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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최순실 25년 구형과 김영란법 개정을 보는 시선

by 생각비행 2017. 12. 15.

국정농단 사건의 시작과 끝인 비선실세 최순실에게 지난 14일 징역 25년이 구형되었습니다. 지난 10월 10일 특검은 최순실의 '이대비리'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을 구형했고, 지난 11월 14일 법원은 최순실 '이대 비리' 항소심에서 1심과 똑같이 징역 3년을 선고한 바 있죠. 검찰은 분리된 사건에서 이미 별도 구형이 내려졌기 때문에 이번에 최순실에 대한 구형량을 낮췄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 실질적으로 징역 30년 구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JTBC

 

아무튼 최순실은 구형으로만 따진다면 최순실은 7년에 25년을 더해 32년을 받은 셈입니다. 이와 같이 중형이 구형된 이유는 최순실의 죄질이 극히 불량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벌금 1185억 원, 추징금 77억 9735만 원도 함께 구형되었습니다. 검찰과 특검은 사실상 최순실이 이 벌금을 다 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현행법에 따라 벌금을 내지 못하면 최장 3년간 노역장에 유치되므로 결국엔 징역 35년만큼을 구형한 것과 동일한 효과가 나는 셈인데요, 이와 같은 최순실의 구형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형과 형평성을 따진 결과로 풀이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지난 1996년에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뇌물과 내란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무기징역이 구형된 바 있습니다. 이 사례를 본다면 뇌물 혐의 중심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는 이보다 낮게, 그러나 최순실보다는 중형을 구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 등으로 최순실보다 더 많은 혐의를 가졌고, 최근 드러난 ‘국정원 특수활동비’ 뇌물 사건에도 연루된 정황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저 징역 25년에서 35년 정도가 구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한편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은 지난 14일 최순실에 대한 검찰의 구형 소식이 나온 이후 "박근혜는 최소 무기징역 이상 구형량이 예측"된다고 밝혔습니다. 형법상 유기징역은 30년까지, 가중처벌은 50년까지 가능합니다. 최순실에게는 사실상 유기징역 최대치가 구형된 셈입니다. 정청래 전 의원의 예측도 박 전 대통령에게는 최순실보다 더 높은 형을 구형해야 하지 않겠냐는 국민의 감정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은 최순실에 대해 "무분별한 재산 축적 사욕에 눈이 멀어 온 국민을 도탄에 빠뜨렸기에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며 자기들 배 불리기에 바빴던 박근혜 정권의 몸통과 비선실세, 부역자들이 줄줄이 법의 심판을 받고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런 마당에 최근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은 심이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김영란법 개정안은 음식물, 선물, 경조사비의 상한액을 3만, 5만, 10만 원으로 정했던 기본안을 선물비의 상한액을 농축수산물에 한해 10만 원으로 올리고 경조사비는 10만 원에서 5만 원으로 낮춘 것이 골자입니다. 음식비는 3만 원으로 유지했지만 선물비가 농축수산물에 한해서라곤 하지만 2배로 올려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경조사비 역시 현금만 5만 원으로 내렸을 뿐 화환, 조화비는 따로라서 10만 원이나 다름없죠. 이 때문인지 개정안이 가결된 권익위에서는 외부 인사의 부대 의견이 함께 공개되었습니다. "부정청탁금지법의 본질적인 취지 및 내용을 완화하려는 시도에 반대한다. 부정청탁금지법의 안정적 정착 시까지는 금품 등 수수금지에 대한 예외인 음식물 경조사비, 선물 등 가액의 추가적인 완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한 차례 부결되고 진통 끝에 개정됐지만 부대 의견처럼 1년밖에 안 된 법을 개정해 청탁금지법의 취지를 약화시킨다는 우려가 많은 가운데 원칙 없는 수정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한편 통과가 됐다는 점에서 그동안 청탁금지법에 가장 거세게 반발해온 농축산업계와 화훼농가는 개정안 통과를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그동안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를 신상품 개발이나 판로 개척 등으로 돌파하려 하지 않고 다시 선물에 기대려고 한다는 점에서 농축산, 화훼 업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한우와 인삼 등 상대적으로 비싼 상품을 생산하는 농가는 이번 개정안도 마뜩잖아 하고 있습니다. 이들 업계는 아예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 품목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죠. 김영란법 개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하며 반색하는 건 대형마트 업계입니다. 선물세트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김영란법 개정이 농가보다 유통업계 배 불리기가 되지 않을지 벌써 걱정이 드는군요.


출처 - JTBC


이번 개정안에서 3만 원으로 동결된 외식업계는 뿔이 났습니다. 그간 5만 원으로 인상해달라고 요구해왔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김영란법 시행 후 객단가가 큰 일식과 한정식 등은 매출 감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관련 업체는 상한액을 7만 원 수준까지 인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각자 부담해서 계산하면 될 텐데 그걸 사줘야만 먹는다는 건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출처 - cnb뉴스


김영란법 개정안이 뭔가 풀어주는 것처럼 착각하실까 봐 말씀드리지만 오히려 죈 부분도 있습니다. 직무 관련 공직자 등에게 상품권을 선물하는 것은 금지되었습니다. 상품권 등 유가증권은 현금과 유사하고 사용내역 추적이 어려워 음성적 뇌물 제공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죠. 개정안의 취지가 농축수산물 현물에 대한 소비 진작이었기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청탁금지법 기준에 맞는 선물에는 소비자들이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착한 선물 스티커를 부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시민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에 부정적인 기색을 보이고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일부 업계의 이해만을 반영해 우리 사회의 숙원인 부정부패 척결 의지를 저버린 근시안적 태도라고 밝혔습니다. 청탁금지법으로 실제 일부 산업에 부정적 효과가 생긴다면 이는 그 산업의 결과물이 그만큼 우리 사회의 부정청탁과 관련이 깊다는 반증이므로 산업 재편에 대한 정책적 지원으로 해결을 해야지 청탁금지법을 느슨히 해서 풀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경실련 역시 이번 개정을 빌미로 청탁금지법 기준 완화와 예외조항 삽입 시도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한 번 밀렸으니 계속 밀릴 여지를 주게 되었다는 거죠.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청탁금지법 원안을 고수하고 초반에 더욱 고삐를 조여야 했지 않나 싶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상품권 관련 부분에서 진전된 부분도 있고 반발이 극심한 업계의 숨통을 트여준 면도 없지 않으니 더는 이권 개입으로 청탁금지법이 누더기가 되지 않도록 시민사회가 촘촘하게 감시해야겠습니다. 김영란법 개악은 문재인 정부로서는 부패 척결이라는 시대정신을 훼손하는 정부로 기록될지 모를 중요한 문제입니다. 더 많은 여론을 참작하여 올바른 방향으로 귀결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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