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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한미FTA 반대] 전두환 때도 이렇게는 안 했어!

by 생각비행 2011. 11. 28.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지난 19일 토요일에 광화문 광장에서 한미FTA 반대집회가 열렸습니다. 참여하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역에 도착한 시간이 저녁 7시 무렵이었습니다. 지하철역에서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는 입구(9번 출구)를 경찰이 막고 있었습니다. 황당한 일입니다. 시민 몇 분이 항의하고 경찰에게 길을 트라고 요구하고 계셨습니다.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는 통로를 막고 있는 경찰

통로 쪽으로 올라가서 찍은 사진입니다. 왼편으로 세종문화회관이 보이고 정면으로 세동대왕 동상이 보이는군요. 요즘 <뿌리깊은 나무>가 국민을 사랑하는 세종대왕의 면모를 잘 묘사하여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지요? 세종대왕이 국민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없는 이명박 정부를 향해 무슨 말씀을 하실지 궁금합니다.

통로를 막고 있으면 도대체 어떡하느냐고 항의했더니 다른 쪽 통로는 열려 있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 말을 믿고 세종문화회관으로 나갈 수 있는 8번 출구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이곳도 경찰이 출구를 막고 있었습니다. 경찰이 시민에게 새빨간 거짓말을 한 겁니다.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 한 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경찰에게 호통을 치셨습니다. "전두환 때도 이렇게는 안 했어!" 주변에 많은 시민들도 길을 트라고 요구했습니다. 몇 분 사이에 점점 많은 시민이 몰려들어 항의했습니다.

통로를 봉쇄한 경찰

항의하는 시민을 채증하는 경찰

통로를 막은 경찰 뒤에서 항의하는 시민을 채증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복 차림에 모자를 쓰고 마스크까지 했습니다. 지난 22일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경찰 10만 1298명 중 1107명이 채증요원이라는 사실을 밝힌 바 있습니다. 경찰 100명 중 1명이 시위 현장에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 채증요원이라는 얘깁니다. 경찰이 올해 8월까지 사진 및 동영상으로 촬영한 인원은 무려 1만 3321명으로 드러났으며, 촬영을 위한 장비를 구입하는 데 무려 16억 3000여만 원을 썼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생각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지난 9월 21일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공안기구감시네트워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포럼 “진실과 정의”, 한국진보연대)는 '경찰의 채증전시회 및 불법채증에 대한 고소고발 기자회견'을 한 바 있습니다. 언론보도를 통해 경찰이 집회·시위 현장 채증사진을 찍은 경찰관 중 6개월에 한 번씩 사기 진작 차원에서 ‘베스트 포토그래퍼’를 선정해 포상하고 있고, 지난 7월에는 서울지방경찰청 내부에서 채증사진 전시회까지 열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사회에 충격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간 많은 시민단체가 집회·시위 현장에서 무분별한 채증으로 인권침해 논란을 빚고 있다고 항의했지만, 정작 경찰은 이런 비판을 전혀 개의치 않으며 오히려 적극 독려하고 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세종문화회관으로 나가는 길을 막고 있는 경찰을 향해 많은 시민이 불법성을 이야기하며 길을 트라고 요구했습니다.

(시민1) "이러면 사람들 점점 많아지는데 어떻게 하실래요? 뒤에 사람 점점 많아지네. 나갈 수 있게 해주세요. 얼른. 경찰은 불법집회를 즉각 해산하라!"

(시민2) "이명박 정권은요, 경찰들의 존엄함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어요. 왜 이런 망신을 당하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요? 예?"

분노한 시민이 힘을 모아 결국 경찰의 봉쇄를 뚫고 8번 출구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앞에 경찰이 2차 저지선을 치고 출입구를 막고 있었습니다. 결국 많은 시민이 경찰에 앞뒤로 둘려싸여 오도가도 못하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1차 저지선이 뚫린 것에 당황한 경찰은 계단에서 출입구로 올라가려는 많은 시민을 막아서며 밀어붙였습니다. 자칫하면 계단에서 넘어져 사람들이 다칠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경찰 뒤에서 길을 열라고 압박하는 많은 시민

아이를 안고 있는 어머니도 있고, 노약자도 있었기 때문에 많은 시민이 충돌이 벌어지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리며 경찰에게 길을 트라고 요구했습니다. 출입구를 둘러싼 경찰들 뒤로 많은 시민이 몰려와 "길 열어! 길 열어!" 하고 소리치며 경찰을 압박했습니다. 승강이 끝에 결국 경찰이 길을 텄고 우리는 당당히 도로로 걸어나왔습니다.

길을 트라고 명령하는 지휘관

경찰 사이로 걸어나가는 시민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나오니 이미 많은 시민이 세종문화회관부터 8번 출구까지 질서정연하게 앉아 계셨습니다. "비준무효 명박퇴진" 구호를 외치며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킨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중에 세종문화회관 방향에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선두에 서서 이순신 동상 방면으로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세종로 사거리까지 도달한 많은 시민은 결국 광화문 광장으로 성공적으로 진입했습니다.  

광화문 광장을 가득채운 시민

이순신 장군 동상 앞을 경찰이 막고 있어 더 나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 앞부터 광장 끝까지 수많은 시민이 운집해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킨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을 성토했습니다. 이날 얼마나 많은 시민이 모였는지 다음 영상을 보시죠.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국민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인식해야 합니다. 야5당과 시민사회단체는 한미FTA 폐기를 위한 10만 촛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는 29일 이명박 대통령의 한미FTA 비준안 서명이 예정된 상황에서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28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한미FTA 날치기 무효! 야5당-범국본 정당연설회’를 오후 7시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집회 형식으로 진행합니다.

경찰은 광화문 광장 사용을 불허하며 애써 불법집회로 조장하는 꼼수를 쓰고 있지만 국민은 이에 굴하지 않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광장으로 나오시리라고 믿습니다. 생각비행도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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