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박' '친박'으로 권력 다툼을 조장해 총선을 말아먹고 국민의 심판을 받은 박근혜 대통령. 위기 국면 때마다 외국으로 도망하는 건 당연지사가 되었죠. 총선이 있던 지난달에는 멕시코, 이번 달에는 이란으로 외유한 박근혜 대통령은 역대 최고의 경제외교 성과를 올렸다는 자화자찬을 하며 돌아왔습니다. 이란에서 벌인 패션 외교로 MOU 64건 체결, 42조 원 경제 가치를 지닌 성과를 올렸다는 겁니다. 이명박 정권의 자원 외교 거짓말에 당한 경험이 있으니, 이제 경제 성과 운운하는 보도를 그대로 믿는 분은 안 계시겠죠?
출처 - 뉴스타파
대통령의 패션 외교,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 외교는 국내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갈 때마다 벌어진 일입니다. 2013년 대선 여론조작,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파문, 2014년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 세월호 참사, 정윤회 문건 유출, 2015년 '성완종 리스트' 파문, 국정원 해킹 사건, 메르스 사태 등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국내 현안을 내팽개치고 해외로 도망치기 바빴습니다. 그러고는 돌아와서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의 신분을 망각한 채 심판자라도 되는 양 아랫사람들을 단죄하는 유체이탈 행태를 보였죠.
출처 - 프레시안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대한민국을 뒤흔들던 지난해에 이뤄진 방미도 그런 연장 선상의 외교적 외유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방미 중 박근혜 대통령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정상회담이 끝난 후 회담 결과에 관해 양국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는 자리가 이어졌습니다.
한미정상회담 직후 CNN 기자는 미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폭력 사태에 관해 물었습니다. 반면 한국 관련 질문은 전혀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 측 기자석과 수행원 석에선 웅성거리는 동요가 일어났다고 합니다. 다른 질문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란 미사일 실험과 시리아 문제, 힐러리 클린턴이 TPP에 반대한 것 등에 관해서만 질문할 뿐 한미 정상회담 직후임에도 한국에 대한 질문은 없었습니다.
겨우 하나 질문이 나오긴 했습니다. 중국 전승절 행사에 가서 러시아, 중국 지도자와 함께한 것으로 미국에 무슨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던 것이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답변은 '하도 길게 말씀하셔서 질문을 잊어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한미 정상이 만나는 자리에서 저렇게 답변할 수밖에 없었는지 의아합니다.
출처 - 노컷뉴스
상황이 이런데도 국내 언론은 여느 때와 같이 호들갑을 떨었죠. 펜타곤 의장대 행사를 16분이나 한 건 파격적인 최고의 예우였다느니, 숙소인 블레어 하우스에 처음으로 한국 대통령 사진 액자가 3개 배치됐다느니, 부통령 관저로 아시아 정상을 오찬 초청한 건 처음이라느니,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를 찬양하는 기사가 줄을 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다른 건 몰라도 최소한 외교는 잘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속셈으로 보였습니다.
뭐, 패션 외교든 한복 외교든 외교적 성과가 있다면 국민은 그나마 납득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난번 방미로 거둔 성과는 전무했습니다. 우리나라에 도입할 차세대 전투기 KF-X 핵심기술 이전 건을 해결하려다가 망신만 당하고 돌아왔죠. 여기에 들어갈 세금만 18조 원이었습니다. 방미 후 여론이 불리해지자 국방부는 차세대 전투기 핵심 기술을 국산화하겠다고 호언장담했죠.
MOU는 구속력 약해, 경제 효과도 거의 없어
박근혜 정권에 빌붙어 있는 언론들은 도박 용어인 ‘잭팟’에 ‘대박’까지 써가며 이란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외교 성과를 역대 최고라고 기사를 쏟아내기 바빴습니다. 이란 최고 지도자인 하메네이와 단독 면담하는 것처럼 사진도 정성스레 잘라서 내보냈지만, 이란 신문을 보니 그 자리에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국내 경기가 위축되고 점점 위기가 가시화화하는 가운데 대통령이 그나마 외교로 밥값을 하는가 싶었지만, 실상을 뜯어보니 '혹시나'가 '역시나'였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MOU는 'Memorandum Of Understanding'의 약자로 그 문자적 의미는 ‘서로 이해한 것을 정리해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업 간 국제 계약에서 본 계약서 전 단계로 MOU를 체결하고 그다음 수순으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본 계약을 맺습니다.
