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난 교사와 쫓아낸 학교 뒤바뀐 운명(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0/12/16/0200000000AKR20101216090400004.HTML, 연합뉴스 )
세상만사는 새옹지마라고 했던가요? 드라마 같은 권선징악 스토리가 현실에서 벌어졌군요.
사립학교의 재단 비리 의혹을 제보했던 선생님이 재단 이사진에 의해 불합리하게 파면당했는데 그 선생님이 해당 지역 교육의원으로 출마한 뒤 당선되어 돌아왔네요. 그 선생님을 파면했던 이사들은 결국 비리가 사실로 밝혀지며 이사장은 불구속 기소되고 이사 전원에 대해 취임 승인을 취소하기로 했답니다.
얼마 전 큰 이슈가 되었던 위키리크스처럼 내부고발은 개인에게 참 크나큰 위험부담을 짊어지게 합니다. 이 선생님도 법정 다툼으로 복직 판결을 받았으나 재단 측은 집요하게 다른 핑계를 대며 다시 파면시켰다지요. 결국 선생님은 그 학교가 속한 지역구의 교육위원으로 출마하기로 마음먹었답니다.
이 권선징악의 스토리 안에서 다소 씁쓸한 맛이 남는 건 해결 방법 때문일 겁니다. 한국사회에 만연한 잘못된 이 한마디를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거든요. 억울하면 출세해라.
시민단체들의 끈질긴 항의에도 꼼짝 않던 서울시 교육청과 검찰이 이 선생님이 교육의원에 당선되자 본격적으로 감사와 수사에 착수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비리를 저지른 재단이사들이 떵떵거리고 여전히 잘사는 것보다야 백번 나은 결과이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입맛이 씁니다. 그래서인지 교육의원에 당선된 그 선생님도 이런 심경을 밝혔다는군요.
"내가 교육의원이 되지 않았다면 검찰의 계좌추적도, 시교육청의 특별감사도 없었을 것"이라며 "교사가 목숨 걸고 제기하는 의혹은 제대로 듣지 않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사필귀정이다. 양천고 비리사건이 없었다면 제가 교육의원으로 나설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라고 했습니다.
이번 주말에 촛불집회까지 열릴 기세인 롯데마트 5000원 통큰치킨과 BBQ 등 프랜차이즈 치킨의 싸움만 해도 결국 상황을 정리한 건 이성도 사실도 아닌 청와대 높으신 분의 한마디가 주효했던 일처럼 '어떤 말을 왜 했느냐'보다 '누가'했느냐에만 관심을 쏟는 세태가 아쉽습니다. 언제쯤 되어야 권위보다 진실이 더 존중받을 수 있을까요?
그나마 다행인 건 이렇게나마 조금씩 진실이 밝혀지는 것 같다는 겁니다. 어제 또 하나의 판결이 있었습니다.
대법원, 유신독재 긴급조치 1호 위헌 판결(http://imnews.imbc.com/replay/nwdesk/article/2760270_5780.html, MBC)
박정희 유신독재 시절을 대표하는 사례 중 하나인 긴급조치에 대한 위헌 결정이 대법원에서 나왔습니다. 그때 있었던 일들은 정말 지금으로서는 웃지 못할 정도로 난센스인 것들이었죠. 막걸리 한잔하다가 대통령 욕 한마디 잘못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남산 밑으로 끌려간다느니 하는 도시 전설 같은 이야기 말입니다.
36년이나 지나 늦은 감이 있지만 아무것도 고치지 않고 나아가기만 하는 것보다는 낫다 싶습니다. 하나하나 쌓이다 보면 권위보다 진실이 당연한 세상이 오리라 희망해봅니다. 더디지만 진실을 향하는 것, 이것이 바로 언론과 법, 나아가 시민이 가야 할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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