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노사정 대타협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타협'이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후속조치를 놓고 입장차이가 커서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실행하는 데 큰 진통이 예고됩니다. 지난 14일 오후 한국노총이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전날 노사정이 내놓은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합의문 승인 여부를 논의하는 중 이에 반대하는 산별 노조 김동만 위원장이 분신을 시도해 파행을 겪었을 정도입니다.
취업규칙을 변경해 노조의 동의 없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임금체계 개편을 회사 뜻대로 할 수 있게 된 것이나, 저성과자 퇴출을 사실상 용인함으로써 일반해고 지침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금속, 제조업 분야 노조의 반대가 특히 심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에서도 한국노총은 노사정 합의문을 수용하기로 해 효력이 발생했습니다.
9.13 노사정 대타협을 두고 재계의 평가 역시 엇갈립니다. 일단 이번 협상이 깨지면 각 주요 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단체 파업 등이 예상돼 올해 노사 관계의 골이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컸는데 일단 합의가 이루어진 것에 의미를 두는 입장이 있습니다. 반면 이번 대타협이 반쪽짜리 개혁이며 사실상 합의를 위한 협의에 그쳤다고 지적하는 입장도 있습니다. 후속조치와 세부사항 조율과 실행 과정에서 파행이 일어 대타협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출처 - 서울경제
반쪽짜리 대타협, 일반해고/임금피크제/청년고용 등 산 넘어 산
노동자와 사업자 역시 자기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불만을 토로합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노동자 측에서는 일반해고와 임금피크제 등 최근 쟁점이 된 안건을 일단 수용한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사업자 역시 근로시간 단축과 청년고용 등의 이슈를 받아들인 셈이죠. 문제는 어느 쪽도 법으로 강제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대신 청년 고용에 '노력한다'는 합의일 뿐 이를 강제하는 조항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지금까지의 노사 문제처럼 사측이 임금피크제만 챙기고 나 몰라라 해버리면 청년고용이 이뤄질 리 만무합니다. 저희는 임금피크제로 청년고용을 보장할 수는 없다고 이미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임금피크제로 청년고용이 될 것이라는 환상 : http://ideas0419.com/578
출처 - 파이낸셜뉴스
노사정 합의문의 경우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이번 정부는 노사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노사정위원회가 정부의 합의시한(10일)을 넘긴 데 대한 압박감 때문에 서둘러 사태를 봉합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으니까요.
비정규직 근로자 사용기간 연장과 관련해서 정부는 현재 2년인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4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2년이 넘는 기간에 받은 임금의 10퍼센트를 가산 임금으로 노동자에게 주도록 했지만, 노동계는 이러한 조처가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비정규직 문제 자체를 회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정부가 해온 꼴을 보면 당연히 노동계는 정부를 믿을 수가 없습니다. 《경향신문》 보도로 공개된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청년인턴 정규직 전환 채용 실적’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고졸을 포함한 청년 인턴을 뽑은 공공기관 중 3분의 2는 단 한 명도 정규직 전환을 해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생색내기용으로 뽑아 정규직이 될 수 있다며 희망고문을 하고 열정페이를 요구하면서 쏙 빨아먹고 먹고 버린 셈입니다. 공공기관조차 이런 상황인데 사기업이 이를 제대로 지킬 리 만무합니다.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회피하겠죠. 이런 상황에서 임금피크제 시행의 단초가 잡혔다고 청년고용이 활성화되겠습니까? 이는 또 다른 희망고문일 뿐입니다.
일반해고는 어떻습니까? 저성과자와 근무불량자를 회사가 좀 더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건데… 직장인 중에 회사가 성과 측정을 공정하고 정확하게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아무리 성과를 올려도 팀 내 나이순, 직급순으로 나눠 먹고 줄을 잘못 타면 이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성희롱에 항의했다고, 피치 못할 이유로 회식에 불참했다고 근무불량자로 내몰리는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 공정하고 타당한 해고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안 그래도 소득양극화로 신음하는 노동자들의 골을 더 깊게 할 뿐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노동자 평균 월급이 264만 원? 현실적인 체감 월급은 110만 원에 그쳐
통계청이 제출한 '2012~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10분위 평균소득'에 따르면 상위 10퍼센트의 소득이 511만 원 늘 때 하위 10퍼센트는 달랑 3만 원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하위 10퍼센트는 오히려 소득이 뒷걸음질 친 격입니다. 소득 격차는 27.7배로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또한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한국납세자연맹에 의하면 우리나라 노동자의 평균연봉이 3172만 원으로 월평균 264만 원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발표와 달리 실제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연봉은 1322만 원, 월평균 110만 원에 그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부의 발표는 심화된 소득양극화로 인한 평균의 함정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현실적으로 우리 주변에는 한 달에 110만 원 정도를 월급으로 받으며 어렵게 사는 노동자가 가장 많다는 뜻이니까요.
이렇게 대부분의 노동자가 일방적으로 불리한 현실을 두고 사업자와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건 정의롭지 못합니다.
주 40시간 일하는 사람이 빈곤해서는 안 된다
출처 - 노컷뉴스
노사정 대타협이 있기 한 주 전, 지난 7일은 미국의 노동절이었습니다. 보스턴 노동협의회에 참석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위와 같이 연설하며 시민들에게 노조 가입을 권유했습니다. 대통령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직접 노조 가입을 권하며 노조는 현재의 미국을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상찬했으니 '노조=빨갱이'로 보는 우리나라의 무식한 작당으로서는 입에 거품을 물 일이 아닐 수 없겠군요.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버니 샌더스는 "주 40시간 일하는 사람이 빈곤해서는 안 된다"는 연설로 가장 강력한 대선 후보로 여겨지던 힐러리 클린턴을 9퍼센트 차로 제치고 민주당 선두주자로 급부상하기도 했습니다.
노사정 대타협은 지난한 길의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부당함을 받아들이는 것은 '대타협'이 될 수도 없고 '야합'에 불과하니까요. 쉬운 해고, 낮은 임금, 더 많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저지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녹색당원인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노동자들이 일방적인 희생양이 된 역대급 최악의 노사정 야합,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과오를 저질렀다" 라고 평가했습니다.
Posted by 녹색당 on 2015년 9월 15일 화요일
출처 -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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