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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물/도서비행

만화보다 더한 헬조선, 무엇을 할 것인가?

by 생각비행 2016. 10. 17.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오늘은 만화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최근 저희가 《웹툰+디지털 일러스트+태블릿 마스터》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만화를 그리는 데 기본이 되는 메커니즘을 다루는 책입니다. 캐릭터 스케치, 컬러링, 컷 분할, 장면 연출, 다양한 배경 효과, 타이틀 만들기 등에 이르기까지 웹툰과 디지털 일러스트를 그리는 데 꼭 필요한 작법기술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생각비행이 만화작법 책을 출간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얼마 전 〈무한도전〉의 멤버들이 웹툰작가 6인과 짝을 이뤄 6주 동안 웹툰을 그려 연재하는 '릴레이툰'을 진행해 큰 재미를 주었습니다. 이런 일도 일일 웹툰 이용자 600만 명이라는 사회적 관심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바야흐로 지금은 웹툰이 시대적 화두인 셈이죠.

 

출처 - 무한도전 릴레이툰

 

웹툰 시장 규모는 2347억 원으로 전년 대비 36퍼센트나 성장한 고성장 산업입니다. 영화, 드라마로 제작되는 2차 산업까지 포함하면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내일의 조석, 미래의 이말년을 꿈꾸며 수많은 이들이 네이버 웹툰 투고란에 자신의 작품을 올립니다.    

 

출처 - 네이버 만화

 

하지만 재능을 펼치려면 그에 걸맞은 만화의 작법기술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만화의 기본 메커니즘을 체득해야 하지요. 생각비행이 만화작법 책을 출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만화를 통해 꿈을 펼치기 원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웹툰과 디지털 일러스트의 기본기와 응용 테크닉을 쉽고 빠르게 구사할 수 있도록 구성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생각비행은 사회의 이면을 파헤치는 좋은 만화를 그리는 작가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책 소개는 간략히 마치고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로 들어가겠습니다.

 

 

만화 같은 현실? 아니, 만화보다 더한 현실

 

국제 정세가 어지러울 때일수록 바른 역사 의식이 요구됩니다. 모두의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시기이건만 대한민국의 현실을 돌아보면 기가 막힙니다. 세월호 유가족은 900일 넘게 진실 규명을 요구하고 있으며, 백남기 농민은 죽음으로 이 시대의 공권력 폭력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는 다양한 노조의 파업으로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금융노조가 11월 중 2차 은행 파업을 예고하고 나섰고,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또한 10월 27일 2차 시기집중 산별동시파업에 돌입하고, 11월 10일 3차 시기집중 산별동시파업에 돌입한다고 예고했습니다.

 

철도노조는 더욱 강경하게 파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20일째에 파업에 돌입하여 역대 최장기간 철도 파업 기록(23일)을 깰 것으로 예상됩니다. 코레일과 철도노조는 파업 초기 참가 노조원 7300여 명 중 기관사는 출근 대상자의 96.7퍼센트인 2424명, 열차승무원은 92.9퍼센트인 1413명, 차량 분야는 78.3퍼센트인 2069명이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밝힌 바 있습니다. 파업 4주 차에 접어든 현재 노조원 수는 7300∼7800명, 파업 참가율 40퍼센트 수준을 유지하며 강경하게 정부에 맞서고 있습니다.

 

출처 - CBC뉴스

 

이처럼 생존을 위해 성과연봉제를 거부하며 몸부림을 치는 국민이 있는데, 재계를 강압해 걷은 돈으로 설립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직원들에게 고액의 연봉을 지급해온 사실이 보도되어 모두를 아연실색하게 했습니다. 진짜 흙수저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기 바빠서 파업을 할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인데,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천상 위의 세상처럼 보입니다. 

 

미르재단의 최고 연봉은 기본급만 1억 6640만 원에 달하는 규모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지난 1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두 재단법인의 사업장적용신고서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미르재단 전체 유급직원 6명 중 2명은 억대 연봉자였고, 전체 유급직원 평균 연봉도 9218만 원으로 35개 기관 직원의 평균 연봉인 5807만 원보다 무려 3400여만 원 더 높았음이 드러났죠. 

