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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물/도서비행

추석 연휴 고속도로 정체, 아우토반처럼 달리고 싶다!

by 생각비행 2015. 9. 25.

이번 주말부터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 연휴가 시작됩니다. 맛있는 먹거리, 반가운 가족·친지들과의 만남, 정겨운 이야기를 기대하는 설렘도 잠시, 현실적으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끝없이 이어지는 귀성 행렬입니다. 한마디로 귀성 전쟁이죠. 한국도로공사는 이번 추석 연휴 기간 고속도로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차는 일평균 446만 대로 전년 대비 11퍼센트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귀성은 26일 오전, 귀경은 추석 당일인 27일 오후가 가장 혼잡할 것으로 예측했는데요, 예년보다 소요시간이 2시간 이상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추석에도 자동차를 몰고 움직이시는 분들은 각오를 단단히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한국 사람치고 10시간 가까이 차 안에 갇혀 있는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설이나 추석 때 고속도로는 사실상 주차장에 가깝기 때문이지요. 하염없이 가다 서기를 반복하노라면 이 철덩어리들을 헤치고 독일의 아우토반처럼 무제한의 속도로 달리고 싶은 마음에 엑셀을 때려 밟고 싶은 충동이 일기도 합니다.

 

출처 - 한국도로공사

 

 

속도 무제한, 아우토반의 비결 ― 약속과 규칙을 지키는 운전

 

문득 궁금해집니다. 독일의 아우토반에선 어떻게 속도 무제한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걸까요? 세계적인 자동차 강국인 독일에 차가 적을 리가 만무한데 말입니다. 차가 좋아서일까요? 아니면 도로를 잘 지어서일까요? 아닙니다. 중요한 요인은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독일의 자동차 문화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는 책, 《스케치북 다이어리의 할로 아우토반》의 저자는 독일 운전자들의 기본적인 인식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스케치북 다이어리의 할로 아우토반》/ 이완 / 생각비행 / 2015


 '아우토반'은 독일의 속도 무제한 도로를 뜻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속도 무제한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요즘 독일 아우토반은 속도 제한 구간이 많은 편입니다. 제한 속도는 도로의 상태에 따라 시속 100킬로미터에서 130킬로미터까지인데, 이런 곳을 달리다 속도 무제한 구간을 만나면 10년 넘은 소형차부터 최신 스포츠카에 이르기까지 성능과 연식에 상관없이 자동차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스피드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속도 무제한 구간이라고 해도 시속 130킬로미터를 권장 제한 속도로 두고 있으나 무제한 구간에서 이를 굳이 지키는 운전자는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속도 무제한 구간에서 독일 운전자들은 어느 정도의 속력을 낼까요? 편도 3차로 아우토반의 경우, 가장 느리게 주행하는 오른쪽 끝 차로가 보통 시속 120킬로미터, 가운데 2차로는 시속 140~160킬로미터, 추월 차로인 1차로는 시속 160킬로미터 이상으로 달릴 때 이용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상상하기 힘든 속도인 시속 180킬로미터로 달리고 있어도 시속 250킬로미터로 달리는 슈퍼카가 번쩍번쩍 비키라는 신호를 보낼 정도로 엄청난 속도를 만끽합니다.

 

출처 – 스케치북 다이어리의 할로 아우토반


생각비행이 출간한 책의 저자이자 자동차 관련 파워블로그(스케치북 다이어리)의 운영자이기도 한 '이완' 작가는 독일에서 처음으로 아우토반을 달렸던 경험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어느 날 시속 200킬로미터로 아우토반을 달릴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도달해본 적 없는, 아니 도달할 수 없는 속도였습니다. 손에 땀이 났습니다. 가속 페달에 서서히 힘을 줬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경부고속도로에서 시속 110킬로미터로 달릴 때보다 더 여유롭게 느껴졌습니다. '이건 뭐지?'


처음에는 도로 설계가 잘된 탓이겠거니 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아우토반은 공장 조립 라인처럼 체계적 공간이었고, 스위스 장인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시계처럼 정확하게 돌아갔습니다. 그곳에서는 모두가 약속된 운전을 했습니다. 기본 규칙만 잘 지킨다면 아무리 속도가 빨라도 운전이 긴장되거나 피곤한 일이 아니라는 신세계를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짜릿했습니다.


―《스케치북 다이어리의 할로 아우토반》 서문, <자동차는 문화다> 중에서

 

이완 작가는 아우토반에서 무제한의 속도로 달릴 수 있는 비결은 기본 규칙을 준수하는 약속된 운전에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독일 아우토반의 운전자들이 지키는 약속과 규칙이란 무엇일까요?

