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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사상 초유의 연말재정산 사태, 부자 증세가 답이다

by 생각비행 2015. 1. 26.

2015년 새해부터 직장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2014년 11월에 없는 사람들, 서민층의 돈을 세금으로 긁어모으는 데 혈안인 박근혜 정부를 질책하는 기사(출산율을 올리고 싶다면 싱글세 아닌 부유세를 도입하라)를 올린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비슷한 일이 반복해서 벌어지고 있는 꼴입니다.

 

작년 초만 해도 직장인들 사이에선 이맘때 13월의 월급이라며 연말정산을 기다리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13월의 세금폭탄이라는 불만이 직장인들 입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많은 항목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되었고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 구간 및 근로소득공제가 조정되었기 때문에 안 그래도 유리지갑의 소유자인 직장인으로서는 세금 부담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부자 감세' 재확인한 연말정산 사태

 

원론적으로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면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세금을 많이 내게 되는 효과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졸속으로 바뀐 이번 연말정산에서는 연봉이 낮은 사람이 오히려 더 많은 세금을 내는 일이 발생합니다.

출처 - YTN


KBS의 보도를 보면 48명의 직장인 연말정산 서류를 분석한 결과 소득이 높을수록 세 부담이 늘어나는 건 맞지만, 4000~5000만 원대 연봉자의 세금이 더 늘어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같은 조건인데도 작년 연말정산 때보다 소득세가 평균 5퍼센트, 그러니까 24만 원이나 많아진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전체 48명 가운데 14명은 세금이 줄고 34명은 세금이 늘었습니다. 결국 직장인 가운데 70퍼센트 정도는 세금이 늘어나는 셈인데요, 이는 10명 중 2~3명만 세금이 늘 것이라던 정부의 설명과 달리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셈입니다.





출처 - KBS


가장 큰 문제는 연봉이 적은 사람이 연봉이 많은 사람보다 세금을 더 내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연봉 4000만 원대 직장인의 세금은 평균적으로 5만 4000원이 늘어난 반면 연봉 5000만 원대 직장인의 세금은 오히려 평균 2만 원으로 줄었습니다. 이는 정부가 연말정산 개편을 졸속으로 한 탓에 세제개편안 설계가 치밀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출처 - 한겨레


실제로 연말정산 서비스의 오류로 일부 납세자가 환급을 더 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국세청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의 오류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요, 지난 15~16일 연말정산을 한 납세자들이 현금영수증 정산 시 소득공제가 늘어 환급을 더 받게 되었습니다. 국세청은 해당 납세자들에게 수정을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수정하지 않을 경우 5월에 가산세까지 붙여 추징한다고 합니다. 잘못은 자기들이 하고서는 직장인들은 줬다 뺐는 기분까지 맛보게 생겼습니다. 

 

이에 한국납세자연맹은 13월의 세금폭탄은 정부의 부정확한 세수 추계 때문이라며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고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로부터 2차례 정보 공개를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납세자가 정보 공개를 요청하는데 자료를 주지 않는 것은 대체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서민 증세라는 여론 악화를 의식했는지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상 초유의 연말 '재'정산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2014년 말 통진당 해산이라는 초유의 사건부터 연말정산을 소급해서 적용하겠다고 하니 아무래도 박근혜 정부는 사상 초유의 사건 만들기에 맛 들인 것 같습니다. 

 

사실 연말재정산은 선거를 의식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입장 때문입니다. 새누리당의 비공개회의 석상에서 지역 민심에 민감한 지방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러다 선거에서 떨어지면 책임질 거냐는 원색적인 발언까지 나왔다고 하지요. 대한민국 직장인들로서는 안 그래도 어려운 가계 살림에 세금폭탄이라는 직격탄을 떠안게 되었으니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안입니다. 

 

결국 새누리당은 자녀 세액공제 상향, 자녀 출생·입양 세액공제 신설, 독신 근로자 표준세액공제 상향, 연금보험료 세액공제 확대, 연말정산 추가납부 세액의 분할 납부 허용 등을 합의해 5월에 소급 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처 - 국민일보


 

서민 '삥' 뜯는 양아치 행정 그만하라!

 

서민 증세를 꾀하느라 일관성 없는 정책에 땜질식 뒤처리까지 도맡아 고생하게 된 건 또 다른 직장인인 국세청 직원들입니다. 전례 없는 연말재정산이란 사건 앞에 시쳇말로 멘붕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언제, 어떻게 돌려줄지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이 고심하고 있다는데, 이는 돌려서 말하면 여론이 불리해지니 대책 없이 일단 소급해서 적용하겠다고 저지른 꼴이라는 얘깁니다. 

 

전문가들은 애초 아마추어식으로 변경된 연말정산에 이번 땜질식 처방까지 덧붙여져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입니다. 이번 연말재정산 사태로 소요되는 세금 자체를 빼고도 유무형의 사회적 비용으로만 20조 원을 날리게 생겼다는 분석마저 나오는 형국입니다. 추락하는 박근혜 정부의 밑바닥이 더 남았는지 모르겠지만, 정부와 공공기관의 신뢰는 이미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출처 - 한겨레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증세는 없다고 누누이 강조하며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운 최경환에게 경제를 맡겼습니다. 그 결과가 세금폭탄으로 돌아온 '서민 증세'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법인세는 1조 5000억 원이 줄고, 소득세는 4조 8000억 원이 늘었습니다. 이번 세금 폭탄은 결과적으로 부자 감세로 구멍 난 세수를 서민들에게 '삥'을 뜯어 메우려고 한 꼴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도 세목, 세율을 늘리거나 높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증세는 아니라는 해괴한 주장만 펴고 있습니다.


출처 - 내일신문


박근혜 정부가 애초에 약속한 '증세 없는 복지'라는 공약을 집행하면서 서민의 세금 부담을 덜어내는 방법은 사실 간단합니다. 부자와 법인, 즉 대기업을 위시한 회사들로부터 세금을 더 거두면 됩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때부터 이어진 기업 친화적(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서로 기업 부담은 그대로거나 되레 줄었습니다. 특히 세금 감면 혜택은 상위 10대 대기업이 독점한 꼴입니다.  

출처 - 한겨레

 

2008년 18.26퍼센트였던 법인세 실효세율이 이명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2013년 현재 14.68퍼센트로 줄어든 사실만 봐도 확연히 드러납니다. 이에 반해 기업 창출 부가가치의 기업종사자에 대한 분배율은 OECD 최하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한국에서는 기업이 돈을 벌어도 직원에게는 돌아가지 않는 구조입니다. 청와대와 여당이 매번 이야기하는 낙수효과가 얼마나 허구인지 증명하는 결과입니다. 연말재정산이란 사상 초유의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부자 증세' 외에 달리 없습니다.


출처 - 시사위크


올해 미국 대통령 새해 국정연설에서 오바마는 최저 임금 인상과 부자 증세에 반대하는 공화당을 겨냥해 일갈했습니다. "여러분들이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1년에 최저 임금인 1만 5000달러 안 되는 돈으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다면, 해보세요. 그렇지 않다면 수백만의 성실한 미국 근로자의 임금을 올리는 데 투표하세요"라고 말이죠. 이 말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들어야 할 말이기도 합니다. 이런 간단한 해답을 두고 서민의 '삥'이나 뜯는 양아치 같은 행정은 이제 그만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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