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다양한 논생명과 더불어 자라게 하고 싶어요!” - 갓골생태농업연구소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저희는 《사회적기업창업교과서》를 출간한 이후 충청남도 홍성지역 농촌마을을 탐방하고 인근 지역에 있는 여러 기관을 방문한 결과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농촌지역에서 사회적기업의 가능성과 지역과 상생하는 기업의 미래를 타진하는 방향으로 지금까지 풀무학교, 갓골목공실, 밝맑도서관, 마을활력소, 꿈이자라는뜰을 다뤘습니다.

오늘은 지역탐방 마지막 편으로 ‘갓골생태농업연구소’를 소개하겠습니다. 이곳은 문당권역 마을종합개발사업의 하나로 유기농업을 연구하기 위해 지역에서 풀무학교 안에 세운 마을유기농업연구소입니다. ‘갓골’은 ‘가장자리(변두리)’라는 뜻으로 연구소 주변 지역을 뜻한다고 합니다. 이곳에서는 지역 유기벼재배 생산단체들과 더 좋은 유기벼재배 방법을 연구하고 있으며, 지역의 논생물 다양성을 조사하고 연구하여 지역사회에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로 접목하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생각비행은 특이 이 부분에 주목하여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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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생명체가 살아 숨 쉬는 작은 습지

생각비행: 저희 예상과 달리 농업연구소에 뭔가 첨단 장비가 많은 것 같습니다.

갓골생태농업연구소: 토질과 수질 검사용 장비예요. 토양 분석용 장비(토양분석기, 원자흡광분광광도계), 수질 분석용 장비(이온크로마토그라피)를 갖추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축산 농가에서 공식적으로 유기인증 받으려면 검사비로 20만 원 정도가 들거든요. 그런데 결과가 나쁘게 나오면 농가로서는 큰 손해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토양에서 질산염만 선택적으로 검사해서 농가에 미리 알려줍니다. 지역에서 가장 관심을 두는 부분은 수질입니다. 이 지역의 수질과 토양 검사를 저희가 맡아서 하고 있지요.

지금 3년 정도 지역에서 농사짓는 분들과 시범 논을 운영하고 하고 있습니다. 예전엔 우렁이나 오리를 이용한 제초를 시행했는데요, 지금은 논에 물을 깊이 대서 제초하는 방법을 시험하고 있어요. 더불어 미질(米質)을 높이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퇴비를 적게 쓰면 생산량이 떨어지지만 쌀 맛이 좋다고 해요. 그런 미질 부분을 어떻게 개선하고, 어떤 방법으로 경작하면 좋을까 해서 시범 경작하고 결과를 논의하면서 조금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생각비행: 연구소 이름이 그냥 ‘농업연구소’가 아니라 ‘생태농업연구소’잖아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궁금합니다.

갓골생태농업연구소: 논이라고 하면 그저 쌀을 거둬들이는 장소라고 대부분 생각하시는데요, 저희는 논을 작은 습지로 봅니다. 논에는 아주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거든요. 저희는 2011년에 홍동지역의 논생물을 조사하고, 그것을 교육활동과 접목했습니다. 논배미라는 팀이 지금까지 3년 정도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했습니다. 산이나 강에서 하는 생태교육이 아니라 논에서 하는 생태교육 프로그램을 주로 운영했습니다.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생태활동은 자연을 즐기거나 익숙하게 하는 식으로 주로 정서적 교감에 초점을 두고, 고등학생이나 일반인에게는 한발 더 나아가서 생태적인 측면에서 전문성을 곁들여 교육하려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생각비행 : 생태교육이라면 주말교육과 같은 일회성 행사로 보이기도 하는데요.

갓골생태농업연구소: 지금까지는 그런 활동이 중심이긴 했어요. 이쪽 지역 초, 중, 고 학교와 어린이집에는 일 년간 진행하는 벼농사 과정이 있습니다. 모내기나 김매기, 추수 등을 산발적으로 진행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생태교육을 접목해서 제대로 된 프로그램으로 제안하려고 추진 중에 있습니다.

어느 정도 틀이 잡히면 도시에서 행사 중심으로 흐르는 생태교육의 차원을 넘어, 소수를 대상으로 하되 일 년 단위 프로그램으로 시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도시에서 진행하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내가 이런 것도 해봤다’는 식으로 뭔가 소비하는 느낌이 강하잔하요. 그런데 여기서는 거기서 끝나지 않고 본질적인 농업, 농촌 교육의 방향을 고민하는 거죠. 일단 지역 학생들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나아가 도시에서 오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에 접목하려 합니다.

생각비행: 논생물 조사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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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골생태농업연구소: 2008년 말부터 논생물 조사를 시작했어요. 논생물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면서 논습지에 대한 개념도 생겼고요. ‘논이 단순히 식량을 생산하는 생산기지나 공장이 아니라 다양한 생명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구나, 그런 모습을 세밀히 관찰하는 일이 우리 인간에게 도움이 되겠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논생물을 열심히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나 외국에서 논생물 조사는 제법 많이 이뤄져왔는데요, 저희는 홍동지역에서 논생물 조사를 생태교육과 일찍 접목했습니다.

첫해에는 외부에서 강사를 모시고 마을 사람들이 함께 논생물을 공부했습니다. 2년차부터 조사는 조사대로 하고, 아이들 생태교육도 나눠서 시작했습니다. 첫해에 참여했던 사람들끼리만 하는 게 아니라 지역에 있는 좋은 주민교사를 논생물 생태교사나 관찰․조사 연구원으로 양성하기 위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주민이자 농민이자 마을교사들은 그런 활동에 대한 경험과 실력을 쌓는 중이지요.

