 2차 하청업체를 꾸리다가 24년간 거래해온 현대자동차 1차 협력사로부터 고소된 상태입니다. 손 대표는 직원들 퇴직금 마련을 위해 자신의 보험금을 생각하며 자살까지도 생각했다면서 "상대방이 크다면 법적으로 들어가지 마십시오. 스스로 살 길을 찾으십시오"라며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대기업과 대형로펌 앞에선 상황과 어려움을 이야기해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얘기입니다.

 

출처 - 한겨레

 

이 자리에 함께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여러 피해자분들에게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면서 "우리 사회의 저소득층 그다음에 소상공인, 중소기업들에게 먼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더 팩트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납품단가 후려치기, 선시공 후계약, 기술 탈취 등 대기업과 원청의 갑질로 인해 도산하고 심지어 기업의 대표가 목숨을 잃기도 했다"면서 "공정 경제로 가는 첫 번째 관문은 무엇보다 갑질 경제의 청산"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한국 서민 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원인을 정확히 짚어야 올바른 해결책이 나옵니다. 한국 경제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이들이 대체 누구인지, 그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국민의 관심과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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