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은 제3회 지방자치의 날입니다. 그리고 지방자치제 출범 20년을 맞습니다. 지방자치제에 의해 주민은 스스로 지역의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일정한 지역 단위로 자치단체를 설립하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전국적으로 시장-의회형의 자치단체 조직을 채택해 주민이 지방선거를 통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직접 선출해왔습니다. 지방자치제라곤 하나 중앙정부가 마냥 내버려두는 건 아니고 자치단체를 지도, 감독할 필요가 있으며 주민 또한 선거철에 한 표 행사하는 것으로 의무가 끝났다고 여길 일이 아닙니다. 자신들이 뽑은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일을 잘하는지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행정자치부는 '지방자치 20년 평가' 결과를 내놓았는데요, 주민의 행정 참여가 늘고 복지와 안전은 나아졌지만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하고 중앙에 대한 재정의존도가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틀은 마련되었지만 알맹이가 문제인 셈입니다.
출처 - 한강 타임스
강남만 따로 살게 서울에서 추방하라는 강남구청장
지방자치제 출범 20년이 되었지만 시민은 선거철에 투표만 할 뿐 기초단체장의 이름조차 제대로 모르고 지냅니다. 지방자치에 참여하거나 관심을 기울이는 주민이 그만큼 적기 때문입니다.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 지방자치제가 온전히 정착되기란 어렵습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신연희 강남구청장의 태도가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크게는 서울시부터 작게는 자기 구민에게도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여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데요, 그 시작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사들였던 한전부지 대금 1조 7030억 원을 두고 강남구가 서울시에 이상한 요구를 하면서부터였죠.
출처 - YTN
신연희 강남구청장의 얘기를 쉽게 정리하자면, 약 2조에 달하는 대금은 강남에서 발생한 것이니 강남에만 쓰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서울시는 당연히 서울 시민이 골고루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요. 이에 대해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그럴 거면 차라리 강남구를 강남특별자치구로 만들어 서울시에서 추방하라는 망언을 일삼았습니다. 그러고는 강남구청 홈페이지에 자신의 망언을 비열한 조롱 조로 작성해 마치 개인 블로그인 양 여과 없이 올렸습니다. 여론조사 결과 이 대금을 강남구에만 사용하는 것에 75퍼센트가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오자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75퍼센트밖에 나오지 않은 것은 시민들이 전폭적으로 지지해주는 것이라는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했습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현대자동차그룹이 사들인 한전부지 대금 1조 7030억 원을 애초에 강남구가 독식하려 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서울시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강남구가 서울의 알토란 같은 땅이 된 것은 서울 시민의 막대한 세금과 인프라가 투자되었기 때문입니다. 말죽거리로 더 유명했던 예전의 강남은 시골로 인식되어 개발이 활성화되지 못했습니다. 이때 서울시가 공무원 아파트를 시작으로 아파트 단지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경기고를 비롯한 소위 4대 명문고를 강남구로 옮겨 8학군을 만들어주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특단의 조치로 강남 지역은 땅값이 50만 배가 뛴 한국 최고의 부촌이 될 수 있었습니다. 강남구청장이란 사람이 이런 역사적 배경을 무시하고 인제 와서 강남만 따로 살게 해달라니 참으로 어이없는 추태가 아닙니까? 지금까지 들어간 세금과 인프라를 현재 물가로 계산해 모조리 토해낸다면 차라리 그러라고 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강남에 임대주택은 안 돼!
한편 서울시가 KT의 전화국 터를 사들여 임대주택을 지으려 하자 강남구가 KT에 부지를 매각하지 말라고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제목부터 'KT수서지점 부지 서울특별시 매각 반대 의견 통보'인 공문을 보면 이 땅에 임대주택을 건립할 경우 인근 신동아 아파트 등 주민들의 집단 민원 발생 등 문제가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출처 - 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이 발표한 서울리츠 계획의 일환인 이 임대주택은 민간 자금 투자를 활용해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용 임대주택을 짓는 것입니다. KT수서지점 부지는 이 사업의 초기 대상지 중 하나죠. 한마디로 강남구는 임대주택 같은 걸 지으면 집값이 내려가니 땅을 팔지 말라고 민간 기업에 요청을 빙자한 압력을 넣은 셈입니다. 일단 박원순 서울시장의 계획에 반대하는 신연희 강남구청장의 입장은 그렇다 칩시다. 그런데 강남구는 인근의 수서 공영 주차장 부지에 서울시가 지으려는 행복주택에도 반대하고 있습니다. 행복주택은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공약 중 하나로 대학생과 신혼부부에게 저렴한 임대주택을 보급하겠다는 목적이 있습니다. 이쯤 되면 자기네 욕망에만 충실한 강남구가 얼마나 노골적인 속내를 드러내고 있는 건지 의아하기까지 합니다.
