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은 우리 딸과 아들의 일자리입니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박근혜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비롯한 노동개혁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경환 부총리를 비롯해 박근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임금피크제 도입이 마치 백년지대계라도 되는 듯 연일 입에 올리고 있으며, 임금피크제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자식 같은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파렴치범이라도 되는 양 몰아가는 형국입니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봅시다. 임금피크제가 과연 청년 고용에 도움이 될까요?
출처 - 헤럴드경제
임금피크제로 청년고용이 일어날 것이라는 환상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이 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선별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50대 이상 고령층의 실업을 일부 완화할 수 있고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되 숙련된 고령 노동자의 풍부한 실무 경험과 노하우를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칫하면 노동자의 임금 수준만 떨어뜨리는 편법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습니다. 노동자에게 득이 되기는커녕 기업만 실리를 챙기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임금피크제의 정의를 봐도 '청년 고용'에 관한 말은 한마디도 없습니다. 당연합니다. 임금피크제란 어디까지나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 고령자의 정년을 보장하는 것과 연동된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청년 고용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런데도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016년부터 모든 기업이 임금피크제를 시행할 경우 이를 통해 발생하는 재원으로 2019년까지 18만여 개의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밝혔습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30~40만 명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얘기했죠. 박근혜 정부는 이와 같은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며 임금피크제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참으로 어이없는 상황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정부의 주장은 환상에 불과합니다. 왜냐하면 정부가 내놓는 수치는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기업이 임금피크제에 동참하고, 이를 통해 발생한 여윳돈을 한 푼도 빠짐없이 모조리 고용에 쏟아부어야만 가능할까 말까 한 결과이기 때문이지요.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얘깁니다. 더구나 임금피크제는 애초 고령 노동자의 정년을 보장하고 고용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그런데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발생하는 재원으로 청년을 고용하겠다니, 이게 말이 된다고 보십니까?
현재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주장만 할 뿐 기업이 이를 통해 마련한 재원을 모두 고용 안정에 쓰게 하겠다는 의지도 정책도 없습니다. 또한 임금피크제로 마련한 재원으로 기업의 청년 고용을 늘리는 강제 조항을 마련하려는 뜻을 표명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이를 보면 박근혜 정부는 청년을 인질로 삼아 고령자를 협박해 기업의 배만 불리려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국책기관조차 비관하는 임금피크제 효과
출처 - SBS CNBC
국책 연구기관이 내놓은 문건에서조차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구체적 수치가 과장되었음이 드러납니다. 임금피크제로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노동자는 정부 발표 수치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청년 고용 효과도 미미하다고 합니다.
애초에 정부는 임금피크제의 효과가 26조 원이라고 밝혔으나 이는 근거 자료를 자기 좋은 대로 취사선택해 부풀린 결과입니다. 정부가 근거로 내세운 보고서는 2012년 기준으로 5년 이상 근속한 54세~56세 노동자가 한 명도 빠짐없이 정년연장법이 시행되는 2016년에 노동 시장에 남아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지요.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장기 근속자 비율이 최하위입니다. 기업이 노동자를 제멋대로 자르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서는 임금피크제를 적용할 고령 노동자조차 잘려서 거의 사라지게 됩니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임금피크제로 마치 모든 노동자가 혜택을 볼 것처럼 과장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임금피크제 시행에 적합한 직군도 우리나라 고용 시장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괸들 그 탑이 멀쩡하겠습니까? 박근혜 정부는 젊은층의 고용 문제를 임금피크제로 몰아가는 편법에서 벗어나 700조에 달하는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을 고용 창출로 연결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노동정책 홍보를 위해 돈으로 기사를 사는 박근혜 정부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의원이 밝힌 바에 의하면, 임금피크제 등 정부가 추진하는 기사를 내는 신문사들을 상대로 박근혜 정부가 예산을 집행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간단하게 말해 자기 입맛에 맞는 내용을 발주하여 기사를 돈 주고 샀다는 의미입니다. 노사정위원회 등 이해당사자 간에 첨예하게 토론하고 조정해야 할 노동문제 등을 내버려두고 한쪽으로 치우친 여론으로 몰아가기 위해 국민의 혈세를 신문사에 나눠줬다는 얘긴데, 과연 정부가 할 짓인가요? 후안무치의 극한을 보는 것 같습니다.
출처 - 한겨레
“노동정책 4단 기사 얼마죠?” 정부, 돈 주고 기사 생산 주문(《한겨레》) :
2014년만 하더라도 고용노동부는 노동시장 개혁 기사 3건에 5500만 원, 노동시장을 글로벌 스탠더드하게 만들자는 시리즈 기사 하나에 2200만 원, 노사정위원회 관련 기사 하나에 2200만 원, 노동 쟁의 없는 두산인프라코어를 찬양하는 기사 하나에 1650만 원 등의 정부 예산을 집행했습니다. 돈 없는 이들에게 세금을 거둬 돈 많은 자들을 위해 쏟아붓고 있는 셈입니다. 참으로 가관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다시 말씀드리지만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장밋빛 환상에 불과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편법을 지양하고 지금부터라도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를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비정규직 철폐와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시발점으로 삼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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