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보도

불안한 민간 총기 난사 사건, 해법은 없는가?

by 생각비행 2015. 3. 2.

지난 25일 세종시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이후 27일 경기도 화성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또 발생해 사회적 충격을 안겼습니다. 1999년 4월 20일 미국 콜로라도 주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2007년 4월 16일 미국 버지니아 폴리테크닉 주립 대학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그리고 최근 프랑스에서 발생했던 《샤를리 에브도》 총기난사 테러에 이르기까지 총기난사 테러는 외국에서나 벌어지는 참사로 생각해왔기에 국내에서 연이어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분이 많으실 줄 압니다. 

 

우리나라는 미국 등 서구권과 달리 민간인이 총기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고, 이에 대한 법률도 엄격한 편이라 여태껏 총기 사고는 군대 내에서 일어나거나 탈영병에 의해 자행된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2012년 서산 총기난사 사건과 이번 세종시 편의점 총기난사 사건, 경기도 화성의 총기난사 사건까지 민간에서 발생하는 사례가 잦아져 사회적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출처 – 경인일보



서산, 세종시, 화성 모두 엽총 난사


2012년 충남 서산 농공단지 한 공장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으로 공장 직원 중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진 일이 있었습니다. 범인은 그 공장에서 일한 적이 있는 성 모 씨였는데요. 당시 쉬고 있던 공장 직원 6명에게 50발을 난사하고 차량으로 도주하며 추격하던 경찰한테도 총격을 가했다고 합니다. 범인은 경찰에 잡히기 직전 음독해서 자살했는데 차량 안에서 258발이나 되는 총탄이 발견되어 자칫 더 큰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건이었습니다. 그가 범행에 쓴 총은 수렵용으로 산 엽총이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2015년 2월 25일에 발생한 세종시 편의점 총기 난사 사건으로는 3명이 숨졌습니다. 범인 강 모 씨는 편의점 주인의 전 동거남이었는데요, 1년 6개월 전 헤어지면서 편의점 투자 지분을 놓고 갈등이 심각했다고 합니다. 돈 문제와 원한 관계가 얽힌 겁니다. 이 때문에 범인은 편의점 앞에 있던 동거녀의 아버지와 오빠 등 가족 3명을 쏘아 죽이고 편의점에 불을 지르고 달아나 근처 강변에서 총으로 자살했습니다. 그가 범행에 쓴 총 역시 수렵용으로 산 엽총이었다고 합니다.

 

출처 - 한겨레

 

지난 27일 오전 경기도 화성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 역시 돈이 문제였습니다. 사업에 실패한  70대 전 모 씨는 평소 형에게 돈을 달라고 자주 행패를 부렸다고 합니다. 그는 결국 형과 형수를 총으로 쏴 죽였습니다. 총소리를 들은 숨진 전 씨의 며느리가 2층에서 탈출해 112에 신고를 했으나 전 모 씨는 현장에 도착한 남양파출소 이강석 소장과 이 모 순경에게 들어오지 말라며 경고사격을 했습니다. 하지만 전 씨를 설득하러 집 안으로 들어가려던 이강석 소장은 전 씨가 쏜 총에 맞아 숨지고 말았습니다. 이 사건 역시 사냥용 엽총이 사용되었습니다. 


총기 단속해도 사용 시에는 현실적으로 막기 힘들어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비하면 총기 소유 자체에 대한 제재나 관리가 엄격한 편이고, 제조부터 판매까지 규제가 잘되는 편입니다. 우리나라의 총포, 도검, 화약류 등의 단속법은 총포를 권총, 소총부터 금속 탄알과 가스 등으로 쏠 수 있는 장약 총포, 공기총은 물론 총 포신, 기관부 등 부품까지 광범위하게 포함시켜, 직접 쏠 수 없는 총의 부품이라 할지라도 총 전체와 마찬가지로 제조, 판매, 소지의 경우 국가의 허가를 받게끔 규정하고 있습니다. 

 

