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이 이끌 저널리즘의 미래

'드론(drone)'이란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세계 정세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전쟁터를 누비는 무인 정찰기를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게임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스타크래프트를 떠올리실지도 모르겠고요. 최근 세계 최대 인터넷 쇼핑몰인 아마존이 드론을 이용한 배송 시스템인 '아마존 프라임 에어(Amazon Prime Air)'를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먼저 시작할 가능성을 시사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IT 기술의 발전으로 드론이 점점 일상생활 영역으로 깊이 들어오고 있는 가운데 언론에서도 취재 과정에 드론을 활용하기 시작해 '드론 저널리즘'이란 용어까지 생겼습니다. 오늘은 IT 기술과 통신 기술, 제조 기술 등이 결합되어 급성장 중인 드론이 과연 저널리즘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에 관해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출처 - SBS



재해 현장과 시위 현장을 누비는 드론


드론은 사람이 타지 않고 사람이 타지 않고 무선 주파수를 이용해 조종하는 비행체를 의미합니다. 원래 드론은 공군기나 고사포, 미사일의 연습사격 시 적기 대신 표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다 무선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정찰 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하여 적진 깊숙히 침투해 동태를 정찰하고 감시하는 용도로 발전했습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크기와 성능을 가진 드론이 개발되어 군사용만이 아니라 개인의 취미활동 대상으로 상품화된 것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러 개의 프로펠러가 장착되어 있어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UFO 모양의 헬리캠도 널리 사용되고 있지요.


출처 – 내셔널 지오그래피


현재 미국은 언론을 중심으로 각종 취재 현장에서 드론을 널리 사용하고 있습니다. 드론을 날려서 찍은 사진이나 영상이 신문, 방송에 많이 사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다큐멘터리, 영화, 학술적 연구 목적으로도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실례로 내셔널 지오그래피는 2013년 탄자니아에서 사자들의 생태를 촬영하는 데 드론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촬영 기자의 안전을 고려해 고해상도 줌렌즈를 장착한 드론을 날려 사자의 일상을 근접 촬영하는 방식을 쓴 것이죠.


출처 - CNN


재난 현장에서는 드론의 활용도가 더욱 넓어집니다. 2013년에 CNN은 태풍 하이얀이 할퀴고 간 필리핀 지역의 참상을 드론을 활용해 폭넓게 취재한 바 있습니다. 이 촬영에 쓰인 영국 사진기자 루이스 와일드의 드론은 당국에 의해 뒤늦게 발견된 두 구의 사체를 포착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CNN은 터키 시위 현장을 드론으로 촬영하여 뉴스 영상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 CBS는 방사능으로 오염된 체르노빌 상공에 드론을 띄워 30년 만에 폐허가 된 도시 구석구석을 보도했고, BBC는 이스라엘의 드론 폭격으로 파괴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취재용 드론을 띄워 공습으로 인한 참상을 전 세계인에게 고발했습니다.


예전부터 헬리콥터나 비행기를 사용하는 항공 촬영 및 취재는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르고, 경우에 따라 헬리콥터나 비행기를 별도로 섭외해야 하기에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시도하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피사체를 근접 촬영하기도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드론은 위험 지역이나 재난 현장의 전체 풍경뿐 아니라 개별 피사체를 밀착 촬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예전의 항공 촬영 방식에 비해 훨씬 상세한 촬영이 가능합니다. 이처럼 드론은 장소나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거의 전지적 시점에서 촬영된 자료를 제공하기 때문에 빠르고 폭넓은 취재의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어쩌면 앞으로 화학무기를 추적하는 센서를 달고 전장을 누비는 드론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드론의 활용도가 점점 넓어지는 상황과 맞물려 드론 저널리즘 코스도 속속 개설되고 있습니다. 미국 미주리 저널리즘스쿨과 네브라스카 링컨 대학의 저널리즘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곳의 학생들은 드론을 활용해 취재 실습을 하고 과제물도 제출한다고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는 경성대에서 드론프레스라는 법인을 운영하며 드론 저널리즘에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SBS, 연합뉴스 등도 드론을 취재 현장에 투입하기 시작한 지도 꽤 되었죠. 지난해 많은 이를 안타깝게 했던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참사 현장에서 드론을 50미터 상공에 띄워 리조트 주변 상황의 생생한 모습을 담는 영상 취재가 가능했습니다.

