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보도

날치기 통과된 한미FTA 비준동의안, 이제 국민이 일어설 때

by 생각비행 2011. 11. 23.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11월 22일, 헌정사상 최초로 국가 간 조약이 날치기로 통과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한나라당은 비공개로 기자들까지 들어오지 못하게 한 채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을사늑약 체결 당시 을사오적이 한규설을 비롯한 반대파 대신들을 방에 가두고 자신들끼리 조약을 통과시켰던 일이 생각납니다. 한미FTA 비준동의안 가결 소식에 분노한 많은 시민이 거리로 나와 한미FTA 반대시위를 벌였습니다.

한미FTA 비판 강연회 현장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가결하기 전인 지난 11월 19일(토), 향린교회에서 한미FTA를 반대하는 강연회가 있었습니다. 한미FTA 비준을 반대하는 페이스북 온라인 커뮤니티 '복음주의'와 한미FTA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에서 《2011 한미 FTA 비판 강연회》라는 이름으로 모임을 계획했습니다. 이날 강연은 박득훈 목사(새맘 교회, 한미FTA 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 정태인 원장(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최재천 변호사(법무법인 한강 대표, 제17대 국회의원)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날치기로 가결한 시점에 어쩌면 이 소식이 너무 늦은 감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더 많은 분이 한미FTA가 무엇이 문제이고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간단하게나마 정리하려 합니다.

박득훈 목사

첫 강연을 연 박득훈 목사는 한미FTA 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날 <한미FTA와 기독교신앙〉이라는 제목으로 기독교적 관점에서 한미FTA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관해 강연했습니다. 이날 사회는 청어람아카테미 양희송 대표가 맡이 진행했습니다.

박득훈 목사는 "그리스도인이 경제현실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상대적으로 선호해야 할 이념적 관점은 사회적 약자의 경제적 권리를 존중하는 관점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강연 중에 한미FTA의 문제점을 제시하면서 그리스도인들이 이 문제를 과연 어떻게 바라보고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지적해주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에 많은 참여자가 서로의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한미FTA 비판 강연회> 첫 번째 강의(박득훈 목사)

다음 강연자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이었습니다. 정태인 원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 1분과 인수위원과 대통령 직속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기조실장을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이날은 〈한미FTA와 사회경제〉라는 제목으로 강연했습니다.

사실 이날 강연 내용은 참여정부가 한미FTA와 관련해 정태인 원장에게 자문했을 때 작성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정태인 소장은 당시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FTA를 체결한 두 나라, 즉 아르헨티나와 멕시코의 예를 들며 한미FTA가 초래할 폐해를 설명했습니다. 또한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한국은 어떤 입장에 서야 하는지 정리하면서 그에 따른 경제협력의 대안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한미FTA 비판강연회> 두 번째 강의(정태인 원장)

마지막 강연은 법무법인 한강 대표인 최재천 변호사가 맡았습니다. 최재천 변호사는 지난 17대 국회에서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참여정부 시절부터 한미FTA를 반대했던 분입니다. 이날 강연 주제는 〈한미FTA와 법〉이었습니다.

최재천 변호사는 대한민국 헌법과 한미FTA 협정문을 비교하면서 구체적인 예를 들며 한미FTA의 위험성을 조목조목 설명했습니다. 너무나 생생한 설명에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있을 때 "너무 어두운 이야기를 해서 미안하다"며 고조된 분위기를 전환하기도 했습니다.



<한미FTA 비판 강연회> 세 번째 강의(최재천 변호사)

한미FTA 반대시위 현장

강연회가 끝나고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미FTA 반대시위에 참여했습니다. 추운 날씨였지만 많은 분이 한미FTA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추운 날씨 때문에 한미FTA 반대 체조도 하면서 몸을 녹였습니다.

한미FTA를 반대하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담은 현수막이 보였습니다. 이미 많은 분이 반대 의견을 적어주셨군요.

한미FTA 반대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추운 날씨에 언 몸을 녹이도록 '개념 시민'이 준비한 커피도 있었습니다. 이름 없이 활동하는 분들이십니다.