 

1차로는 추월 차로, 무조건 비워둔다

기본적으로 아우토반이나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나 1차로는 추월 차로입니다. 추월할 때만 1차로를 이용해야 한다는 뜻이죠. 평상시에는 비워둬야 하고, 내가 추월하기 위해 1차로를 이용하더라도 뒤에서 더 빠른 속도로 차가 달려온다면 비켜주게 돼 있습니다. 아우토반에서는 이 규칙이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죠.


우측 차로로 추월하지 않는다

앞서 무제한 속도 구간에서 차로별 평균 속도를 설명해드렸죠? 편도 3차로의 경우 맨 오른쪽이 가장 느리고, 추월 차로인 1차로가 가장 빠릅니다. 이 차로별 속도 차이가 아우토반에서는 무척 중요한데, 오른쪽 차로로 추월할 수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우리나라도 우측 차로를 이용한 추월은 불법입니다. 하지만 1차로를 막고 달리는 차들로 인해 추월을 단속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비어 있다면 무조건 오른쪽 차로 이용

아우토반을 직접 경험하셨거나 동영상을 통해 유심히 본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아우토반은 좌측 차로들이 비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추월 차로는 물론이고, 2차로 역시 비워둔 채 맨 오른쪽 차로를 이용해 달립니다. 왜 그럴까요? 앞서 위에 소개한 두 가지 규칙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스케치북 다이어리의 할로 아우토반》 128p~134p,

2. 우리의 교통 문화, 독일의 교통 문화  / (15) 아우토반이 안전한 세 가지 이유 중에서


속도별, 용도별로 구분된 차로를 운전자들이 칼같이 준수하기 때문에 아우토반에서 속도를 높일 수 있고, 사고 위험도 줄일 수 있다는 얘깁니다. 속도 무제한인 아우토반의 교통사고 위험이 클 것 같지만, 자동차 사고는 오히려 제한속도가 시속 100킬로미터 수준인 국도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출처 – 스케치북 다이어리의 할로 아우토반


이는 아우토반이 잘 설계된 덕도 있지만 부모와 사회의 가르침 속에서 철저하게 규칙을 지키는 문화가 운전으로 이어졌기 때문이죠. 잘 맞아 돌아가는 기계처럼 아우토반이 작동되어 전체적으로 안전할 뿐 아니라 흐름이 매끄러워 장거리 운전을 한다 해도 상대적으로 덜 피곤하다고 합니다. 도로 위에서 아무리 안전 운행을 해도 규칙을 어기거나 잘못된 운전 습관으로 위험하게 운전하는 사람이 많다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이 때문에 사고나 교통정체가 일어나고 도로 전체 상황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매년 추석 때 벌어지는 겁니다. 운전자가 기본적인 규칙을 준수하는 약속된 운전만 하더라도 귀경길 정체는 대폭 완화되지 않을까요?


《스케치북 다이어리의 할로 아우토반》의 저자는 "배웠으면 하는 독일 자동차 운전 문화 10가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운전을 해보고 독일에서도 해본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두 나라 운전 문화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며 다음의 내용을 소개합니다.

 

출처 – 스케치북 다이어리의 할로 아우토반


1.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

서울만큼 도로가 크고 복잡한 곳은 없지만 여기도 출퇴근 시간 때나 도심의 복잡한 도로는 차들로 늘 뒤엉키게 됩니다. 곳곳에서 빵빵거리는 소리가 들릴 법한 상황임에도 묘하게 경적 소리 듣는 게 쉽지 않습니다.   

 

2. 횡단보도에서는 사람 냄새만 나도 Stop!

가장 부러웠던 점이 바로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 의식이었습니다. 독일 교통법에 이런 문구가 있던 것이 떠오릅니다. "자동차는 시동이 걸리는 순간부터 사람과 동등할 수 없다. 따라서 차와 사람 간에는 자동차에 더 큰 책임이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3. 아우토반 1차로는 추월 차로

오른쪽 차로를 이용해 앞지르기를 하거나 1차로에서의 정속 주행이 만연한 우리나라 고속도로도 빨리 이렇게 바뀌면 좋겠네요. 훨씬 안전하고 쾌적한 고속도로가 될 것입니다.

 

4. 급제동 급가속은 구경하기 힘들어

아무리 좋은 차, 슈퍼 스포츠카라고 해도 도심이든 외곽 도로든 신호 떨어지기 무섭게 굉음을 내고 달려나가는 차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5. 뒷좌석도 안전벨트!

이런 습관 역시 어렸을 때부터 그리고 운전면허 취득 시 아주 철저하게 교육해야 합니다.