 

 

드론 저널리즘의 현실적 장벽, 정부의 규제와 사생활 보호


2014년 5월 미국 연방항공청은 미국 언론사들의 드론 취재 방식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취재 도중에 한 드론 조종사가 다소 난폭한 운행을 했다는 이유로 연방항공국(FAA)이 1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일이 있습니다. 언론사들은 수정헌법 1조와 언론의 자유를 이유로 반발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연방항공국은 네브라스카 링컨 대학의 드론 저널리즘 스쿨에서도 드론을 활용한 수업을 실내에서만 진행해야 한다며 시정 명령을 내렸습니다.


드론에 대한 규제는 한국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이라는 특수성을 강조하며 항공 관련 법규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항공법상 무게 12킬로그램 이하 드론은 당국(지방항공청)에 신고를 하거나 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안전성 인증을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데 북한 무인기의 청와대 촬영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항공 관련 법규를 더 엄격하게 만들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무게 12킬로그램 이하인 소형 드론의 신고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지요. 현재도 드론을 이용해 항공 촬영을 하려면 기무사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출처 - 뉴욕타임스


우리나라가 드론 규제를 강화하려고 방향을 잡은 반면 미국에서는 연방항공국은 드론 규정 초안을 마련하여 드론 저널리즘을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드론 규정은 25킬로그램 이하의 기기를 드론으로 정의하며 주간 비행만 허가했습니다. 고도는 약 150미터 이하로 규제함과 아울러 속도는 시속 160킬로미터 이하로 제한했습니다. 특징적인 부분은 드론 조종자가 볼 수 있는 가시비행을 해야 하고 한 번에 한 대씩만 운행하도록 제한했습니다.

 

이런 드론 규정 때문에 그간 야심차게 진행되었던 아마존 프라임 에어 계획이 미국 내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19일(현지 시간) 연방항공국이 아마존의 드론 시범 운행 신청을 승인하고 시험용 운항허가증명(airworthiness certificate)을 발급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로써 아마존은 미국 내에서 연구와 드론 조종요원 교육 목적으로 드론 운항을 시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미국 연방항공청의 드론 규정을 충실히 따라야 하며 드론 운항에 관한 자료를 제출할 의무를 진다고 하는군요. 아마존의 상업용 드론 운항은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적어도 저널리즘 분야는 드론을 활용한 취재가 용이해져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JTBC


그럼에도 연방항공국의 드론 규정에는 쟁점이 있습니다. 낮에만 비행하도록 규정한 부분과 사람의 머리 위로 비행할 수 없도록 규정한 점입니다. 이는 언론이나 방송의 취재 과정을 생각할 때 상당한 제약 조건이 됩니다. 규정을 따른다면 시위 현장을 드론을 활용해 밀착 취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지요. 드론이 추락할 경우 밑에 있는 사람이 다칠 우려가 있기에 드론 규정을 무조건 잘못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규정은 드론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언론계의 요구가 수용되면서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 조선일보


저널리즘은 언제나 신기술과 함께 발전해왔습니다. 만일 카메라가 등장하지 않았거나 소형화되지 않았다면 퓰리처상을 받은 무수한 보도사진이 나올 수는 없었겠지요. 오늘날 우리의 일상이 된 SNS 같은 네트워크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다면 전 세계의 정세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란 불가능했을 겁니다. 개인의 일상과 정보가 점점 더 쉽게 노출되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국가기관의 사찰이 더 쉽고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기술의 발전과 법적, 제도적 보완책이 병행되어야 할 이유는 분명합니다. 점점 더 폭넓은 가능성이 실험되고 있는 드론이 우리나라의 저널리즘 상황을 어떤 식으로 어디까지 확대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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