"듣기 싫으면 나가!", 민방위 교육장에서 구민과 싸우는 강남구청장
그나마 공무원들끼리만 싸우면 다행인데,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구민한테까지 싸움을 걸어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강남특별자치구 독립을 요구하다 여론의 난타를 당하자 억울했던지, 전혀 연관이 없는 민방위 교육장에 가서 한전부지 기여금의 당위성을 주장하다 민방위 훈련에 참여한 구민과 말싸움이 붙은 겁니다.
출처 - 국민일보
민방위 훈련에 참석한 구민이 한전부지와 민방위 교육이 무슨 상관이냐고 항의하자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지금 자기 얘기가 강남구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현안이라 주장했습니다. 이에 구민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듣기 싫으면 나가라는 극언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한 구민이 민방위 교육 와서 이게 뭐 하는 거냐고 재차 항의하자 이제는 귀를 막으라고 조롱하기까지 했습니다.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습니다.
출처 – 여선웅 강남구 의원 페이스북
신연희 강남구청장의 이상한 언동은 강남구의회에서도 이어졌습니다. 강남구를 비판한 수만 개의 댓글을 모조리 빼버리고 소수의 옹호 댓글만 추려 자료로 배포하려 했습니다. 의장은 당연히 이를 제지했죠. 회의 규칙상 회의 도중에는 자료 배포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의장에게 '똑바로 해라 강남구민 아니냐'며 신경질을 부렸습니다. 이에 대해 의장은 자신이 강남에 30년 넘게 산 토박이라며 반격했습니다. 하지만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자기 말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강남 사람이 아니라는 오만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강남의 여왕처럼 굴고 있는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사실 강남 사람도 아닙니다. 경기도 고양시에 살다가 2010년 전략 공천으로 강남으로 넘어온 사람이기 때문이죠. 신연희를 강남구청장에 꽂아넣은 건 새누리당입니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의 행태를 보면 기초단체장으로서 갖춰야 할 품위도 교양도 없어 보입니다. 날이 갈수록 그의 기행과 망언의 수위가 점점 올라가고 있습니다. 강남에 사시는 분들이 자신들의 얼굴에 먹칠하는 이런 구청장을 뽑고 왜 그냥 두고 있는 건지 참 궁금합니다.
참여하는 시민이 대안이다
앞서 '지방자치 20년 평가' 자료를 보여드렸습니다만, 신연희 강남구청장처럼 지역 간 불균형을 조장하는 단체장 때문에 지방자치제의 미래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그동안 지방자치제는 제도 자치와 권한 배분에 집중한 탓에 지방자치에 대한 주민 체감이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중앙·지방 간 세원 불균형 등으로 인한 재정의 중앙 의존이 날로 심화하여 지방의 책임성과 자율성이 부족한 것도 큰 문제입니다. 최근 행정자치부가 시행한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은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개선되어야 할 과제로 지방재정의 건전성을 첫손에 꼽았습니다. 그리고 중앙·지방 간 협력, 주민참여 확대, 자치 단체장 역량 강화 등을 꼽았습니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의 막말과 이상 행동도 따지고 보면 강남구만 잘살면 된다는 지역 이기주의의 발로입니다. 이런 문제를 슬기롭게 대처하면서 지방자치제 고유의 목적을 잘 살리려면 지방의원과 단체장에 대한 전문역량 강화도 필수적이지만 주민 스스로 자신들을 대표할 사람이 인품과 능력을 적절히 갖췄는지 제대로 살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치단체장에게 한 표 행사하는 것으로 온전한 지방자치제가 뿌리내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J. 브라이스는 "지방자치란 민주주의의 최상의 학교이며 민주주의 성공의 보증서라는 명제를 입증해준다"고 했고, J. S. 밀은 "지방자치는 자유의 보장을 위한 장치이고 납세자의 의사표현수단이며 정치의 훈련장이다"라고 했으며, J. J. 스미스는 "지방자치정부는 민주주의의 고향이다"라고 했습니다. 우리에겐 더 넓고 깊은 지방자치를 통한 더 많은 민주주의가 필요할 뿐입니다. 참여하는 시민이 곧 대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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