출처 - JTBC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업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국가 간 외교 문서의 격으로 따지자면 MOU는 가장 낮은 단계, 그러니까 그 문제에 대해 두 국가가 서로 얘기를 나눠봤다 정도를 확인하는 문서에 지나지 않습니다. 법적 구속력이 필요하고 진짜로 일을 진행할 거면 바로 계약을 맺거나 조약을 발표하지 MOU나 맺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출처 - JTBC
박근혜 정부가 이번 세일즈 외교 성과로 발표한 30건의 프로젝트 중 정말로 실행될 수 있는 법적 구속력을 가진 것은 가계약 2건, 일괄 정부계약 1건, 그리고 업무협력합의각서까지 6건뿐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이란이 손바닥 뒤집듯 말을 뒤집을 수도 있고, 우리나라와 똑같은 얘기를 다른 나라와도 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치장만 요란한 경제 외교, 언제까지 국민을 기만할 텐가?
치장만 가득한 허세로 점철된 경제 외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원 외교를 빼놓을 수 없죠. 이명박 정권이 자원 외교로 맺은 것도 MOU였습니다. 총 96건의 MOU로 단군 이래 최대 경제 외교 성과라고 떠들었지만, 지금 와서 보면 본 계약이 된 것은 16퍼센트인 16건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계약된 것도 경제적 성과는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내막을 살펴보니 우리나라가 퍼줘야 하거나 그 과정에 비리가 연루되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도 수두룩했죠.
출처 - JTBC
이명박 정부의 외교 허세는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 외교에서 그대로 이어집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동안 13차례 33개국 순방을 다녀오며 566억 달러, 우리 돈으로 62조 원가량의 투자를 해외에서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청와대가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집행되거나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방미 성과로 7개 기업에서 약 4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떠들었지만, 실제 계약된 곳은 단 1곳에 불과했습니다. 그나마도 진행 중이라 그 돈이 언제 들어올지는 미지수입니다.
출처 - 뉴스타파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이 멕시코를 방문했을 때도 MOU 34건 체결로 사상 최대의 경제효과를 거뒀다며 자화자찬했죠. 하지만 그 MOU 내용은 '멕시코 기업은 좋은 한국 상품을 열심히 발굴하고, 코트라는 한국 수출 중소기업을 소개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라는 의례적인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친구끼리 언제 밥 한번 먹자 하는 약속과 다를 바 없는 이야기입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박근혜 대통령이 체결한 MOU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명시까지 되어 있었다지요.
출처 - 뉴스타파
이번 이란 MOU 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란 언론들은 한국 기업들이 이란에 투자를 할 것이며 기술 이전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소식을 전했습니다. 한술 더 떠 한국이 이란에 25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기사까지 떴습니다. 한국은 42조 원을 벌었다고 떠드는 반면 이란은 250억 달러를 벌었다고 떠듭니다. 돈을 낸 사람은 없는데 번 사람만 있으니 아무도 모르게 중간에서 돈을 낸 호구는 누굴까요?
출처 - 경향신문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도 들통날 거짓말을 열심히 떠드는 청와대와 정부기관 그리고 주요 언론은 대체 언제까지 박근혜에게 빌붙을 생각일까요? 참으로 한심합니다. 지금껏 드러난 사실만 봐도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동안 세계 33개국을 국민의 혈세로 패션쇼 하러 놀러 다닌 것밖에는 안 됩니다. 국민의 비판을 면하려면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멕시코, 이란 순방길에서 맺은 MOU를 실제 계약으로 성사시켜 증명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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