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유령 주식 사태 일파만파

삼성증권 사태가 점입가경입니다. 지난 6일 주식시장에 난리가 났습니다. 삼성증권 주가가 주식매물 폭탄으로 한때 11% 이상 급락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죠. 주가 급변 시 발동하는 가격 안정화 장치 VI가 무려 5차례나 실행됐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 매물 폭탄의 주인공들이 삼성증권 직원들이었다는 점입니다. 원인은 이날 삼성증권 우리사주 직원에게 주당 1000원을 입력해야 하는데 1000주를 입력하면서 발생했습니다. 이 때문에 무려 28억 3162만 주, 113조 원어치 주식이 발행됐습니다. 삼성증권의 우리사주 주식 수는 원래 283만여 주에 지나지 않는데, 주식 시총을 까마득하게 뛰어넘는 금액의 주식이 그냥 발행되어 버린 셈입니다. 직원들 입장에선 마치 200만 원 좀 넘는 월급이 들어왔나 통장을 확인해봤더니 20억이 꽂혀 있는 걸 발견한 상황과 같았습니다.


출처 - 한겨레


일반적인 상식으로도 이건 뭔가 잘못됐다는 걸 인지하고 은행에 문의하는 것이 제대로 된 대응일 겁니다. 삼성증권의 대부분의 직원도 전산 오류겠거니 하고 보고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40여 명의 직원은 이를 발견하고는 500만 주 남짓을 폭탄처럼 매도해 인당 평균 60억 원에 가까운 차익을 남겼습니다. 한 직원은 100만 주를 팔기도 했는데, 이는 삼성증권 최저가를 적용해도 350억 원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입니다. 매도한 직원들의 전체 금액은 약 2000억 원 규모입니다. 이것이 바로 삼성증권 주식매물 폭탄과 주가 급락의 이유였죠.


출처 – MBC 유튜브


이번 사태의 문제점은 이것입니다. 신뢰성과 양심이 중요한 금융업계 종사자들이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죠.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방증입니다. 조사에 의하면 삼성증권 직원들은 주식이 처음 잘못 입고됐을 때는 20분 정도 관망하다가 어느 순간 우르르 내다 판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회사에서 잘못 입고된 주식을 팔지 말라는 경고를 컴퓨터 화면에 보낸 시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매도한 직원들은 회사에서 비정상적인 주식이니 팔지 말라는 공지를 보고 이 주식이 매도 가능한 주식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일을 저질렀다는 의미가 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에 대한 조사 결과로 매도한 직원들은 일확천금은커녕 수십억을 물어낼 판입니다. 잘못된 주식 500만 주 남짓을 매도해 회사 주가를 10% 넘게 떨어뜨린 건 내부자 거래, 나아가 주가 조작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으며, 회사가 입은 매매 손실액이 100억에 이르니 이에 대한 책임이 뒤따르겠죠. 정상적으로 거래하던 투자자들이 거래 손실을 봤다고 신고한 건수만 해도 180건이 넘는다고 합니다. 주식을 매도한 직원들은 전원 대기발령을 받았으며 횡령죄로 처벌될 수도 있습니다. 아마 개인당 3~6억씩 배상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높겠죠.


출처 - 머니투데이


직원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이지만 근본적으로 삼성증권, 나아가 주식 거래 시스템 그 자체의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개개인의 비양심과 불법은 단죄할 수 있다고 하나 이 사건을 단순히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로 축소해서는 안 될 이유이기도 합니다. 실수가 됐든 고의가 됐든 잘못 입력된 말도 안 되는 주식량이 아무 여과 없이 실제 시장에 나와 매매될 수 있다는 건 주식이란 금융 거래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붕괴시키는 일대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실체 없는 유령 주식을 회사 마음대로 발행할 수 있고, 과거에도 발행할 수 있었다 것인데, 과연 이게 뜬구름 잡는다는 가상화폐랑 무엇이 다르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출처 – 네이버 증권


원래 주식 신주가 발행될 때는 이사회의 결의와 주주총회 결의, 실물 인쇄, 한국예탁결제원 등록 등의 절차를 거쳐야만 합니다. 하지만 삼성증권 사태에서는 이 절차가 깡그리 무시되었는데도 검증 없이 주식 시장에 쏟아져 나왔습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심지어 삼성증권뿐 아니라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모두 이런 식으로 유령 주식을 발행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증권사가 마음만 먹으면 유령 주식을 배당해 시세를 왜곡할 수 있다는 건데, 과연 이 삼성증권 사태가 처음이었겠느냐는 의심의 눈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모든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는 청원까지 등장했죠.


출처 – SBS유튜브


한발 더 나아가 이번 사건이 삼성증권, 나아가 삼성그룹 차원에서 불법한 자금 조달을 위한 작전 중에 실수로 드러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 주식 전문가는 이 사건을 두고 “주식의 총 발행량은 정해져 있다는 전제가 무너진 엄청난 사건”이라며 “회사차원에서 개인계좌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사건이 정말 실수로 한 입력과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였는지 일상 업무였는지 금감원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도 삼성증권 사태는 개인의 입력 실수로만 보기는 어렵다며 철저한 조사가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출처 – MBC 유튜브


MBC는 사고 당일 거래 내역을 단독 입수하여 보도했는데요, 삼성증권 직원들의 행태가 대단히 의도적이고 이런 일의 경험이 꽤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과 불안한 생각을 품게 하는 대목들이 여럿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아무튼 이번 사태로 국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연기금 수백억 원이 날아갔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이 때문에 삼성물산 합병 당시 삼성물산의 주가가 지나치게 떨어졌던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만약 삼성증권이 이번처럼 2015년 허매도 방식으로 주가를 조작했고 그 결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뤄졌던 것이라면 삼성은 금융 시장의 근본을 무너뜨리는 악질적인 무뢰배라는 소리가 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새로운 혐의가 추가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삼성과 이재용이 계속 도마 위에 오르는 이유는 결국 하나입니다. 국민들은 삼성과 이재용이 법의 심판을 제대로 받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죠. 이번 삼성증권 사태는 결코 일개 직원의 실수나 도덕적 해이로 치부하고 넘길 수준이 아닙니다. 직원들은 그들대로 단죄하되, 어디까지나 근본 원인인 어이없는 금융시스템과 구린 속내가 보이는 삼성 오너 일가를 제대로 파헤쳐 심판해야 마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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