 

이는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발표한 임금노동자 평균 연봉(3281만 원)의 세 배 수준입니다. K스포츠재단 또한 다른 기관들에 비해 연봉 수준이 높았습니다. 전체 유급직원 8명 중 최고 연봉인 9879만 원을 받은 사람이 2명 있었고, 전체 평균 연봉은 6940만 원이었습니다.

 

출처 - 한겨레

 

이 와중에 "이 사람들이 아직도 있어요?"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최순실 씨 딸의 승마 대회를 둘러싼 시비를 조사했던 문체부 국·과장급 인사들이 강제퇴직으로 공직을 떠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만화보다 더한 현실입니다. 더 웃긴 건 나라를 휘젓고 있는 최순실이란 사람이 대체 누구인지, 뭘 하는 사람인지 별로 알려진 게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특혜로 이화여대에 입학했다는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수시 서류 마감일 이전의 수상 경력만 유효하다는 모집 요강과 달리 정유라는 마감 이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받은 금메달을 인정받았고, 제출 기한을 넘겨 방학이 되어서야 과제를 제출했음에도 학점을 받았죠. 학교 측은 이에 대해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화여대 교수들이 19일 시위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교수들이 시위에 직접 나서는 건 20여 년 전 교육 환경 문제로 나선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렇게 시국이 어수선한 와중에 경제는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청년과 중장년층의 실업률은 위기 국면입니다. 언론은 지난 9월 실업률이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 해운업의 구조조정 여파와 수출 부진이 겹친 탓입니다. 청년층 실업률은 9.4퍼센트로 지난 9월 기준으로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청년 실업자 수는 41만 6000명으로 1년 새 7만 6000명이 늘었습니다.

 

만화가 포착한 헬조선

 

외국계 대형 마트에서 벌어지는 부당해고 문제를 파헤쳐 우리 사회의 실상을 드러낸 만화 《송곳》을 보신 분이 많이 계실 겁니다. 이 만화는 2007년 벌어진 까르푸-이랜드홈에버 사태를 모티프로 하여 만들어졌습니다. 최규석 작가는 작품을 준비하면서 주요 등장인물인 이수인과 구고신의 모델이 된 김경욱 일반노조 위원장과 노동운동가 하종강 교수를 여러 차례 만나 취재했다고 밝혔는데요, 날카로운 현실 인식으로 우리 사회의 실상을 제대로 그려냈기에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큰 호응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최규석 작가는 단행본 <작가의 말>을 통해 "혼란과 막막함을 안은 채로 이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도록 저를 잡아끈 수많은 송곳들에게 이 만화가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밝혔는데요, 그가 바란 대로 이 만화는 웹툰, 드라마, 단행본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어 헬조선을 살아가는 흙수저들에게 큰 위안을 주었죠.

출처 - 《송곳

 

 

이명박근혜 정권 10년 만에 대한민국이 철저히 망가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호의 선장은 국민을 저버리고 정치권은 민생을 살리기는커녕 제 밥그릇 챙기기에 몰두하는 형국입니다. 국민의 뜻을 받들어 시국을 감시해야 할 언론과 방송이 권력과 자본의 시녀가 된 지 오래입니다. 역사의 시곗바늘이 거꾸로 돌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역사를 다시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은 만화를 주제로 이야기하는 만큼 딱딱한 논픽션보다는 일본 제국주의 시대부터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배경으로 다룬 만화를 중심으로 꼽아봤습니다. 많은 걸작이 있지만 되도록 최근 만화를 소개할까 합니다.