늦은 밤까지 한미FTA 반대 집회가 이어졌습니다. 뜻있는 시민이 단상에 올라가 자신의 의견을 들려주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감히 한나라당이 날치기로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가결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힘은 미약해도 야5당이 충분히 저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제 국민이 나서야 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한나라당은 11월 22일 단 4분만에 날치기로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분노한 시민은 거리로 나왔고, 한목소리로 부당성을 성토했습니다. 대한민국 경찰은 무고한 시민에게 물대포를 쏘면서 강경하게 진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19명의 시민이 연행되었습니다.

한미FTA 비준동의안이 가결되었다고 해서 이를 되돌릴 수 없는 건 아닙니다. 아직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19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을 심판하고 무기력하게 대응한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엄중히 경고해야 합니다. 국회의원이 막지 못한 일이라도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은 할 수 있습니다.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진정으로 국민의 뜻을 대변할 인물을 국회의원과 대통령으로 뽑아야 합니다. 이제 여러분의 한 표가 나라의 운명과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었습니다. 국민의 힘과 의지를 보여줄 때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경향신문》에 한신대 이해영 교수가 기고한 칼럼 <99%의 남은 선택은 ‘한·미 FTA 폐기’>을 소개합니다.
 <99%의 남은 선택은 ‘한·미 FTA 폐기’>

여당의 어이없는 ‘날치기’ 폭거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통과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로서는 통과된 한·미 FTA에 조금도 동의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아래에 그 이유를 다시 밝혀 두고자 한다.

첫째, 한·미 FTA는 심각하게 ‘잘못된 협상’이자 불평등협정이다. 지금까지 협상에 참여한 정부 관료들은 이를 두고 한동안 ‘이익의 균형’ 운운하고 또 ‘잘된’ 협상이었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그 모든 충분한 근거를 갖고 주장하건대 한·미 FTA는 대부분의 중요한 쟁점에서 미국의 이익과 요구가 일방적으로 관철된 결과물일 뿐이다. 한·미 FTA는 미국이 지금까지 체결한 FTA를 통틀어 가장 미국에 유리하게 체결된 것이다. 특히 미국이 의회에서 통과시킨 이행법안은 강대국 횡포의 극치라 할 만하다. 우리에게는 한·미 FTA가 국내법률인 반면, 미국 내에선 국내법률의 지위를 갖지 못한다는 간단한 사실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둘째, 한·미 FTA의 경제효과는 없거나 있다 해도 아주 미미할 것이다. 정부 측은 한·미 FTA 경제효과가 최대 국내총생산(GDP)의 5.66%에 달하고, 일자리가 35만여개 증가하며,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며, 또 우리의 무역수지 흑자가 증가할 거라고 했다.
 
하지만 한·유럽연합(EU) FTA 발효 4개월 만에 흑자 규모가 37억달러 감소했고, 칠레와 7년간,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 5년간 단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음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이런 상태에서 강자의 보호주의에 다름 아닌 자유무역협정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보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그저 미국의 ‘경제영토’가 될 뿐이다.

셋째, 2010년 12월의 한·미 FTA 재협상으로 인해 한·미 FTA는 더욱 더 잘못된 협상이 돼 버렸다. 재협상의 핵심은 미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4년의 시간을 유예해주고, 미국의 자동차 비관세장벽을 대폭 강화한 데 있다. 한·미 FTA 전체를 통틀어 자동차 부문은 그저 한 부문이 아니라, 모든 것의 중심에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재협상을 통해 이것이 무너짐으로써 사실상 한·미 FTA를 통해 무슨 이익을 기대하는 것은 거의 무망하다.

넷째, 한·미 FTA는 대미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불안하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이는 금융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금융위기는 경상수지가 적자일 때 발생했다. 대미 상품수지 흑자가 감소하고, 서비스수지 적자가 현재의 속도대로 악화된다면, 대미 경상수지는 낙관할 수 없다. 급증하고 있는 서비스무역 적자와 정체 상태인 상품무역 흑자를 놓고 볼 때 한·미 FTA가 발효되면 조만간 이 우려는 현실이 될 것이다.

