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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물/도서비행

소박한 농촌 목공실에서 배우는 사회적기업의 가능성

by 생각비행 2011. 7. 11.
갓골목공실을 소개합니다

생각비행은 사회적기업 창업 교과서를 출간하고 자체 기념 행사로 충남 홍동마을에 있는 풀무학교를 가족 같은 독자분 몇 분과 함께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다녀와서 ‘사회적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풀무학교와 홍동마을의 명물 몇 곳을 전반적으로 소개했습니다. 세세한 소개를 하겠다고 약속한 뒤로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그때 전하지 못한 모습을 앞으로 연재하겠습니다. 예전 기사가 궁금하신 분은 다음 링크를 참고하세요.

자연과 마을과 더불어 사는 사람을 키우는 곳. 풀무학교

최근 농촌으로 귀농을 꿈꾸는 분이 많은데 농촌이라고 농사만 지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자신이 가진 특기를 살려서 지역사회와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합니다. 생각비행이 오늘 여러분께 소개할 지역 명물은 ‘갓골목공실’입니다. 농촌에 있는 소박한 목공실이 지역사회, 그리고 지역민과 어떻게 소통하며 아름다운 꿈을 이뤄가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갓골목공실은 충청남도 홍성군 홍도면 운월리 790번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풀무학교전공부가 예전에 목공실 및 도예실로 사용하던 건물을 고쳐서 열었다고 하는데요, 갓골목공실은 어른과 아이들의 즐거운 창작 놀이공간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예술품을 만들어내는 전통 공방은 아니어도 많은 사람이 모여서 즐거운 만들기 놀이를 할 수 있고, 차 한 잔 마시며 마을 공동체의 관심사를 나눌 수 있는 소통의 공방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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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골목공실 전경


갓골목공실의 주인장과 나눈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귀농을 꿈꾸시는 분이나 지역사회를 위해 뭔가 일하려고 준비하시는 분들, 사회적기업을 창업하시려는 분들이라면 마음 깊이 새겨들어야 할 내용이 참 많습니다.

마을에 보탬이 되는 목공실을 만들다

생각비행: 갓골목공실에 대해 소개를 부탁합니다.

갓골목공실: 제가 이곳에 내려온 지 8년이 됐습니다. 지금은 풀무학교에 미술을 가르치고 있지요. 강사로요. 전에는 농업교육관에서 약간 일을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일이 맞지 않아서 고민을 했습니다. 그때 뭔가 다른 일을 해보자 하고 시작한 일이 목공일이었어요. 예전에 목공을 배운 적이 있거든요. 이곳 학교 선생님들도 목공실이 필요하다는 말씀도 하셨고요. 사실 전 다른 곳으로 가려 했는데, 이곳에서 공간도 빌려주고 좋은 제안을 해주셔서 목공소를 차리게 됐지요. 그게 벌써 3년 전 일입니다.

여러 선생님의 의도는 ‘목공일로 먹고 살아라’가 아니라, 자리를 빌려주되 ‘이 마을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라는 마음이셨겠지요. 저 또한 그런 부분을 인지하고 시작했기 때문에 마을을 돕고 싶은 마음 마음이 있었습니다. 목공실을 열 공간은 학교에서 빌려주고, 저는 기계와 목공 도구를 사는데 1500만 원을 들였습니다. 네 분 선생님이 각자 100만 원씩 출자를 해서 도와주셨는데, 사실 그분들도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어요.

지역에 목공소가 필요하다는 건 일본의 사례를 보고 배웠어요. 목공일이 지역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아이들에게 기술을 가르쳐줄 수 있고, 지역민의 물건이 망가졌을 때 수리를 해줄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이곳은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 지역이어서 원목으로 하는 일이 많았어요. 뭐, 처음에는 막연하게 일했죠.

