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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세계 통화 전쟁, 돈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by 생각비행 2015. 1. 28.

해외여행이 일상이 되었고, 외국 상품을 직접 구매하시는 분도 많아졌습니다. 달러, 엔 등 다른 나라의 화폐를 사용하는 일도 매우 친숙해졌습니다. 점점 좁아지는 지구촌에서 통화의 흐름에는 경계가 없습니다. 국경을 넘나드는 돈의 전쟁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달러, 유럽의 유로, 일본의 엔, 중국의 위안 사이에서 우리나라의 원화가 자리잡기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주요국의 통화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자국 통화의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확대를 유도함으로써 세계 경제 침체의 충격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직후 통화 정책 공조에 나서던 것과 정반대의 상황입니다. 이런 전략을 취하면 자국은 살지 몰라도 다른 나라의 화폐 가치를 올리는 셈이 되기 때문에 가치가 치솟은 화폐국의 경제는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근린궁핍화정책이라고 불리기도 하지요.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이런 정책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아주뉴스

 

아시다시피 일본 정부는 지난해부터 대규모 양적 완화 정책과 함께 구조개혁 추진을 주요 성장전략 축으로 하는 아베노믹스를 시행 중입니다. 이제 아베노믹스가 무엇인가를 정리해봅시다. 이는 흔히 세 가지 화살로 요약됩니다. 첫째, 통화·환율 정책으로 무제한 양적 완화와 엔화가치 절하를 겨냥하며, 둘째, 재정정책으로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셋째, 민간투자를 촉진하는 성장정책을 사용하여 디플레이션을 잡고 경제성장을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입니다.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일본 경제는 엔화 가치가 절하되고 주가가 상승하는 등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시장에선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논란의 근저에는 거품 붕괴 이후 일본 경제가 장기 불황에 진입한 근본 원인이었던 구조개혁의 지연이 이번에도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첫째, 둘째 화살인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으로 지핀 불을 셋째 화살인 구조개혁으로 지속하지 못한다면 국가부채만 늘어나는 등 일본 경제의 대외신뢰도가 다시 하락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일본 경제는 소비세 인상 이후 2014년 2/4분기에 이어 3/4분기에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소비세 추가 인상이 연기됨에 따라 연중 성장치는 소폭 상향조정 되리라는 전망입니다. 중요한 목표였던 물가 오름세는 둔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으며 소비세 추가인상 연기에 따른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셋째 화살은 잘 당겨지지 않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재정적자규모가 가장 큰 일본 경제가 언제까지 재정지출을 확대할 수 있을지도 우려됩니다. 일본 국채의 대부분을 일본 국민들이 보유하고 있어 큰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습니다만,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요? 최근 일본은행은 인플레이션 기대가 형성되는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하여 양적·질적 금융완화를 추가로 확대하였습니다. 

 

미국의 양적완화정책과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상반되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본질이 같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에서 일본을 가장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은 대한민국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일본을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바라보아야 하겠습니다. 경제지표의 숫자는 매월 바뀝니다. 아베노믹스는 현재진행형입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습니다. 근린궁핍화정책(近隣窮乏化政策, beggar thy neighbor policy)이 무엇입니까? 옆 동네를 가난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요.


《돈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531쪽 Q&A  (본문의 다양한 각주는 생략했음)

 

지난해 말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아베 정부는 올해 더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예고하고 있어 우리나라를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블룸버그가 취합한 28개 투자은행의 엔화 가치 전망을 보면 시간이 갈수록 엔저 현상은 심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일본의 장기 침체는 20년이란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에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16.99퍼센트나 하락했습니다. 이로써 일본의 수출은 더 유리해졌고 상대적으로 비싸진 원화 때문에 우리나라의 수출 산업은 불리해졌지요. 내수를 도외시하고 수출에 주력하는 산업 구조상 우리나라의 경제 전망은 더욱 어둡습니다. 

 

출처 - 한겨레


지난해 예금 대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중국은 올해도 완화적 정책 기조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시중에 돈이 더 풀린다는 얘기입니다. 디플레이션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유럽연합도 돈 풀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모기지 채권을 직접 사들인 유럽중앙은행 또한 올해 더 많은 규모와 빠른 속도의 돈 풀기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출처 - 한겨레


