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의 고장이 펼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사례 - 청주고인쇄박물관, 1인 1책 캠페인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어느 날 우연히 흥미로운 기사를 보았습니다. 《직지》의 고장인 청주에서 1인 1책 펴내기 운동을 한다는 짤막한 기사였습니다. 일생을 살면서 자신이 쓴 글을 책으로 엮어서 내는 일은 특별한 경험이겠지요. 물론 쉽게 주어지는 기회도 아니고요.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물 《직지》를 탄생시킨 세계기록유산의 고장인 청주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몇 년째 1인 1책 펴내기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생각비행은 지역사회를 살리는 커뮤니티 비즈니스에 관심을 두고 《아이디어 하나가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의 내용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우선 지역주민을 끌어안는 비즈니스여야 한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회성 비즈니스여서는 안 됩니다. 일시적인 성공으로 지역에 그 나름의 이익을 안겨준다고 해도 지속가능한 일이 아니면 지역주민의 공감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
지방에는 아직도 많은 자원이 잠자고 있다. 뭔가 시작해보고자 하는 사람은 지방에 있는 '무형의 자산'을 발견하고 발굴했으면 한다. 탄소, 산소, 질소, 수소라는 4가지 원소로 수억 가지의 물질을 만들어내는 유기물처럼 아이디어 자체도 하나의 자원이기에 지역자원을 잘만 활용하면 수많은 매력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창출하여 고용을 일으키고 이익을 낼 가능성이 감춰져 있다.

1인 1책 캠페인은 비록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은 아니지만, 지역문화 활성화라는 점에 있어선 큰 의미가 있으며 벌써 5회째를 맞이하여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린 사업이 되었습니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을 생각비행이 직첩 찾아가 취재했습니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 청주고인쇄박물관 운영사업과 직지사업담당을 맡고 있는 이관동 계장입니다.
 
먼저 청주고인쇄박물관을 소개해주시죠.
- 이곳이 직지박물관이 아니라 고인쇄박물관이라서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이 계실 수 있는데요, 청주고인쇄박물관은 《직지》를 비롯하여 옛날 서적이나 인쇄와 관련된 내용 등을 망라하여 전시하는 박물관입니다. 이곳이 자리한 곳은 흥덕사지 바로 옆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흥덕사지는 1983년 택지개발을 하면서 발굴된 곳인데요, 현재 사적 310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흥덕사지에서 《직지》를 인쇄한 금속활자가 출토되었는데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사용한 활자보다도 앞선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이를 기념하고 한국 인쇄술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 하고자 흥덕사지 옆에 청주고인쇄박물관을 건립한 겁니다. 제가 속해 있는 팀에선 1인 1책 사업과 금속활자주조전수관 및 근현대인쇄전시관 건립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금속활자주조전수관과 근현대인쇄전시관은 2007년 청주가 문화특구로 지정받아 진행되는 사업입니다. 전수관은 내년 2~3월에 완공되고, 근현대전시관은 내년 연말께 완성될 예정입니다.
 

직지사업담당 이관동 계장

전수관은 금속활자를 만드는 장인을 양성하는 곳인가요?
- 맞습니다. 중요무형문화재 금속활자장 101호인 분께서 직접 오셔서 청주에서 금속활자를 만드는 장인을 키우는 곳이 될 겁니다. 1층에는 전시장과 체험관을, 2층에는 작업장을, 3층에는 사무실과 수장고 등을 배치할 예정입니다.

박물관에서 1인 1책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민선 4기에 들어서면서 청주만 1인 1책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5회부터는 청주, 청원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 프로그램은 25군데에서 강사진을 두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1인 1책에 참여하신 분들에게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설명하고 책 쓰기와 관련된 기본적인 지식 등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런 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 《직지》를 제작한 청주라는 지역에 사는 시민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로 시작한 캠페인이었습니다. 인쇄 문화의 중심지인 청주에서 1인 1책 펴내기 행사를 진행함으로써 많은 시민이 자신의 기록을 모아 직접 책으로 펴내면서 지역문화의 우수성을 느끼고 긍지와 자부심을 갖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이에 더해 독서진흥운동도 함께 도모했습니다. 이러한 의도대로 청주, 청원 시민의 만족감과 자부심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습니다.

1인 1책과 연관된 주제는 어떻게 선정하나요?
- 시민 각자의 다양한 이야기가 주제입니다. 예를 들면 일기나 인생 이야기 또는 수기처럼 주제에는 한정이 없습니다. 작년에 대상을 받은 분의 경우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책이었거든요. 어떤 대학생이 어학연수를 다녀와 느낀 점을 엮은 책도 있었죠. 이처럼 각자 마음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글로 엮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1인 1책을 내는 일에 교육과 책 출간 지원을 해주는 곳은 전국에서 아마도 청주시밖에 없을 겁니다. 청주시에서 특수 시책으로 시행하는 사업이기도 합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이 많군요.
- 네. 그렇죠. 다양해요. 참여하신 분 중에 장애가 있는 분도 계십니다. 몸이 불편해서 글을 쓰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최대한 자신이 쓸 수 있는 만큼 글을 쓰시다 돌아가신 분도 계셨어요. 열심히 글을 쓰셨지만 책으로 나온 것을 보지 못하셨지요.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1인 1책 행사 홍보영상

1인 1책 운동에 어떤 분이 참여하는지 궁금합니다.
- 참여하는 분들 역시 다양합니다. 학생부터 70세 노인에 이르기까지 연령대도 넓습니다. 70세 노인분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겪은 다양한 경험과 과정을 정리했습니다. 어떤 분은 회식 자리에서 있었던 건배사를 정리하셨어요. 회사에 다니다 보면 회식이 잦잖아요. 그런 회식 때마다 나오는 다양한 내용의 건배사를 정리해서 책으로 펴내신 분도 계세요.