풀무학교에는 원래 건축 선생님이 계셨어요. 지금 이 장소도 원래는 건축 교육을 하던 곳이었어요. 그런데 학생들에게 건축 교육이 잘 맞지 않다보니 창고로 사용하고 있었죠. 처음에저는 목공실을 공방식으로 하려다가 ‘갓골’이라는 이름을 넣고 친근하게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벌써 3년이 흘렀어요. 당시 선생님들은 3년만 넘기면 자리 잡을 수 있다고 하셨는데, 그게 2010년 11월이었어요. 정말로 지금은 목공일로 먹고살고 있고, 그 사이에 제자도 많이 생겼습니다. 처음에 제게 배웠던 친구들이 이젠 이곳에서 함께 가르치기도 하지요. 목공일이 점차 잘 확산되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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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골목공실 내부 모습. 연장과 기자재가 잘 정돈되어 있다. 연장은 지역민에게 대여하기도 한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이런 생각을 했어요. 풀무학교전공부 학생들이 지역에 남을 때, 그 친구들과 기술을 같이 공유하고 함께하려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여기 홍동마을에 ‘꿈이자라는뜰’이라고 지역과 학교가 함께 가꾸어가는 배움터이자 일터가 있는데요, 장애아동에겐 기술이 필요할 때 도움을 줍니다. 그런 협력 방식이 아니라 만일 외부에서 돈만 대는 사람들과 연계해서 일한다면, 아무리 훌륭한 의미를 지닌 일이라도 결국 돈으로 거래해야 한다는 점에서 아주 불편해집니다. 목공실 일과 연결해서 정리하자면, 풀무학교 학생이 지역에 남아 농사를 지을 때 그 친구들이 일하면서 아르바이트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 서로 연계해서 일한다면 잘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나중에 목공소가 안정되면 저 또한 농사를 지을 작정입니다.

생각비행: 그렇다면 지금은 농사는 하지 않고 전적으로 목공일만 하고 계신지요?

갓골목공실 : 집 앞에 텃밭이나 가꾸는 정돕니다. 그러니 전적으로 목공일을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지요. 그런데 이곳에 정착하는 학생은 대부분 나중에 농사만 하니까, 그걸로는 먹고살기가 힘들거든요. 그래서 목공일을 병행하면서 함께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 목공실을 시작했어요. 예상대로 실제로 지금은 그렇게 되고 있습니다.

저는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 가서 대안학교 아이들이 방학 때 목공 수업을 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아주 인상적이었죠. 그걸 보고 돌아와서 첫해부터 목공 수업을 열었어요. 벌써 3년째죠. 지금은 아이들이 목공실에 와서 알아서 도구를 다루곤 합니다. 자연스럽게 하나의 문화가 형성되었다고나 할까요. 아이들은 풀무학교를 졸업하면 이곳으로 돌아와 목공업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그렇게 하려는 아이들도 있고요. 이렇게 되기까지 여러 선생님이 도움을 주셨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목공 교육은 방과 후 프로그램인데, 그분들이 비용을 대주시거든요. 선생님들이 대부분 귀농하셨거나 지역에 애착을 품고 계시기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갓골목공실이 성공할 수 있었던 큰 이유 가운데 하나로 제가 이곳에 7~8년 지내는 동안 지역사회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에 계신 어르신들께 인정을 받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생각비행: 공동체라는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기까지 마을 어른들이 지켜보신다는 말씀인가요?

갓골목공실 : 그렇습니다. 목공일을 하기 전까지 거의 6년 정도 지역에서 일하다 보니 인정을 받은 것 같습니다. 목공일은 장기적으로는 원주민이 활용해야 한다고 보는데, 그것도 현재 잘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와서 배우는 분들이 늘고 있거든요. 어르신들도 계시고요. 최근에는 축산업에 종사하시는 할아버지도 한 분 나오셔서 목공을 배우고 계십니다.

생각비행: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저희도 배우러 오겠습니다.

갓골목공실: 저는 지역에서 생활하는 친구들에게 목공일을 가르쳐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이번에 풀무고등학교 인테리어를 네 명이서 같이 하고 있는데요, 학교에서 아주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모르는 사이가 아니어서 학교는 우리에게 뭔가 요구하기 편하고, 우리는 우리대로 편하게 일하거든요. 지역에 이런 큰일이 있을 때마다 저한테 배웠던 사람들을 모아 함께 일합니다. 특히 겨울에 농사를 짓지 않을 때 함께 모여 일하지요.

지역 주민: 이분이 동네 집수리 다 하고 있어요. (웃음)

갓골목공소: 우리 목공실을 사회적기업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어쨌든 저는 개인적으로 사람들에게 뭔가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해요. 여기 배우러 오시는 분들 가운데 돈이 없는 분에겐 무료로 기술을 가르쳐드립니다. 돈을 목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나도 즐거운 방향으로 생각하려 합니다.

또한 저는 이 일의 규모를 키우려고 하지 않습니다. 규모가 커지면 공장처럼 되기 때문에 지양하고 있지요. 소박하게 소규모로 운영하고 싶습니다. 작게 즐겁게 말이죠. 거기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아이디어를 많이 내서 재미있게 운영하고 싶어요.

