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께서 창제하신 한글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문자체계이지만, 한국어의 맞춤법과 표준어는 한국인에게 굉장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2011년 8월 31일 전까지 우리는 "짜장면을 짜장면이라 부르지 못하고..."라는 말을 반은 장난 으로, 반은 진심으로 하곤 했습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애환이 담긴 명대사를 따라서 말입니다.
2011년까지 '짜장면'을 애써 '자장면'으로 써야 했던 이유는 '자장면'만이 표준어였기 때문입니다. 국립국어원이 관장하는 맞춤법, 표준어 규정과 실생활에서 쓰는 한국어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1년 8월 11일 짜장면도 드디어 표준어로 인정되었지요. 언어는 언중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 한겨레
그 뒤로 3년의 세월이 지난 2014년, 이번에는 문장부호의 개정이 있었는데요. 의외의 사실도 섞여 있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짜장면처럼 '마침표' '쉼표'도 틀린 말이었다?
1988년 한글맞춤법 규정의 부록으로 처음 선보였던 문장부호가 26년 만에 개정되었습니다. 시행은 2015년 1월 1일부터이지만 그 내용을 미리 살펴보면 짜장면의 경우와 같이 문장부호의 이름과 사용에 대한 현실화가 주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충북일보
여러분은 '.' 과 ',' 를 어떻게 읽으십니까? 한글을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배우는 최초의 문장부호인 '.' 과 ',' 를 마침표, 쉼표로 알고 계신 분이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짜장면처럼 마침표, 쉼표란 이름도 틀린 말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한글맞춤법 규정상 여태까지 '.'는 온점, ','는 반점이 옳은 이름이었습니다. 자장면만이 옳았던 시절처럼요. 하지만 이번 문장부호 개정에 따라 '.'는 마침표가 공식적인 이름이 되었고 ',' 는 쉼표가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공식 명칭이었던 온점과 반점도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줄임표와 따옴표도 쓰기 편하도록 개정
또한 〈〉과 《》의 명칭과 쓰임새도 이번에 확정되었습니다. 꺾쇠 괄호, 겹꺾쇠 등으로도 불렀던 이 문장부호들은 이번에 각각 '홑화살괄호' '겹화살괄호'로 명명되었습니다. 이 문장 부호들은 「 」, 『 』로 표기되는 낫표와 같은 의미로 쓰이곤 하는데요. 홑화살괄호는 홑낫표와 함께 소제목, 그림, 노래의 제목처럼 예술작품의 제목, 상호, 법률, 규정 등을 나타낼 때 쓰였습니다. 겹화살괄호와 겹낫표는 책 제목과 신문 이름 등을 나타낼 때 쓰였고요. 그런데 여기에 따옴표가 추가되었습니다. 이제는 〈〉과 「 」이 쓰이는 자리에 ‘ ’를 쓸 수 있으며, 《》과 『 』 이 쓰이는 자리에 “ ”를 쓸 수 있게 선택의 폭을 넓혔습니다.
여태까지는 <아침이슬> 「아침이슬」만 썼으나 앞으로는 ‘아침이슬’도 공식적으로 같은 의미를 갖게 되었으며, 《훈민정음》『훈민정음』처럼 “훈민정음”도 같은 의미로 쓸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 이유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자주 활용하는 실생황에서 문장부호를 입력하기가 불편했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대부분이 어려운 문장부호를 찾아 쓰지 않고 치기 쉬운 ‘ ’과 “ ”로 대체해서 쓰곤 했지요.
출처 - 국립국어원
같은 이유에서 줄임표도 더 많은 선택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여태까지는 연속된 가운데 여섯 점 '…… '만 인정되었죠.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인해 기존의 가운데 여섯 점은 물론 연속된 가운데 세 점 '…', 마침표로 아래 여섯 점 '......'을 찍어도, 아래 세 점 '...'을 찍어도 공식적인 줄임표로 인정되었습니다.
출처 - 국립국어원
마찬가지로 가운뎃점은 마침표와 쉼표로 대체할 수 있게 되었으며, 물결표대신 붙임표를 써도 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3ㆍ1 운동은 3.1 운동으로 써도 되며, 상ㆍ중ㆍ하위권은 상, 중, 하위권으로 바꿔써도 된다는 거죠. 9∼10월처럼 경과를 표시하는 물결표는 9-10월처럼 붙임표로 대신해도 됩니다.
다만 연월일은 꼭 모든 자리에 마침표를 붙여야만 됩니다. 예를 들어 '2014년 10월 28일'은 '2014. 10. 28.'로 쓸 수 있게 되었지만 '2014. 10. 28'로 마침표를 빼먹으면 틀린 것이 됩니다. '2014년 10월 28'로 쓰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얘깁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시대에 더욱 쓰기 쉬운 한글과 문장 부호에 방점
출처 - 데일리한국
26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번 개정에는 다양한 부분에 걸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는 글을 쓰는 환경의 변화에 기인한 면도 있습니다. 처음 제정될 당시인 1988년에는 모두 글을 원고지에 손으로 썼지만, 26년이 지난 지금은 대부분이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글자를 입력하니까요. 손으로 쓸 때는 상관없지만 기준이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될 경우 기존 규정을 고수하면 문장부호를 일일이 찾아서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릅니다. 그래서 기존에 쓰던 문장부호는 물론이고, 이미 언중이 많이 대체해서 쓰고 있는 문장 부호를 대거 규정 안으로 받아들인 겁니다.
급변하는 언어 환경에 맞추어 다양화된 우리글의 문장부호들. 현실화되어 개정된 만큼 바른 말을 쓸 수 있도록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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