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1만 원으로 영화 한 편도 못 보는 세상이 됐습니다. 업계 점유율 1위인 CGV가 4월 들어 기습적으로 영화 관람료 1000원 인상을 발표했고, 뒤이어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도 똑같은 인상안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3대 체인의 극장 점유율이 90퍼센트가 넘으니 사실상 전국 모든 극장의 영화 한 편 관람료가 1만 원을 넘기게 된 셈입니다. 몇 년 전 CGV가 좌석 차등제를 도입하며 프라임 타임, 프라임 좌석에서 1만 원 시대에 돌입한 바 있는데요, 이번 인상으로 영화 한 편 보는데 11,000원 이상이 들게 됐습니다.
출처 - 이뉴스투데이
영화 체인들은 관리비와 임대료 인상 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져서 불가피하게 관람료를 올리게 되었다고 공통적으로 말합니다. 최근 신촌 맥도널드가 임대료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폐점을 결정할 정도니 젠트리피케이션의 영향은 거대 프랜차이즈마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렇더라도 거대 영화 체인들이 일괄적으로 관람료를 올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좌석 차등제를 시행한다면 임대료가 낮은 곳은 관람료가 훨씬 싸야 맞는 것 아닙니까?
출처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더구나 거대 영화 체인들은 관람료를 인상한 타이밍 때문에 사람들의 욕을 먹고 있습니다. 25일 개봉이 예정된 슈퍼 히어로 무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개봉을 노렸다는 게 너무나도 뻔하게 드러나기 때문이죠. 마블 스튜디오 10주년 기념 작품이자 슈퍼 히어로 무비의 클라이맥스가 될 영화여서 영화 관계자들은 무난하게 1000만 관객을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런 작품 개봉 직전에 영화 관람료를 일제히 올린다는 건 속내가 뻔히 보이는 행위입니다.
출처 - 국민일보
한편 관람 환경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힘쓸 것이라는 그들의 핑계는 옹색하기 그지없습니다. 우리나라 극장의 장애인 접근성은 형편없는 수준입니다. 어지러워서 보기 곤란한 맨앞자리 한두 군데를 장애인석으로 만들어 구색만 갖춘 곳이 대부분이죠. 배리어 프리 영화는 가뭄에 콩나듯합니다.
반면 미국 극장의 경우 장애인석이 중앙 프라임석인 경우가 많고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도록 통로를 잡는다고 하죠. 또한 청각 장애인을 위한 'Closed caption device for subtitle'과 시각 장애인을 위한 'Closed caption device for sound'가 구비되어 있습니다. 'Closed caption device for subtitle'는 소리를 들을 수 없거나 시력이 나빠 글씨를 가까이 보기 원하는 관객을 위해 영화의 모든 것을 자막으로 처리해 개인별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Closed caption device for sound'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자막을 포함한 영화의 모든 것을 소리로 들려주는 개별 장치입니다. 이런 장치는 티켓 박스에서 신청하면 무료로 대여할 수 있습니다.
출처 - 돌비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 극장들은 가격을 올리고 관리 향상을 입으로는 떠들면서 장애인을 비롯해 노약자들에게 유용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 극장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자의로 이런 서비스를 도입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장애인이나 기타 약자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고소당하기 일쑤이고 이런 부실한 서비스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강력히 제재하는 문화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돈이 들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비장애인뿐 아니라 노약자들까지 관객으로 흡수할 수 있을 테니 극장으로서도 손해만 보는 서비스는 아닐 겁니다.
출처 - 뉴시스
매년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알고 계실 겁니다. 1981년에 전두환 정권은 민간에서 개최하던 '재활의 날'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365일 중에 하루를 특정하여 그날만 장애인을 동정하는 풍토가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시혜적, 동정적 시선으로 볼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그들을 존중하는 사회로 변모해야 합니다. 지난 2002년 100여 개 단체들은 4월 20일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선포했습니다. 그 의미를 이해해야 합니다.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맞이하여 영화 체인 관계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영화 관람료를 올리기만 하는 거대 체인들이 장애인을 위해 진심 어린 서비스를 한 적이 있습니까? 계속 올라가는 관람료만큼 폭넓은 관객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서비스 개선을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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