목공실이 사회적기업의 성격을 띤 이유

생각비행: 목공실을 운영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하셨는지요?

갓골목공실: 그전에는 대안학교에서 미술교사를 했어요. 제가 가르치던 대안학교가 폐교가 되면서 이곳에 들어오게 되었지요.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농민교육을 담당하는 사무를 봤어요. 풀무학교에서 미술교육도 병행했고요. 그렇게 지내는 사이에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습니다.

지역 주민: 시골에서는 결혼하고 애도 낳고 해야 이 사람이 정말로 여기에 정착하겠구나 하고 생각해요.

갓골목송실: 이런저런 일로 살기 어렵다고 생각해서 떠나려는 찰나에 목공실을 열게 되었어요. 아내는 제가 하고 싶어하는 일이라는 걸 알고 열심히 해보라고 밀어줬지요. 그래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걸 행복하다고 해야 할까요?

생각비행: 행복하게 사시니까 외부인인 저희 눈에도 행복하게 보이는 거겠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갓골목공실: 빚을 지지 않고 사니까 괜찮은 것 같아요. 처음에는 있는 돈 다 까먹을 작정으로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일거리도 웬만큼 있고 해서 좋아요. 어제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는데, 미용사분이 ‘머리에서 나무 냄새가 나는데 무슨 일을 하시느냐’고 묻더라고요. 마침 향나무를 이용해서 작업하던 날이었어요. 왜 물어보나 했더니 미용사분이 마침 책꽂이가 하나 필요하다시며 한번 찾아오겠다고 하시더군요.

지역 주민: 그건 향나무 때문이 아니라 한 달 동안 머리를 감지 않아서 그런 거예요. (웃음) 나는 계속 불을 때다보니까 사람들이 훈제 바비큐 냄새가 난다고 하던데요? (웃음) 그나저나 우리는 ‘사우스 마운틴’에 이은 ‘오서 마운틴’을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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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공간은 아이들에겐 배움터가 된다.


갓골목공실: 작년에 《사우스 마운틴 이야기》이라는 책을 같이 봤어요. 그 책을 보고 느낀 점이 참 많았죠. 우리 목공실이 사우스 마운틴처럼 되길 바라요. 즐겁게 하면 좋겠어요.

지역 주민: 그 책을 보면서 사우스 마운틴이야말로 사회적기업이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 기업이 마을 공동체에 대해 생각하고 있고, 마을이 필요한 만큼 목공으로 도움을 주고 있으니까요. 요즘 세상에 사회적기업은 수익을 환원하는 것을 이야기하지만, 사우스 마운틴이라는 회사에서 그건 옵션일 뿐이에요. 기업이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면서도 지역공동체에 피해를 끼치지 않고 오히려 도움을 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기업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 이유로 우리는 작년 여름에 오서 마운틴이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를 만들어 활동했어요. 근처에 오서산이 있어서 우리 활동을 오서 마운틴이라고 이름 지었지요. 올 겨울에 일을 또 시작하려고 합니다.

갓골목공실: 대개 학교에서 보수공사를 하면 업자가 붙습니다. 여기 학교는 돈이 없으니, 업자와 우리가 함께 일했어요. 보통 업자들은 3~4단계로 하청을 줍니다. 그만큼 단계를 내려가다보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에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되도록이면 풀무학교에선 외부 업자에게 공사를 맡기지 않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우리가 일하게 되었고, 정말로 성심성의껏 했어요. 나중에는 학생들도 학교를 보수하는 데 동참했습니다. 풀무학교를 처음 지을 때는 학생들이 건물을 지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우리는 먼 곳까지는 일하러 가지 않습니다. 주로 인근 동네에 있는 작업을 합니다. 해가 바뀌면 보수공사가 필요한 일도 있기 마련이어서 작업은 계속 이어집니다. 그러니 지역사회에 목공실이 하나씩 있으면 편하겠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일부러 광고나 홍보를 하지 않아도 잘되니까요.

물론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선생님들이 희생양이 되셨어요. 실력이 없는데도 자주 불러주셨거든요. 지금이야 저도 많이 성장했으니 더 잘해드리죠. 그때 그분들이 바라시던 게 하나 형성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지금 옆에 있는 이분이 참여하는 꿈이자라는뜰도 잘 운영되고 있어요. 이처럼 풀무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이 새로운 일을 많이 만들고 있어요. 대부분 영리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모임에서 만든 기술과 지식은 그대로 지역에 환원되고 있습니다.

