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쓰레기 대란 이후 우리 사회는?

한국 마트 어디를 가나 깐 양파를 쉽게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깐 양파가 지난 1월 영국에서 엄청난 비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영국에서는 보통 일반 양파를 사다가 손질해서 먹는데, 독일계 식품 잡화 체인점인 리들이 우리나라처럼 깐 양파를 선보였습니다. 판매 촉진 전략의 일환이었겠지만 영국 사람들은 이를 거대한 흉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엄청난 역효과를 낳은 것이죠. 양파를 포장하는 플라스틱이 화근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깐 양파를 판매하기 위해 사용된 플라스틱 포장이 환경을 위협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출처 - 허프포스트


영국 소비자의 반응을 우리나라 현실과 일대일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영국 안에서조차 양파 손질이 힘든 장애인 등 누군가에겐 필요한 일면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고, 세계 최고의 노동 시간과 강도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손질된 양파가 꽤 유용하다는 데 대해서 공감하는 의견도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뿐만 아니라 점점 늘어나는 1인 가구를 위해 소량 판매가 점차 일반화하는 분위기도 한몫합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영국의 사례에서 배울 점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비닐을 너무 쉽게, 너무 많이 소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일어난 재활용 쓰레기 대란은 일회용품 사용량이 많은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실 2010년부터 환경부와 비닐봉지 판매 금지 협약을 맺고 있는 대형마트나 편의점들은 일회용 비닐봉지 대신 종량제 봉투와 종이봉투, 박스 등을 매매하거나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비닐을 가져오면 보증금을 되돌려줍니다. 하지만 이런 제도가 있는지 아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신경조차 쓰지 않는 사람이 많은 실정입니다.


마트나 편의점에서 비닐 봉지를 사겠느냐는 취지로 "비닐 봉지에 담아드릴까요?" 하고 물어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손님은 "아니, 그럼 이걸 그냥 들고 가란 소리냐?" 하며 어이없다는 식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1인당 비닐봉지 사용량은 1인당 연간 420장에 달해 총량이 1년에 216억 장 수준이라고 합니다. 핀란드의 경우 1인당 연간 4장, 아일랜드가 1인당 연간 20장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실로 어마어마하게 많이 쓰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러니 이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출처 - 기호일보


근본적인 해결책은 소비자보다는 생산자 쪽에서 내놓아야 마땅합니다. 우리나라는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이 세계 2위로 압도적이지만, 동시에 폐기물 재활용률도 세계 2위로 압도적이기도 합니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는 뭘까요? 생산자들이 과대포장, 과다포장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재활용 쓰레기 대란의 중심지였던 아파트만 봐도 분리수거 자체는 꽤 잘되는 편입니다. 일반 소비자들은 분리수거를 하는 수고를 기꺼이 감당하고 있었습니다. 그에 반해 일주일에 한 번뿐인 재활용 쓰레기 배출은 세계적인 평균과 비교하자면 상당한 피로감을 야기하고 있었죠.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플라스틱을 사고 버리는 데 익숙해졌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음식물을 담는 데 쓰이는 비닐, 냉장 배송으로 물건을 받을 경우 포장재인 스티로폼과 보냉제, 책 한 권 주문해도 딸려오는 완충제, 비닐, 스티로폼 조각이 잔뜩입니다. 쓰레기가 될 플라스틱들을 보낸 건 생산자들인데 이를 분리하고 버리는 수고는 소비자의 몫입니다. 소비자의 인식 개선도 중요하지만 제품 생산과 유통 단계에서 일회용품을 강력히 규제하지 않는다면 결국 재활용 쓰레기와의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겁니다.


출처 - 연합뉴스


그러므로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생산자에게 책임을 묻는 생산자재활용책임제를 강화해야 합니다. 생산자재활용책임제란 정부가 상품 생산자에게 돈을 거둬 재활용업체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고 수거 후 잔재물 소각 비용을 생활 폐기물 수준으로 낮추는 제도입니다. 이는 생산자가 애초에 생산품 자체를 재활용하기 쉽도록 만드는 일도 포함됩니다. 폐기물 재활용률 세계 1위인 독일에서는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페트병도 몸통부터 뚜껑까지 단일 재질로 만든다고 합니다. 최근 문제가 된 중국의 재활용품 수거 거부도 따지고 보면 이것이 원인이었죠. 중국은 우리나라 재활용 폐기물을 잘 안 받아도 독일 폐기물은 쉽게 받아준다고 하죠.

 

출처 - 경향신문

 

1회용 컵을 줄이기 위해 2002년부터 소비자로부터 50~100원을 받는 보증금제도가 실시되었으나 2008년에 폐지되었습니다. 일정 규모 이상 점포에서는 비닐봉지를 20~50원에 팔도록 되어 있지만 사용량을 줄이는 효과가 미미한 실정입니다. 2016년 12월 경북 경산에서는 한 50대 남성이 비닐봉투값을 요구하는 편의점 종업원을 살해하는 일도 있이 있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기업친화적인 정책을 폈던 이명박 정권부터 온갖 적폐의 상징인 박근혜 정권까지 규제완화로 인해 환경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쳤는지는 측정조차 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이 때문에 최근 환경부는 1회용품 감량과 재활용 촉진 종합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사라졌던 1회용 컵 보증금을 부활시키고 비닐봉지 규제 등을 강화해 1회용품 사용을 억제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죠. 또한 환경부는 폐기물을 유발하는 제품 생산자들의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재활용 쓰레기 대란을 경험한 우리 사회는 소비자의 인식을 개선함은 물론 생산자의 책임을 강화할 시점이 되었습니다. 기업과 유통업체의 전향적인 협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출처 - 한국환경회의

 

4월 22일은 지구의 날입니다. 올해 지구의 날 기념 시민행사는 "미세먼지 없는 서울, 숨 쉬고 싶은 지구"라는 주제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시청 광장에서 진행됩니다. 전국환경단체의 연대체인 한국환경회의와 녹색서울시민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제48회 지구의 날 행사에서는 환경, 교육, 문화 단체들이 각자의 이슈와 주제로 부스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참여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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