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은수미 - 성남시 조폭 연루설의 진실은?

슬로바키아 정권을 무너뜨린 마피아 살인사건이 있습니다. 슬로바키아 언론사 악투알리티에서 일하던 잔 쿠치악이란 젊은 기자는 당시 자신의 조국 슬로바키아 정부를 송두리째 무너지게 할 수 있는 특종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취재 때문에 자신과 동갑인 27세의 약혼녀의 목숨까지 잃게 되었습니다. 쿠치악과 약혼녀 마르티나는 자신들이 살던 슬로바키아의 수도 근교의 마을인 벨카 마카에서 총을 맞은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출처 - BBC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쿠치악은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과 슬로바키아 정부 간의 유착 관계를 취재 중이었습니다. 남부 이탈리아부터 자금 세탁이 이뤄진 영국 런던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진 취재였으며 마피아, 청부살인자, 정치인, 전문직으로 이루어진 '돈 세탁가'들이 다수 연루돼 있었습니다. 마피아의 손길이 전 세계에 뻗쳐 있음을 증명하는 기사였죠. 사안의 중대성 때문인지 슬로바키아 여론은 두 사람의 죽음에 즉각 반응했습니다. 분노한 수많은 국민이 대규모 거리 집회에 나섰고, 그 결과 지난 3월 10년 이상 권력을 유지해오던 로베르토 피코 총리의 정권이 무너졌습니다. 정치계에 이르기까지 안 뻗친 곳이 없는 마피아의 무서움을 송두리째 뒤엎는 민중의 힘을 보여준 사건이었죠.


출처 – SBS


여태까지 우리는 마피아와 연루된 살인사건이나 정치인과 끈이 닿아 있는 사건은 이탈리아 같은 유럽에서나 발생하는 일로 생각해왔습니다. 동양에 비슷한 일이 있다면 일본의 야쿠자 정도를 떠올릴 뿐이었죠. 그 때문에 지난주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방송한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1년 전 파타야 살인사건으로부터 파생된 문제 하나를 파헤쳐보니 성남시를 기반으로 세력을 키워온 국제마피아라는 조직폭력배들이 있었고 이들을 경찰, 검찰 등 성남시 공권력이 암암리에 비호하고 있었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정점에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현 경기도지사와 현 성남시장인 은수미 의원이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단적인 예로 3년 동안 수배 중이던 조직폭력배가 수배 중에 경찰서에 놀러 다닐 정도였다는 주장과 성남시 출신 전·현직 경찰들이 이 폭력조직이 양성화해 운영하던 기업으로부터 유령이라 불리면서 회사에 이름만 걸어놓고 검은돈을 받아갔다는 내용이 폭로됐습니다. 조직폭력배들을 잡아야 할 경찰들이 그들의 돈에 길들여져 있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기업의 정체가 더 충격적입니다. 연 수백억의 매출을 올리던 이 회사는 대륙의 실수라는 애칭으로 더 잘 알려진 샤오미의 한국 총판인 코마트레이드였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을 많이 쓰시는 분들 중에 샤오미 보조 배터리 하나 정도 안 가지고 계신 분은 없을 겁니다. 그 돈이 다 성남시 조직폭력배들에게 흘러들어가 성남시 공권력에 기름칠을 하는 데 쓰이고 있었다는 겁니다. 놀랍게도 이 기업은 성남시 유망중소기업에 선정되어 장려상을 받았습니다. 이 상을 수상하기 위해서는 성남시에서 3년 이상 사업한 실적이 필요한데 당시 이 기업은 창업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죠. 성남시청과 뭔가 커넥션이 있는 건 아니었는지 의심이 드는 정황입니다.


출처 - SBS


이재명 전 시장과 은수미 현 시장은 관련성을 부인했지만 이상한 점은 한둘이 아닙니다. 은수미 성남시장은 당시 이 기업이 장려상을 수상한 성남시의 채점 자료 등에 대한 공개를 거절했습니다. 은수미 시장은 왜 이재명 시장 시절 성남시의 과거 자료를 공개하길 거부했을까요? 은수미 시장 역시 과거 성남시 국제마피아에게 차와 기사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적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관련 자료 비공개 방침은 더더욱 합리적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입니다.


출처 – SBS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은수미 성남시장보다 한 술 더 뜹니다. 그는 〈그것이 알고 싶다〉 담당 피디에게 전화를 걸어 두 시간 넘게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이 점만 본다면 반론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는 담당 PD에게 "우리 PD님에게 미안한데 원래 제가 그런 건 안 하는 사람이지만 '위쪽'에 전화를 했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실제로 박정훈 SBS 사장, 남상문 시사교양본부장, 김기슭 CP 등에게 전화를 돌렸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그것이 알고 싶다〉 진행자인 김상중 씨 쪽에도 전화를 하려 했다고 하죠. 뭔가 억울한 감정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경기도지사라는 공직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린 일로 언론사 사장부터 실무책임자에 이르기까지 전화를 돌리고 이를 실무담당자에게 발언하는 행위는 대단히 저열한 방식의 압력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공중파에 압력을 행사하던 이들을 우리는 이명박근혜 정권 당시 수두룩하게 보아왔죠. 그런데 촛불 혁명의 수혜를 본 사람으로 자처하는 이재명 도지사 자신이 이런 비상식적인 일을 저지르다니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입니다.


출처 – KBS 유튜브


지사직 사퇴 등을 요구하는 국민청원 참여자가 1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여론이 좋지 않게 돌아가자 지난 25일 자신의 조폭연루설을 보도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측에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21일 보도된 '권력과 조폭-파타야 살인사건 그 후 1년' 편의 내용을 언급한 뒤, "시청자들로서는 이러한 악의적인 편집으로 인하여 이재명 지사가 중대한 범행을 일삼는 폭력조직을 도와왔던 것으로 오인할 소지마저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며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아울러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김남준 경기도 언론비서관을 통해 '음해성 조폭몰이의 허구성을 밝혀주십시오, 검찰 수사를 정식으로 요구합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기자회견문을 발표하며 정면돌파를 시사했습니다. 가족에 대한 막말부터 여배우 스캔들에 이어 이젠 조폭연루설까지 터져 나오니 반박만으로는 더 이상 힘들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출처 - KBS

 

한편 바른미래당은 조폭 연루설이 제기된 이재명 경기지사를 허위사실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추가 고발했습니다. 바른미래당 장영하 전 진상조사위원장과 하태경 의원, 경기지사 후보를 지낸 김영환 전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은수미 성남시장에 대해서도 검찰에 수사요청서를 제출했다"고 전하면서 "정치인과 조폭 연루 의혹은 무고한 한 젊은이가 희생된 살인사건까지 연결돼 있다"며 "국회가 국정조사에 나서거나 필요하면 특검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과거 변론을 맡았던 조직폭력배는 성남국제pj파 조직원이었습니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은 SBS 방송에서 다룬 바 있는 태국 파타야 살인사건의 김형진이 속해 있는 조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조직폭력배 연루설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 이들 조직원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고, 이재명 후보의 선거운동 과정에 참여한 정황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관련 수사가 진척된 게 없어 정확한 진실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든 은수미 성남시장이든 혹여 문제가 될 일을 한 적이 있다면 자신들을 뽑아준 국민 앞에 진실을 고하기 바랍니다.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헌정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건도 해외 원정 도박 적발과 이화여대 입시 부정이라는 작은 사건에서 촉발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길 바랍니다.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자신의 과거를 자책하며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기도 합니다. 국민 앞에서 떳떳하다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은수미 성남시장은 관련 의혹에 대해 확실하게 대응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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