희망의 씨앗이 된 마을 목공실

생각비행: 아까 꿈이자라는뜰은 지역과 학교가 함께 가꾸어가는 배움터이자 일터로 알고 있습니다. 이곳의 아이들이 목공일을 배우러 오기도 하는지요?

갓골목공실: 아이들은 목공일을 하면서 몸을 움직이고 뭔가 만들면서 배웁니다. 아이들 수업료는 학교에서 나오고요. 아이들은 금요일마다 옵니다.

지역 주민: 학기 중에는 중학교 학생들이 방과후 학교로 편성되어 옵니다. 또 방학 때는 기초반, 심화반으로 나누어서 초등학교, 중학교를 합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갓골목공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굉장히 열심히 하고 즐거워해서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 학생들이 처음에는 조그만 것들을 만들었는데 이제는 의자, 책상, 책장 같은 큰 물품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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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책장, 서랍 등 다양한 제품이 완성되어 가는 모습.


갓골목공실: 아이들 기술이 상당합니다. 일본에서 아이들 몇 명이서 테이블을 만드는 모습을 봤는데, 여기 아이들은 혼자서 테이블을 거뜬히 만들어냅니다. 처음 목공실을 시작할 때 생각한 일이 실현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로 기분이 좋아요.

지역 주민: 목공실 선생님이 목숨 걸고 일한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실제로 거의 매일 새벽 3~4시에 나오시니까요.

갓골목공실: 제가 일을 더 한다고 돈을 더 버는 건 아닙니다. 그저 즐거워서 그렇게 하는 겁니다. 목숨을 걸고 일한다고 했더니 애기 엄마가 ‘목숨 걸고 직장 안 다니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설렁설렁 다녀서 가족 먹여 살릴 수 있겠느냐’며 우스갯소리를 하더군요. (웃음)

어쨌든 시작은 그렇게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만의 즐거움을 찾았고, 더불어 지역에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실제로 목공실이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많이 되었을 거예요. 예전에 학교에서 1500만 원 상당의 연장을 사놓았는데, 그것이 어느새 다 없어져버렸거든요. 그런데 제가 목공실을 하면서 연장이 하나하나 관리가 되다보니 학교와 동네 주민까지도 빌려다 씁니다. 이젠 웬만한 연장은 2세트씩 구비해놓습니다.

지역 주민: 마을 카페 공사도 갓골목공실이 맡아서 진행합니다.

갓골목공실: 우리가 주로 일을 맡고 근처 목공소 분들도 함께 진행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공사가 이상하게 되고 있지요. (웃음) 처음 설계와 다르게 진행되지만 이것도 의미 있습니다. 귀농하신 분 가운데 벽돌을 쌓는 일을 하신 분이 계세요. 그분이 벽돌을 쌓으시고, 중간 중간 많은 분이 도와가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이 각자 10만 원씩 출자도 했습니다. 처음에 300만 원을 모아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어떤 사람이 여기서 술집을 하면 잘될 거라고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누군가 한 명이 운영하는 것보다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함여하고 함께 운영하는 곳, 그리하여 마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런 뜻을 모아 마을 사람들이 몇 번 모여서 회의를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일인데 만일 돈이 모이면 환원을 하려 합니다. 출자를 했던 분들에게 할인을 해주는 거죠. 이렇게 하면 운영이 투명해집니다. 내부 인테리어도 이곳이 조합식으로 운영한다는 점을 나타내려 합니다.

생각비행: 듣고 보니 국내 최초 조합형태의 치킨집이 될 것 같은데요? 둘러보니 진짜 이곳 외에는 먹을 곳이 없겠더라고요. 그럼 요리는 어떻게 할 예정입니까? 주민이 돌아가면서 하는 방식인가요?

갓골목공실: 한 분이 하겠다고 나섰어요. 요리를 연구하는 분이라고 하더군요. 요즘 사람들이 모여서 일주일에 한 번씩 그분의 요리를 테스트하고 있는 중입니다. (웃음)

생각비행: 더디지만 정확하게 하고 계신 듯합니다.

갓골목공실: 뭐, 아주 정확하고 멋있게 나오진 않겠지만, 진행되는 모습만 봐도 즐겁고 행복합니다. 잘되면 그곳에서 나오는 수익은 지역에 환원되겠지요.

생각비행: 맥주 제조 회사를 만들어도 되겠는데요? (웃음) 지역에서 특산품을 만드는 것처럼 말입니다.