 

6. 속도가 보장된 나라

'마음껏 달려라! 보장된 스피드를 최대한 누려라! 대신 달리지 말아야 하는 곳에선 철저히 규칙을 지켜라. 어기면 예외 없다!' 달릴 때와 그러지 않아야 할 때를 명확하게 구분해 지키는 모습은 지금도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7. 차에 문제가 있을 때 부탁하면 자기 일처럼

일단 도움을 구하면 태도가 180도 달라집니다. 자신의 일인 양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는 모습을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되는데요, 운전과 관련해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8. 닦고 조이고 기름 치자!

정비소 등에서나 볼 법한 구호가 독일에선 집집마다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물론 진짜로 그렇게 차고에 써놓는다는 건 아니고, 그만큼 차량 관리에 결벽증 환자들처럼 철저하다는 의미입니다.

 

9. 공공 교통 우대 자세

독일의 대중교통(버스, 전철, 트람)은 도심 주행에서 우선순위가 주어집니다. 법적으로도 자가용 운전자들은 버스나 트람 등을 함부로 앞질러 가거나 주행을 방해해선 안 됩니다.

 

10. 깜빡이, 그건 양보 신호

독일에서는 방향 지시등을 켜면 100대 중 98대는 들어오라고 속도를 줄여줍니다. 아우토반에서 진출로 쪽으로 빠져나갈 때도 200~300미터 전부터 깜빡이로 자신이 이번에 우측으로 빠질 것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밝혀둡니다. 혹이라도 속도를 줄였을 때 뒤차가 추돌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인데요, 이처럼 방향 지시등 사용은 매우 일상적이고 정확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스케치북 다이어리의 할로 아우토반》 186~195p

2. 우리의 교통문화, 독일의 교통 문화 / (24) 배웠으면 하는 독일 자동차 운전 문화 10가지 중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이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죠. 에티켓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 오히려 운전의 즐거움과 속도를 보장해준다는 평범한 진리입니다. 자동차를 제조업의 유산으로, 운전을 테크닉 정도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이해할 때 우리의 도로 환경은 분명 지금보다 더 나아지겠죠.



가을철 자동차 운전, 독일은 이렇게 한다


아무리 운전 실력이 좋다 한들 자동차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얘기가 안 되겠지요. 가을철에 운전할 때는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통안전공단에서 발간하는 교통사고 백서에 따르면 10월과 11월에 교통사고가 가장 자주 일어난다고 합니다. 이른바 '가을 운전의 위험'입니다. 가을철에 안전하게 운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완 작가 알려주는 팁을 살펴보겠습니다.

 

출처 – 스케치북 다이어리의 할로 아우토반

 

1. 낙엽을 눈이라 생각하자

일교차가 심한 가을에는 낙엽들이 젖어 있기 쉬운데요, 이런 젖은 낙엽은 미끄럽기 때문에 자동차 제동력이나 주행에 꽤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점이 긴장하며 운전하는 겨울철보다 가을을 더 위험하게 만듭니다.

 

2. 차에 쌓인 낙엽은 무조건 치워야

차의 앞유리 아래엔 '카울'이라는 공간이 있습니다. 엔진룸의 열기와 소음을 막는 방화벽 역할을 하고, 또 그곳을 통해 외부의 차가운 공기가 차량 안으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곳이 낙엽 등으로 막혀 있으면 유리에 습기가 잘 차게 됩니다.

 

3. 낙엽은 포트홀의 위장막

아스팔트 도로에 충격으로 인해 생긴 구멍(포트홀)이 낙엽으로 은폐되기도 합니다. 포트홀에 걸려 타이어가 망가질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낙엽에 가려진 작은 돌멩이도 주의해야 합니다.  

 

4. 가을 안개, 조심 또 조심

짙게 깔린 안개는 운전자의 시야를 생각 이상으로 방해합니다. 독일에서는 50미터 정도의 거리를 기준으로 삼아 그보다 가시거리가 짧으면 안개등을 켜고, 그렇지 않을 땐 전조등을 사용해도 괜찮다고 교육하고 있습니다.

 

5. 바람은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일기 변화가 심한 가을에는 돌풍을 만나기 쉽기 때문에 다리 위에서 운전할 때는 두 손으로 운전대를 쥐고 운전하셔야 합니다.

 

이상의 다섯 가지에 하나만 덧붙이자면, 일교차가 큰 가을에는 부쩍 히터와 열선을 자주 사용하게 되므로 미리미리 점검해야 합니다. 특히 차 실내를 건조하게 유지하는 게 좋은데요, 이를 위해 방습제를 차 안에 비치하는 것도 가을철 자동차 관리 비법 중 하나입니다.

 

―《스케치북 다이어리의 할로 아우토반》 408~413p

부록2 위험한 가을 운전, 꼭 알아야 할 5가지 중에서

 

추석 명절의 운전은 가을 운전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추석 연휴에 교통사고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요, 이번 명절엔 앞서 소개해드린 독일 운전 문화와 가을철 운전을 위한 팁을 생각하시면서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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