이런 사업을 처음 시작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듯합니다. 일반인이 글을 쓰고, 책을 펴내는 일에 접근하기가 쉽지는 않으니까요.
- 네. 쉽지 않았어요. 많은 분이 글을 써서 책으로 낸다면 부족한 글솜씨 때문에 창피하지 않을까 하고 걱정을 많이 하시더군요. 시작하고 1, 2회 때까지는 운영이 쉽지 않았습니다만, 3회 때부터 점차 참여하는 분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1인 1책 행사의 정점은 출판기념회인데요, 이런 모임을 보시면서 느끼는 점이 많지 않았을까 싶어요. 앞서 이야기한 책을 쓰고 돌아가신 장애인의 미담, 다양한 주제로 채워진 책의 내용을 보면서 청주와 청원의 시민이 공감하고 와 닿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1인 1책 운동으로 출간된 책들

1인 1책 펴내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강사분들에 관해서도 소개해주시죠.
- 문인협회에 소속된 분, 등단한 작가분 가운데 공모를 해서 선발합니다. 총 25명을 선발합니다. 현재 청주에 20명, 청원에서 5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2월부터 시작해서 책을 마무리하는 시점인 11월까지 프로그램이 운영되는데요, 일주일에 3시간씩 참여자를 지도합니다. 

이제 많은 분이 참여하실 것 같은데요, 몇 분 정도를 선발하는지요?
- 신청자가 많아 모든 분에게 기회를 드리지는 못합니다. 일정 기간 원고를 받아 심사하고 통과된 분에 한해 출판비용을 보조합니다. 지금은 신청자 중에 150명을 선정합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5회를 진행했으니 청주, 청원 시민 중 600명이 넘는 분이 직접 책을 쓰고 출간하는 경험을 하신 거죠. 선정된 분의 원고는 30권 정도를 인쇄해서 제작하는데요, 20권은 작가에게 드리고 10권을 저희가 씁니다. 8권은 청주 지역 도서관으로 보내어 보관하게 하고, 1권은 출판기념회에서 전시하고 남은 1권은 직지협회에서 보관합니다. 직지협회는 1회부터 지금까지 출간한 모든 책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1인 1책 행사를 마친 후 참석자들의 반응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초반에는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고 하셨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참석자들의 호응 변화도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 출판기념회를 할 때 참석자들의 반응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참석자의 가족을 비롯하여 지인들도 함께하는데요, 그들의 표정을 보면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인생을 살아가면서 책 한 권을 내는 일이 쉽지는 않으니까요. 자신의 노력으로 책을 쓰고 많은 사람 앞에서 그 결과물을 전시하는 일은 모두를 기쁘게 한다고 봅니다. 

책갈피로 만들어진 1인 1책 출판기념회 초대장

1인 1책 행사를 앞으로 어떻게 운영하실 계획인지 듣고 싶습니다. 
- 여담이지만 타지방 자치단체에서 우리 사업을 무척 부러워합니다. 벤치마킹을 하기도 하고요. 가까운 이웃동네에서 많이 부러워하고 있고요, 다른 광역시에서 1인 1책 행사를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건네기도 합니다. 이렇게 많은 곳에서 관심을 보이고 지켜보는 만큼 저희가 이 행사를 지속해서 발전하도록 열심히 꾸려가야겠죠. 이를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1인 1책에 관한 관심을 더 늘려갈 예정입니다. (책갈피를 보여주며) 이게 지난해 초청장인데요, 대개 초청장은 한번 보고 그냥 버리잖아요? 자원낭비가 되기 쉽죠. 그런데 저희는 초청장을 책갈피 형태로 만들어 보냅니다. 초청장을 받은 분은 그것을 책에 꽂아두고 사용하게 될 것이고, 이로써 1인 1책 행사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겁니다. 이런 작은 아이디어부터 시작해서 횟수를 거듭하면서 책의 내용도 더욱 다양화할 예정입니다.

오랜 시간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혹시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이 1인 1책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지요? 
- 아쉽지만 1인 1책 행사는 청주, 청원에 거주하는 시민을 대상으로 지원합니다. 오는 12월에 열릴 출판기념회 때 오셔서 시민이 직접 만든 책도 구경하시고 다양한 말씀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1인 1책 행사의 참모습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댓글(2)

  • 2012.06.19 16:31

    청주 사시는 분들은 모두 예비작가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대개 자치단체에서 벌이는 문화행사들이 생색내기에 그친 경우가 많은데
    내실있게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는 게 무척 고무적이네요.
    청주에 살고 있지 않다는 게 문득 후회스럽게 느껴집니다....ㅎㅎ...

    • 2012.06.19 22:05 신고

      여강여호 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1인 1책 캠페인은 그저 돈 쓰는 사업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적 색체를 잘 찾아서 접목한 좋은 커뮤니티 비즈니스 사례였습니다. 다른 지역 공무원들이 배워서 널리 시행하면 좋을 사업 같습니다. 저희도 청주, 청원 지역에 사는 분들이 부럽습니다. 여강여호 님께서 쓰신 많은 글을 저런 방식으로 책으로 낸다면 참 의미 있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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