지금까지는 논생물 조사를 이용한 교육활동이 주로 일회성 행사에 그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더 긴 프로그램도 생기고, 앞으로는 아이들 연령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더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보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흙에서 배우고 논생물과 더불어 자라는 아이들

생각비행: 아무래도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은 도시에서 개발하고 관광상품처럼 진행될 여지가 있어 보이는데요?

갓골생태농업연구소: 문화적인 면에서 그동안 농촌은 도시를 따라갈 수가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문화의 사각지대로 생각해왔으니까요. 하지만 농촌지역엔 우수한 논이라는 문화가  있음에도 그것을 누리려고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시각을 바꿔 도시에서 누리지 못하는 게 뭔지 생각해봤습니다. 예를 들어 이 지역에서는 논에 모내기를 하기 전에 ‘써레질’을 합니다. 이때 논은 마치 진흙밭처럼 아이들이 들어가 신나게 놀 수 있거든요. 실제로 어린이집에서 생태교육 프로그램으로 진행해보니 아이들이 정말로 좋아하더군요.

유기농이 좋다고 듣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다는 것, 농약을 치지 않는 논에 안심하고 아이들이 들어가 자연을 몸으로 직접 느끼는 경험은 참으로 귀하다고 생각합니다. 시골의 정서를 느끼며 자란다면 도시에 있는 아이들도 자라서 다시 돌아오고 싶은 곳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요. 바로 이런 게 우리가 하는 지역 생태교육의 목적이지요. 시골 아이들처럼 자연, 논에 대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 아까 소개한 논배미라는 팀이 그런 교육을 고민하고 실제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하고 있어요.

생각비행 : 작년 가을에 이곳을 방문했을 때 우리도 논생물 조사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뜰채로 둠벙에 있는 다양한 생물 표본을 수집했어요. 개구리, 붕어, 새우, 물방개, 물장군 등을 잡았지요. 굉장히 재미있게 진행하시더라고요. 논을 중심으로 이렇게 다양한 생물이 있다는 걸 책으로도 알리고 아이들이 참여하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만들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갓골생태농업연구소: 앞서 소개했듯이 프로그램은 대상에 따라 다르게 접근하려 합니다.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은 감성적으로 접근합니다. 작년에 새로운 교육활동을 많이 개발했어요.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단어를 적은 카드를 하나씩 고르게 합니다. ‘기쁨’ ‘우울’ ‘슬픔’ ‘청초함’ 같은 단어 가운데 각자 마음에 드는 단어를 갖고서 그 단어에 맞는 논생물이나 식물을 조사하고 표본을 만들게 합니다. 또한 동식물의 실제 이름을 찾아서 보고 자신의 느낌이나 감성을 담아 글로 쓰게 합니다. 이런 체험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나면 아이들이 논을 보는 인식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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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골생태농업연구소는 그물코 출판사와 협력하여 논생물도감을 펴냈다.


책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한국이 일본에 비해 부족한 점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 기초과학에 대한 자료가 부족합니다. 저희가 논에 관한 도감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잠자리나 거미 등을 아이들 시각에서 다룬 도감이 없어요. 전문가를 위한 책은 있지만 첫 단계나 중간 단계의 책이 부족합니다. 이런 점에서 아이들에게 동식물을 어떻게 관찰하고 무엇을 중점적으로 봐야 할지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생각비행: 어쨌든 이곳에선 계속 성과물이 나오고 있는 것 같네요. 오랜 시간 연구하고 책을 펴내도 ‘이런 책은 농부나 보는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안타까운 현실도 무시할 수 없는데요. 연구소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포함하여 정리해주시죠.

갓골생태농업연구소: 일 년에 생물 도감 한 권 만들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논은 힘들다’ ‘논은 더럽다’ 하고 이야기하던 아이들이 논 안에 다양한 생명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고 나면, 약간은 연출된 말 같지만 ‘논은 살아있다’ ‘논은 자연이다’ ‘논은 생명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이 논을 직접 확인하면서 감수성이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저희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너희가 이렇게 논에 마음 놓고 들어올 수 있는 건 여기에 농약과 제초제를 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너희를 사랑하고, 너희에게 좋은 걸 주고 싶어서 너희 부모님들이 애를 쓰는 거라고요. 이런 교육을 이어나가면 아이들은 부모님이 농사짓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고 고마워하고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겠지요.

요즘 들어 도시에 살면서 생태적으로 잘 살려고 애쓰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시골에선 가난이 싫고, 돈 많이 버는 화이트칼라가 되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요. 이런 대립하는 가치를 자라나는 아이들이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결국 경험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합니다. 농촌에서 자연을 체험하는 교육을 만들려는 이유에는 바로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누가 가르쳐서가 아니라 스스로 배우고 자랄 때 어린이들은 가장 행복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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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논생물을 관찰하는 방법과 생물의 특징을 소개하는 도감을 준비 중이다.


갓골생태농업연구소는 농민과 지역의 요구와 지역 학교가 함께 만들어낸 첫 번째 연구기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지역을 기반으로 장기적인 농업 연구를 진행하고, 지역농민들이 과학적 자료나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면서, 다양한 논생명을 교육과 접목시켜 인근 학교 및 도시 아이들에게까지 문화적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생각비행: 논이 단순히 식량을 생산하는 생산기지나 공장이 아니라 다양한 생명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말씀이 머릿속에 남습니다. 좋은 말씀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 멋진 교육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고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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