홀로 성장 중인 미국만 표정이 다릅니다. 미 연방준비제도는 올해 연방기금금리 인상 시기를 저울질 중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달러 강세를 부추겨 달러 외 나머지 통화 간 가치절하 경쟁을 촉발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여전히 세계의 기준은 달러일 것이고, 그 밑에서 작은 화폐들끼리 의자 뺏기 게임을 치열하게 해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달러의 힘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막강합니다. 심지어 자기가 일으킨 문제를 아무 힘도 쓰지 않고 해결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중앙은행 간 통화스왑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막상 협정이 체결된 후 금융시장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유럽과 아시아로 전이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달러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체결된 한미 통화스왑협정은 일정 부분이지만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액 뒤에 달러 발권력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신호를 국제금융시장에 던진 일이었습니다. 한 번 이루어졌으니 만일의 경우 또 할 수도 있다는 희망으로 잠재적 우려도 희석되었습니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가 미국에서 시발되었음에도 미국과의 통화스왑 덕분에 우리나라의 외환시장이 안정을 찾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입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유럽중앙은행, 영란은행, 일본은행, 스위스국립은행, 캐나다은행 등 다른 나라들과 미 연준 간 협정이 이미 체결된 이후였습니다.

 

당시 미국이 통화스왑협정을 여러 나라와 체결한 목적은 만일 전 세계적으로 정부와 대형 금융회사들이 파산할 경우 야기될 수 있는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피하는 가운데 달러를 지원함으로써 달러의 국제결제 기능을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금지원을 통하여 글로벌 달러시장 금리의 상승을 억제하여 저금리 기조를 지속하려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금융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경기회복이 어려워지니까요. 세계경제를 위하여도 중요한 사항이었지만, 미국을 위해서도 다른 나라들의 사정이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돈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318쪽  통화스왑의 힘 (본문의 각주는 생략했음)

 

통화스왑은 미국 등 안전 통화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와 유사시 일정 비율로 통화 교환을 가능토록 해 원화의 신인도를 높이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올해 세계 통화 전쟁에 대비해 통화스왑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한 번 증명된 힘이니까요. 다만 영국, 캐나다 등 일부 국가만 제한적으로 스왑협정을 맺고 있는 미 연방준비제도가 추가적인 스왑 체결 확대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라 기획재정부는 미국을 설득하는 한편 우선적으로 캐나다, 영국 등과 통화스왑 체결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출처 - 그린경제

 

통화스왑 계약체결의 과정을 살펴보면서 몇 가지를 생각해볼 점이 있었습니다. 첫째, 미국과의 통화스왑협정은 주로 선진국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입니다.아시다시피 선진국들은 국제결제통화를 발행하고 있는데 왜 굳이 달러스왑이 필요했을까요? 당시 미국 금융회사들이 달러를 회수하는 가운데 국제금융시장이 매우 불안정해지면서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당시 모두가 선호하는 달러 유동성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국제결제통화를 발행하던 선진국들은 외환보유액을 충실하게 적립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 연준과 통화스왑협정 체결이 긴요하였습니다. 유로, 엔화, 스위스 프랑, 캐나다 달러를 발행할 수 있음에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역시 달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위기 당시 달러를 신속하고도 풍부하게 공급할 수 있는 기관은 달러를 찍어내는 미 연준뿐이었습니다.

 

둘째, 미 연준은 선진국 중앙은행과 몇 단계에 걸쳐 계약을 먼저 체결한 후 신흥시장국 중앙은행과는 마지막에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아무래도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선진국과의 관계를 더 중시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드러낸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너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금융위기를 대비하기 위한 대책으로 국제협력을 이야기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셋째, 미 연준은 신흥시장국과도 통화스왑을 체결하였습니다. 신흥시장국 입장에서 통화스왑 협정은 엄격한 상환조건을 부과하는 IMF 차입과 달리 비교적 큰 규모의 달러자금을 자국통화를 담보로 확보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장치입니다. 그런데 미 연준은 당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많은 신흥시장국 중에서도 당시 경제상황이 상대적으로 양호하였던 국가들만을 대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입니다.

 

(중략)


결국 통화스왑협정 체결도 외환보유액을 상당히 보유하고 있는 등 자국의 경제여건이 양호해야만 체결할 수 있는 것이죠.


《돈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320쪽 통화스왑의 힘 (본문의 각주는 생략했음)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발표한 2015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기준금리는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운용한다고 밝혔습니다. 경제 회복세 지원을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미국발 금리 인상 충격에 대비해 돈줄을 죌 수도 있다는 취지입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소리지만, 그만큼 운신의 폭이 좁다는 뜻이겠지요. 그렇다면 온고지신, 지난 통화스왑의 교훈을 되새겨보면 어떨까요? 결국 국내 경제가 안정되어 있지 않으면 통화 전쟁 상황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되니까요. 2015년 경제도 혹독한 시절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힘내서 버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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