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산업 고사위기,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2011년 새해 벽두부터 축산업계가 아주 시끄러웠습니다. 한우값과 육우값이 끝을 모르고 떨어진 반면 사룟값은 계속 올라 소를 키우는 농민들의 주름살은 날이 갈수록 깊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비룟값을 감당하지 못한 한 농부가 소를 굶겨 죽이는 사건까지 일어났습니다. 축산 농가가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농림수산식품부는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지난 13일, 농민들이 요구했던 소 수매에 대해서도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소 수매는 없을 것"이란 의견을 냈고, 상경집회를 하는 농민들에겐 불이익을 줄 것이라며, 강경하게 대응하는 상황입니다.

한우·육우 고깃값 폭락, 그 원인이 궁금하다

한우값과 육우값이 이처럼 폭락한 원인은 무엇일까요? 다들 아시다시피 주요 원인은 사룟값 상승입니다. 축산업계에 따르면 축산농들에게 사료를 공급하는 농협의 자회사인 농협사료는 지난해 1조 254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하는데요, 관련업계에 따르면 200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농협이 사료로 200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리는 사이 축산농가는 그만큼 손해를 봐야 했습니다. 

고깃값은 내려간 반면 사룟값은 급격히 올랐다. (출처: 시사매거진 2580)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7년 500만 원을 호가하던 한우 2~3등급의 값이 350만 원으로 30퍼센트 떨어진 반면 사룟값은 7000원에서 1만 2000원으로 40퍼센트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를 키우면 키울수록, 송아지가 태어날수록 축산농의 부담이 점점 커지는 셈입니다. 결국 축산농가는 소를 내다 팔기 시작하자 쏠림현상이 일어나면서 소값이 무차별적으로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도 소값하락에 한몫했다고 합니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한우 수요가 늘면서 한우 개체 수가 2007년 220만 마리에서 300만 마리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수그러들고 수입이 재개되면서 그 양이 점차 늘었다고 합니다. 2006년 1만 4000톤이었던 수입량이 2011년에는 9만 7000톤으로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가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다는 증거인데요, 최근에는 미국산 쇠고기를 TV에서 선전할 정도입니다. 값싼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한우와 육우의 수요는 급감했습니다. 현재 육우의 가격은 1만 원이라고 하는데요, 운임비가 더 든다며 축산농가들이 쳐다보지도 않는다는군요.

한우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정부는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수수 방관했다.(출처: 시사매거진 2580)

한편에서는 양돈과 양계사업의 기업화와 쌀농사의 수익부족이 축산 쏠림현상을 유발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우영묵 한우협회 부회장은 "농업시장이 개방되면서 쌀농사로 수익을 내기 힘들어진 데다 양돈과 양계사업은 기업화돼 있어 농민들이 함부로 진입하기 힘들게 됐다"고 말합니다. 한때 심각했던 구제역과 조류독감 탓으로 한우·육우 농가로 전업한 사람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해법과 농민의 반응

어려움에 처한 한우·육우 농가를 위해 농림수산식품부는 어떤 해법을 내놓았을까요? 지난 1월 4일 농림수산식품부가 작성한 보도자료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쇠고기 수요확대책입니다. 한우 선물세트를 할인하여 5만 세트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설 이후에도 한우 할인행사를 시행하겠다고 합니다. 더불어 군납 돼지고기 및 수입 쇠고기를 국내산 쇠고기로 대체해 공급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육우값 하락 대책으로 송아지 요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농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출처: 시사매거진 2580)

다음으로 급격하게 늘어난 한우 사육두수를 감축하고 생산비 절감을 꾀한다고 합니다. 송아지 가격이 하락하면 지급하던 보전금을 임신이 가능한 암소 수를 기준으로 차등지급하며 100만 두 이상 시 중단하겠다고 합니다. 한우 암소도태 확대를 추진하고 고품질 소를 생산하는 축산농가 시설 현대화를 위해 지원을 확대한다고 합니다. 사룟값 가격 안정화도 추진하겠답니다. 사료업체에 사료원료구매 지원금을 확대하고, 수입사료 원료의 관세를 인하합니다.  이 외에도 올해 2012년도 한우산업관련 예산과 FTA 피해 보전 대책 등도 내놓았습니다.
(농림수산식품부 보도자료: 최근 한우사육동향과 소값 안정대책)

