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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물/일상비행

일본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헌책방 축제가 있다!

by 생각비행 2010. 11. 17.
지난번에 부산의 보수동 책방골목을 소개해 드린 적이 있습니다.(http://ideas0419.com/42) 정말 많은 분께서 찾아주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__) 이번에는 한국이 아닌 일본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일본은 매우 많은 책을 쏟아내는 출판 왕국입니다. 출판문화를 장려하기 위해 국가에서 보조금을 지급해주어서 그런지 책과 잡지가 무척이나 많은 나라죠.

출판량이 많은 만큼 소비되는 책도 많고, 버려지고 재생되는 책도 어마어마합니다. 예를 들어 주간 만화잡지 같은 경우 종이의 질이 좋지 않은 중질지를 많이 씁니다. 그 이유는 자주 발행해야 하고 오래 보관하지 않는 탓에 가격을 낮추기 위함입니다. 열혈 수집가가 아닌 이상 사람들 대부분이 한 번 보고 버리기 때문입니다(일본에선 버린 잡지를 노숙인들이 주워서 싼값에 되팔기도 합니다). 이렇게 값싸게 만드는 잡지 이외에도 많은 책이 버려지고 재생됩니다. 그 때문에 일본에는 헌책방도 많습니다(Book Off는 한국에서도 유명하죠).

도쿄에 가면 이런 헌책방이 즐비한 곳이 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도쿄 간다(神田)의 진보초(神保町)가 바로 그곳입니다. 진보초에는 헌책방을 비롯해 출판사, 출판 도매상이 많이 있습니다. 또한 주변에는 메이지 대학 외에도 여러 학교가 있습니다. 진보초에서 헌책방을 열어 유명해진 사람이 있습니다. 1913년 간다 여학교를 퇴직한 이와나미 시게오라는 사람이 헌책방을 열어 큰돈을 벌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돈을 번 이와나미 시게오는 나츠메 소세키 전집을 간행하기도 했다는군요.

진보초 고서점가는 한국과도 약간 연관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옛 서적이나 각종 문서가 넘쳐나서 없는 게 없다고 하는데요, 해체신서(일본 에도시대의 번역 의학서)도 있을 정도라고 하네요. 여기서 한국의 중요한 문서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몇 년 전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김시민 공신교서>가 바로 그것입니다. <김시민 공신교서>는 일본에 있는 한국 교수에 의해 발견되었고, 그것이 방송으로 알려지면서 환수운동을 벌인 끝에 한국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이렇듯 예전 고문서부터 현대의 헌책까지, 정말 여러 가지가 책이 즐비한 간다의 진보초이다 보니 전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유명해졌나 봅니다. 진보초에는 해마다 여러 가지 축제를 하는데요, 매년 10월 말쯤에 열리는 '神田古本まつり'(간다고서적축제 정도 되겠네요)도 유명한 축제 중 하나입니다. 지금부터 제가 다녀온 간다고서적 축제를 사진과 더불어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다녀온 축제는 49회였습니다(2010년은 51회째). 이 축제도 벌써 50년이 넘는 전통 있는 축제군요. ^^



정말 사람이 많습니다. 모두 자신이 원하는 책을 찾으러 나온 분들이겠죠?


'50% OFF'라는 말에 사람들의 발길이 멈춰 섭니다. 이미 가방에도 꽉 찼고 비닐봉지까지 들었지만 발걸음이 멈춰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고서점 축제에서 눈에 띈 것 중 하나입니다. 한국과 북한 물건들을 팔고 있더군요. 옛날 한국 영화나 북한에 대한 서적, 물건(돈, 배지 등)들을 팔고 있었습니다. TV에서만 보다 실제로는 처음 보는 북한 물건이라 신기했습니다. ^^


빽빽하게 꽂힌 책들. 여기에는 예전 책이 많이 있었습니다. 특히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인문학 서적이 많이 있더군요~. 마음에 드는 책이 있어서 몇 권 사기도 했습니다.


헌책을 찾는 데 있어서 남녀노소는 따로 없었습니다.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여성도, 나이가 지긋한 중년 남성도 자신이 원하는 책을 찾느라 분주했습니다.


이 분을 보니 '책 속에 파묻히다'라는 문구가 절로 생각났습니다. 정말 많은 책 속에 파묻힌 중년 남성분. 저는 언제나 책 속에 파묻히고 싶어요~.


이런 책꽂이는 부산 보수동에서도 본 적이 있습니다. 실내에 책을 넣기가 어려운 책방은 점포 밖에 책꽂이를 만들어놓고 셔터를 올리고 내리는 방식으로 책을 보관하더군요.


엄청나게 많이 쌓여 있는 고서들. 밖에 있는 책은 대부분 우리가 말하는 헌책이었습니다. 점포 안으로 들어가면 고서가 곳곳에 눈에 띕니다(내부는 촬영 불가라 사진이 없습니다).


간다 고서점 축제에는 꼭 헌책만 파는 건 아닙니다. 여러 출판사가 나와서 책을 판매하기도 합니다. 독자들은 좋은 책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고, 출판사는 독자들에게 직접 책을 판매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는 것이죠.



아~ 축제이다 보니 책만 파는 건 아니더군요. 골목 안으로 들어가자 여러 가지 오래된 물건을 파는 잡화상도 보였습니다. ^^

지금까지 간다 진보초 고서점 축제 상황를 돌아보았습니다. 많은 헌책과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시면서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지요? 다양한 책과 사람들의 모습을 좀 더 전해 드리고 싶었는데 그렇게 못 한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어쨌든 한국의 보수동 책방골목도 많은 사람이 참여해 지속적인 축제로 발전시켜 진보초의 축제만큼 성장하면 좋겠습니다. 한국에도 책과 관련된 이런 멋진 축제 하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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