다섯째, 한·미 FTA는 수출의존도를 더욱 심화시키고, 과도한 금융시장 개방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들 것이다. 한국 증시를 일러 외국계 투기자본의 현금인출기(ATM Korea)라고 한다. 한·미 FTA는 이 경향을 불가역적인 것으로 만든다. 단적으로 투자자-국가소송제나 역진방지 메커니즘(래칫 조항) 등으로 인해 ATM Korea는 항구화될 위험에 처하게 되고, 한국의 주식시장은 ‘글로벌 호구’가 될 뿐이다.

여섯째, 한·미 FTA는 양극화를 심화시켜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궁극적으로 정치적 불안의 원인이 될 것이다. 한·미 FTA 없이도 현재 전체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43%에서 2009년 32%로 빠르게 감소하는 추세이다. 한·미 FTA는 수출기업 대 내수기업, 대기업 대 중소기업의 양극화를 현저하게 심화시킬 것이다. 이때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하청 계열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고, 소위 ‘동반성장’은 구호에만 그칠 것이다.

일곱째, 한·미 FTA는 정의롭지 못한 협정이다. 자동차산업을 위해 농업은 말할 것도 없고 상당수의 중소 제조업체, 대부분의 서비스업, 지적재산권, 의약품산업 등이 FTA의 희생양이 되었다. 보상은 어음으로 주어졌고, 결제일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그 자동차산업의 기대이익도 한국차의 미국 현지생산 비율이 이미 절반에 달하는 조건에서 불확실하거나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한 일자리의 해외유출도 감안해야 한다.

여덟째, 한·미 FTA 협정문에 내장된 저 허다한 독소조항 때문이다. 한·미 FTA 협정문은 한마디로 독소조항의 교과서다. 그 수많은 독소·문제 조항 중 으뜸은 투자자-국가소송제다. 물론 여기에다 역진방지(래칫) 조항, 네거티브 리스트, 허가-특허 연계 조항 등 이 모두가 궁극적으로 우리 정부의 이른바 ‘정책공간(policy space)’을 제약, 위축시킬 것이다.

아홉째, 한·미 FTA는 ‘복지국가’라는 시대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복지국가는 이미 하나의 ‘시대정신’이 되었다. 진보정당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당 역시 일찌감치 ‘보편적’ 복지국가를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이렇듯 한·미 FTA는 복지와 양립할 수 없다.

열째, 한·미 FTA를 통한 이른바 ‘중국 견제’가 결국 동아시아의 역내 안정과 통합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한·미 FTA가 그저 통상협정을 넘어 정치군사적 협정으로 오남용될 때 역내 안정과 평화는 요원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 한·미 FTA가 날치기된 상태에서 시민사회를 비롯한 99%의 선택은 자명하다. 이러한 무법적인 날치기 폭거를 보며 그저 나는 한·미 FTA 협정문 24.5조를 또다시 떠올렸다. 이렇게 되어 있다. “이 협정은 어느 한쪽 당사국이 다른 쪽 당사국에 이 협정의 종료를 희망함을 서면으로 통보한 180일 후에 종료된다.” 그 외의 어떤 다른 요건도 없다. 대통령이 통보하면 그로부터 6개월 후 협정은 종료된다. 국회 동의도 필요없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이익을 위해 도입한 이 종료 조항은 이제 막연한 조항이 아니라, 살아있는 구체적인 대안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결국 애초 절차적 정당성조차 충족하지 못한 채 출발한 한·미 FTA는 ‘국익’을 어떻게 정의한다고 하더라도 도무지 그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심지어 마지막 통과 과정 역시 최악이었다. 이제 우리 99%에게도 남은 선택은 한 가지밖에 없다. 한·미 FTA의 폐기!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국민적 합의에 기반한 새로운 사회 통합적이고 복지 친화적인 통상정책 패러다임을 마련해야 한다. 새로운 그리고 긴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

-한신대 이해영 교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