 

이무기의 〈곱게 자란 자식〉,

일제강점기 시골 소녀의 비극



 



곱게 자란 자식(이무기, 다음 웹툰)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wellgrow


다음 웹툰에 연재 중인 곱게 자란 자식은 일제의 만행과 수탈이 가장 심해지는 일제강점기의 말기에 피난골이라는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치욕스러웠던 시절이자 힘들었던 때를 그리고 있지만,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와 만화다운 소소한 재미를 넣어 독자들이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덜어주고 있습니다. 적극적인 친일을 하는 박출세와 박운세,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아이러니에 빠진 시중 오라버니 등의 인물 사이에서 힘든 삶을 살아나가는 시골소녀 간난이의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만화의 취지에 걸맞게 이무기 작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고 김화선 할머니 인권센터 건립 후원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에 재능 기부를 하기도 했습니다. 취지에 공감한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목표액을 초과 달성했죠.

 

 

윤태호의 〈인천상륙작전〉,

대한민국의 친일과 기회주의의 기원



 



인천상륙작전(윤태호, 네이트 만화)

http://comics.nate.com/webtoon/list.php?btno=55715


가상의 한국 현대사를 다뤄 큰 반향을 일으켰던 데뷔작 <야후>를 시작으로 <이끼> <내부자들> <미생> 등으로 한국 사회를 다각도에서 촘촘히 들여다본 만화가 윤태호. 네이트 만화에 연재된 그의 최신작 <인천상륙작전>은 해방 직전의 일제 식민지 시대부터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의 한국 사회를 한 가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해부합니다.

 

해방 직후 살아남기 위해 친일에서 반공으로 약삭빠르게 갈아탄 부역자들, 해방과 정부 설립 그리고 동족상잔의 전쟁이라는 극도의 사회 혼란, 파탄 난 경제 상황에서 굶어 죽지 않기 위해 남이든 북이든 좌든 우든 어느 쪽에든 붙어 그들이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던 소시민들, 그 상황을 이용해 자기 배를 불리는 기회주의에 찌든 기득권자들... 그런데 이 모두가 가족으로 엮여 있는 아이러니.

 

만화의 제목인 '인천상륙작전'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이란 국가의 성립과 초기 한국 사회의 흐름을 그리고 있는데요. 윤태호 작가답게 이 상황을 폭넓은 자료의 인용과 함께 세밀하게 서술하고 있어 일종의 역사 만화라고 보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왕도의 개〉,

일본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가?



 

일본 만화입니다. '기동전사 건담'의 신화를 그려냈던 거장 야스히코 요시카즈는 이후 애니메이션이 아닌 만화에 전념합니다. 그가 그린 근대 삼부작 중 하나인 〈왕도의 개〉는 대학 재학 시절 교내에서 시위를 주도하다 제적당한 운동권 좌파였던 사람답게 일본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대체 일본이란 나라는 언제부터 일그러져 패권주의 국가가 되었으며 온 아시아에 대한 가해자가 되었는지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작가는 메이지유신 이후 점차 잘못된 길로 접어든 일본이 결정적으로 제국주의 침략국가로 타락하게 된 분기점을 청일전쟁으로 잡고 있습니다. 역사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진 작가답게 가상의 인물인 주인공을 중심으로 당시 한·중·일 삼국의 인물들을 실명으로 등장시켜 일본 근현대사의 어두운 면과 제국주의자들의 행적을 조롱하고 비판합니다.

 

또한 일본에서 금기시되던 일본의 소수민족 아이누족에 대한 차별과 수탈에 대한 내용까지 가감 없이 그려내며 그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더니, 갑신정변의 김옥균과 녹두장군 전봉준을 주인공의 정신적 멘토로 내세워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일본이 어떠해야 했는지를 그려냅니다. 양식 있는 일본인의 시선으로 그린 동아시아 근대사는 어떤 모습인지 여러분의 눈으로 직접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이 밖에도 그 유명한 나카자와 케이지의 〈맨발의 겐〉이나 제2차 세계대전 중 한쪽 팔을 잃은 일본의 국민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가 그린 일본군 위안부 만화 등이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꼭 찾아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고 하죠. 딱딱한 역사서가 어렵다면 우선 만화로 첫걸음을 떼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러면 지금 같은 '헬조선'이 왜 생겼는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답을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출처 - 경향신문

출처 - 경향신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특집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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