총기류를 부품 상태로 수입하거나 무허가로 제조하는 업소를 규제하려는 의도입니다. 또한 총포는 제조, 판매, 수출입 등 모든 과정에서 경찰청장의 허가를 받아야만 진행할 수 있습니다. 제조소나 판매소도 경찰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판매소 위치나 구조, 시설, 심지어는 판매하는 총포 화약류의 종류를 바꿀 때에도 허가가 필요합니다. 수출입은 건마다 경찰청장의 허가가 있어야 하고 공공의 안전 유지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시 허가가 난 업체라도 수출입을 금지할 수 있습니다. 소지자도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소지할 수 없게 되어 있어 사실상 법령과 규제 면에서 보자면 총포 관련된 장사는 사실상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어 보일 정도로 강한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그럼에도 민간 영역에서 총기 사건, 사고와 밀반입 사건은 꾸준히 발생했습니다. 압수되는 불법 총기류 수도 과거보다 늘었습니다. 2014년 7월까지만 해도 3정의 실제 총기를 포함해 132정의 불법 총기류가 적발되는 등 밀반입 시도마저 계속되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문제는 총기류의 부실한 관리와 실제 사용 목적과 달리 사용되는 일을 규제하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2012년 서산 총기난사 사건, 지난 2월에 발생한 세종시 총기난사 사건과 경기도 화성 총기난사 사건에 사용된 엽총은 모두 수렵용으로 등록된 것이었으나 범행에 사용되었죠. 현재 일반인이 구입해 경찰서에 보관했다가 수렵용으로 허가받아 꺼내 쓸 수 있는 엽총의 경우 3만 8000정 이상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수렵 기간에는 포획승인증, 수렵면허증 등이 있으면 총기를 쉽게 사용할 수 있어 늘 문제의 여지는 잠재해 있습니다. 이번 세종시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인 강 모 씨도 공주 신관지구대에서 포획승인증과 수렵면허증을 제시하고 총을 찾아간 것으로 파악되었죠. 이처럼 수렵용으로 총을 사용하겠다고 받아간 다음 이를 사람을 죽이는 등의 범죄용으로 활용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현재로는 전무합니다. 이 때문에 수렵 기간에 총을 내준 뒤 실시간 연락 체계를 구축하는 등 수시로 총기류를 점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방지책 마련이 줄곧 제기된 것도 다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수렵 활동과 총기 소지 자체를 막지 않는 한, 수많은 총기 사용자의 동선을 일일이 파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또한 민간의 총기를 통제한다고 해도 총기 난사 학살로 유명한 1982년 우범곤 사건같이 경찰관이 무기고에 있는 총기와 수류탄을 탈취할 경우 속수무책입니다. 우리나라는 성인 남성 대부분이 군 복무 경험이 있어 총기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총기 사건이 확대된다면 그 파급 효과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할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미국처럼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나라였다면 이미 망해도 백번은 망했을 거란 말이 우스갯소리로 넘길 일만은 아닙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최근 일어난 민간 총기난사 사건의 경우 재산 관련 분쟁으로 국한하여 의미를 축소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으로 분노가 많이 쌓여 있기에 다른 범죄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분노를 낮추는 일에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떤 책은 우리나라를 '분노사회'로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서산 총기난사 사건의 경우 공장 직원들에게 집단따돌림을 받았던 용의자의 울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추정이 있습니다. 또한 세종시 총기난사 사건과 화성의 총기난사 사건은 돈 문제와 원한 관계가 겹쳐진 문제였습니다. 작년에 22사단 지역에서 발생한 GOP 총기난사 사건을 포함해 군대 내 총기, 수류탄 사건도 따지고 보면 따돌림과 학대 등이 원인이 되어 내재한 울분을 이기지 못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총기 범죄가 드문 우리나라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살상력이 강한 수렵용 총기 관리를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총기 규제 정책 자체는 엄격하다곤 하나 총기류 관리를 허술하게 방치하는 일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닙니다. 세종시 사건에서 드러났듯 경찰이 엽총 1정만 반출하도록 한 규정을 어기고 두 정을 내준 일도 있었으니까요.

 

화성 총기난사 사건의 경우 전 씨가 16~26일 사이에 12차례나 총의 입출고를 반복했으나 경찰은 아무런 의심 없이 총기를 반출해주었습니다. 70대 노령의 총기 소지자가 연휴를 제외한 7일 동안 6차례나 총을 출고했음에도 이에 대해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않았다고 하니 관리의 허술함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 아닌가 합니다.

 

또한 현행 법령은 화약 사용 분량을 규제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초과한 실탄을 사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총을 반출하면서 경찰이 실탄은 확인하지만 엽총탄의 경우 문제 삼지 않는 것 역시 문제입니다. 그리고 조금 다른 측면이지만 화성 총기난사 사건 대응 과정에서 해당 지역 파출소장이 방탄복을 착용하지 않고 범인을 설득하다가 순직한 것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총기 사건에 필수적인 방탄복이 대간첩 작전이나 대테러 장비로 분류되어 있어 경찰에 지급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에 한국총포협회 관계자는 실탄 종류에 따른 관리 규정을 강화하고 총기류의 추적이 가능하게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총기 소지자가 수렵장으로 향하는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향하는지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촉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또한 폭력 성향으로 범죄 경력이 있는 이들이 총기를 소지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등 총기 소지 허가제를 더욱 엄격하게 운용하고 수렵 해제 기간에 총기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일 것입니다.

 

아울러 지난 28일 《한겨레》 신문 기사에서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인 표창원 씨가 화성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가족 구성원 사이의 갈등이 심해지고 갈등 조정자가 없어지면서 분노 조절을 못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분석한 내용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 전반의 분노를 낮추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과 사회적인 안전망을 구축하는 작업을 병행하는 데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노력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