갓골목공실: 뭐든지 가능합니다. 이 지역에 귀농한 분들의 예전 직업이 무척 다양합니다. 방송계에서 일하시던 분, 선생님, 바리스타… 정말로 다양하거든요. 예전에 주말 카페를 연 적도 있습니다. 인적 인프라가 워낙 좋아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카페를 완공하면 사람들이 모여서 뭐라도 하자고 하겠죠. 마을 사람들이 모이고 함께 이야기하는 곳으로 카페는 중요한 구심점이 될 것 같습니다. 카페뿐 아니라 이곳에서 도서관도 만들고 있습니다. 서로 기금을 조금씩 모아서 만들고 있지요.

지역과 상생하는 기업이 성공한다

생각비행: 기금 마련부터 시작해서, 일을 벌이고 이익이 나면 다시 지역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로 보입니다.

갓골목공실: 이 지역에서 벌이는 일이라는 게 사람들마다 개별적으로 운영하니 조금씩 다를 수는 있지만, 아마도 그 기본적인 개념은 비슷할 겁니다. 여기 들어오면서 풀무학교와 관련이 있거나 혹은 귀농을 하려고 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단 귀농한 사람들은 돈 버는 게 목적이 아닙니다. 환경을 생각하되 혼자 농사를 지을 수 없으면 함께한다는 생각을 다 갖고 있습니다. 돈 문제는 일단 배제되기 때문에 주요한 이슈는 아이들 교육 문제죠. 따라서 연합체가 많이 생기고 있어요. 알게 모르게 선생님들이 참여를 많이 하십니다. 풀무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선생님들께 묻습니다. 대부분의 선생님은 앞서 귀농을 하신 분들이시기 때문에 많은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들려주십니다. 농사를 지을 땅을 얻을 때도 도와주시고 하면서 유기적으로 잘 교류하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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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일을 하면서 나오는 자투리도 별도로 보관한다.



물론 귀농한 사람들이라고 모두 편안하게 사는 건 아닙니다.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때 선생님들이 도움을 주십니다. 사실 농촌에 계신 분들의 삶을 보면 돈을 아주 적게 쓰십니다. 농촌에 계신 할아버지들이 자식들을 대학에 보낼 정도면 당신들은 나물만 뜯고 계신 거예요. 다들 그렇게 사셨어요. 그러니 도시에서 살던 사람은 귀농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내려와야 하는데 무턱대고 내려오니 힘든 겁니다. 앞으로는 각자 희망과 현실을 조절하는 게 능력이 될 겁니다. 의지만 있다면 앞서 귀농한 선배들이 많이 도와줍니다. 간혹 농촌 생활을 못 견디고 올라가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생각비행: 이곳은 정착 성공률이 몇 퍼센트 정도 되는지요?

지역 주민: 약 70퍼센트 정도 됩니다.

갓골목공실: 실패하고 올라가는 분들도 대개 2~3년은 정착했다가 올라갑니다. 또 다른 지역으로 가거나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분도 계시고요.

생각비행: 다양한 배경이 있는 분들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이뤄집니까? 결국 공동체를 중심으로 움직일 텐데,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목공일을 배워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면 공동체 전체로 볼 때 인력이 편중된다고도 볼 수 있는데요?

갓골목공소: 마을공동체라고 해서 누군가 그런 역할을 하라고 조종하는 건 아닙니다. 일단 제가 이곳에서 목공실을 운영하고 있으니 다른 사람이 차릴 엄두를 내지 못할 겁니다. 만일 한다면 뭔가 다른 것으로 들어오겠죠. 실제로 그렇게 이곳에 들어온 분이 계십니다. 목공실을 조금 옆에다 차리셨거든요. 그분은 마을과 상관없이 개인 작업을 하시는 분입니다. 이렇듯 비슷한 업종의 일이라도 약간씩 세분화되지 않을까 싶어요. 마을에서 서로 경쟁하기 보다는 각자 알아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가는 방식이지요.

생각비행: 그런 자연스러움의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서울 같은 도시의 경우 남의 몫을 더 뺏어오지 못해서 안달이거든요.

갓골목공소: 아마도 풀무학교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풀무학교를 나오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풀무학교와 관련되어 많은 일을 했습니다.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해요. 마을 전체를 풀무학교 공동체라고 이야기하긴 뭣 하지만, 어쨌든 풀무학교의 영향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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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농촌의 목공실이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희망의 씨앗이 되고 있다.