이러한 대책에 대해 한우·육우 농가는 심드렁한 반응입니다. 한우 과잉공급이 일어날 당시 수수방관한 정부가 지금 같은 위기 상황을 자초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단순한 사료가격 지원책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축산농민들은 공급량 조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는데요, 정부가 한우 30만 마리를 전량수매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또한 유통과정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우영묵 한우협회 부회장은 "농협중앙회가 면 단위까지 들어설 정도로 유통망이 잘 구축돼 있는데 이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불합리한 유통구조가 생겼다"며 "농협중앙회가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가격 거품을 줄일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한국 축산업의 미래를 염려한다

다급해진 한우·육우 농가는 농림수산식품부에 소값하락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우·육우 농민들은 우선 소값폭락을 멈추기 위해 국가에서 소를 수매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요, 농림수산식품부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수매의사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농림수산식품부는 상경집회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했습니다. 소를 데리고 시위에 참가한 농가는 축사시설 현대화 자금 같은 각종 지원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며, 무관세로 수입되는 소 사료도 배정받지 못할 것이라며 엄포를 놓았습니다. 성난 한우농가는 지난 5일 청와대 인근에서 항의집회를 열었고, 15일에는 여의도에서 낙농육우협회 회원들이 육우가격 안정화 등을 요구하는 항의집회를 열었습니다.

한우·육우 농가의 장래는 어둡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늘고 있고, 조만간 캐나다산 쇠고기도 수입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이라도 하듯 2009년 50퍼센트였던 국산 쇠고기 자급률이 최근에는 40퍼센트 정도로 하락했다고 합니다. 앞으로 한미FTA 발효라는 엄청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축산업의 미래는 더욱 암울합니다.

일본의 와규처럼 한우도 고급화, 차별화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 (출처: 시사매거진 2580)

각계 전문가들이 여러 가지 해법을 내놓고 있습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대책이 바로 한우의 고급화 전략입니다. 한우는 다른 나라 고기에 비해 마블링이 잘 되어 있어서 좋은 고기라고 정평이 나 있습니다. 그러니 일본의 와규(和牛)처럼 고급 브랜드로 만들어 판매하는 한편 육우는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그런데 육질을 고급화해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은 일견 타당하면서도 장기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 같은 사육환경에서 획기적으로 육질을 높이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나라는 소의 기본사료인 풀자원을 생산하기에는 매우 불리합니다. 소는 거친 먹이를 충분히 섭취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영양 대비 옥수수보다 훨씬 가격이 비싼 볏짚에 의존해왔습니다. 최근 청보리 같은 대체수단을 동원하기도 하지만 정부의 보조가 없으면 경쟁력이 없습니다. 별 다른 대안이 없는 농가로서는 곡류 위주의 사료를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결과 소위 고급육이라고 하는 마블링이 잘 형성된 소고기 생산에 자연적으로 기여하게 되었던 겁니다. 만일 미국이나 호주처럼 초지가 발달된 나라가 수출을 위해 마블링 작업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다면 우리 고기의 경쟁력은 사라지고 말겠지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축산농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출처: 시사매거진 2580)

현실이 이런 만큼 정부가 확실한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축산농가의 상황은 더욱 나빠질 전망입니다. 사룟값 때문에 자식처럼 키운 소를 굶겨 죽일 수밖에 없었던 농민에게 동물학대죄로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일이 아니라 농민의 마음을 보듬어주고, 재기할 수 있는 조처를 내놓아야 합니다.
우리나라 농업생산에서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40퍼센트에 달한다고 합니다. 축산농가가 무너지면 농촌과 농업이 무너지는 상황을 피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값싼 외국산 소고기를 수입해서 먹을 수 있더라도 국내 축산기반이 무너지면 매우 비싼 가격에 고기를 수입하는 나라로 전락할지 모릅니다.
과거 세계적인 쌀 수출국이었던 필리핀이 농업을 천시하고 수출드라이브 정책으로 경제성장을 꾀한 결과 쌀 수입국으로 전락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1년에 삼모작이 가능한 나라였던 필리핀이 어째서 주식인 쌀을 수입하고 걱정하는 지경에 처했는지 그 문제의 심각성을 전 국민이 깨달아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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