지역 주민: 이곳의 일들은 큰돈이 될 게 없으니 달려들지 않고,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다 보니까 사심 없이 그냥 합니다. 만일 이곳에서 목수일을 해서 큰돈을 벌수 있다면 너도나도 달려들 거예요. 하지만 실제로는 여기서 목수일을 한다 해서 큰돈을 벌기는커녕 오히려 아껴 쓰며 살아야 하거든요. 그렇더라도 각자 원하는 일을 하면 생계유지는 할 수 있어요. 이처럼 필요 이상의 경쟁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 그게 바로 농촌의 넉넉한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생각비행: 어떻게 보면 이상적인 이야기로 들리지만 실은 매우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모습이군요.

갓골목공실: 그렇습니다. 이곳의 자연스러운 모습이지요. 제 부모님이나 친구들은 여기서 뭘 해서 먹고사느냐고 하지만, 마을공동체 안에선 모든 게 자연스럽게 이뤄집니다.

지역 주민: 아르바이트나 일거리를 부탁할 때, 서울이라면 가격 흥정을 하고 가부를 정하겠지요. 그런데 여기는 워낙 일꾼이 없으니 실력이 없어도 쓰고, 부를 때도 가격을 정하지 않는 게 다반사예요. 약속도 안 했지만 지나고 보면 통장에 돈이 들어와 있지요.

갓골목공실: 농사하는 분들은 워낙 품앗이를 많이 하기 때문에 가격 흥정을 하지 않아도 부르면 바로 달려가고 부른 사람은 알아서 보답합니다. 그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주고받지요. 얼마전에 어떤 선생님 한 분이 가야금이 망가졌다며 목공소로 가져오신 일이 있어요. 아주 간단한 일이어서 돈을 받지 않고 고쳐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다음 날 나물을 가져다주시더군요. 저는 되레 좋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사소한 보답이 돈보다 훨씬 크게 느껴집니다. 목공소에서 연장을 빌려가는 일도 비슷하지요. 시골에선 돈을 벌려면 돈이 많은 사람을 통해 벌어야 합니다. 돈이 많은 사람에겐 제값을 다 받습니다. 그런데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냥 해줍니다.

생각비행: 오랜 시간 진솔하게 답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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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비행은 기업이 돈으로 공헌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기업이 '사회적 책임'만 강조하는 시대도 지나갈 것으로 봅니다. 이제는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봉사하여 지역과 상생하는 기업만이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생각비행이 펴낸 《지역과 상생하는 기업 핵심전략》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광고는 하향세에 있다. 미래는 기업시민활동에 있다." - 필립 코틀러, 저자 겸 마케팅 전문가

기업은 사회 바깥에 있는 존재가 아니다. 권리가 있고 의무를 진 완벽한 사회의 구성원, 즉 기업시민(coporate citizen)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업은 참여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저 '이윤을 얻고 튀는' 게 아니라 사회에 환원하고 의미 있게 기여해야 한다는 얘기다.
1960년대에는 사회적 계약(social contract)을 정부가 공공선(公共善)을 대비하는 뜻으로 이해했다. 당시의 기업들은 그저 법을 준수하고 세금을 내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1990년대 말 사회적 계약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등장했다. …… 사회적 계약에 대한 이 새로운 개념은 다양한 역할의 전이를 보여준다. 즉 사회적 혁신과 변화를 공동으로 창출하기 위해 모든 부문(sectors)의 참여 의무를 강조하는 것이다. …… 이 일을 함께 해나가려면 각 부문 간 협력적 책임이 필요하며, 그런 이유에서 파트너십이 더욱 중요하다. 또 각 부문 간 일련의 협력과 동반관계를 맺는 기술도 필요하다. 이는 기업들이 발전시켜야 할 덕목이다.

이런 내용을 비추어볼 때 조그만 마을 목공소가 공동체에서 희망의 씨앗이 되고 있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역사회에서 영업적 이익보다 상생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1인 기업이든 수천 명의 직원을 거느린 대기업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지역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기업은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합니다. 기업은 돈만으로 성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근래 한국의 재벌들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문어발식 확장과 비정규직 확대로 영업 이익을 창출하려는 얕은 경영 방식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과연 그렇게 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이 될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없습니다. 지역에서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기업이 어떻게 세계를 이끌어가는 기업이 될 수 있겠습니까? 생각비행은 홍동마을의 다양한 기업과 조합의 예를 연재하면서 지역과 상생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꾸준히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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