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3세와 경제단체 관계자의 주가조작,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현실

천인공노할 일이 터졌습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금융조세조사부가 2011년 1월 말부터 4월 말까지 4개월간 코스닥 상장사 관련 시세조종 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하여 결과를 내놓았는데요, 6개 코스닥 상장사의 사주와 임직원 등 관련자 8명 및 이들과 결탁한 주가조작 전문가 등 총 17명을 기소하고 2명을 기소 중지했다고 하는군요. 모범을 보여야 할 재벌 3세와 경제단체의 전직 부회장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입니다.

주가조작단의 놀라운 실체

대기업, LG그룹, 럭키금성, LG그룹손자

사건의 실상은 이렇습니다. 고 구인회 LG그룹 회장의 손자인 구본현 엑사이엔씨 전 대표는 신소재 개발업체 합병과 관련해 추정매출액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사채업자들과 결탁해 허수매수주문·통정매매 등의 방법으로 시세를 조종했습니다. 이른바 '작전'을 펼쳤다는 얘깁니다. 이로써 253억 원이란 거액을 챙기고, 그것도 모자라 회삿돈 765억 원을 빼돌렸다고 하는군요. 직원 대여금 명목으로 회계 처리를 조작하고 회사의 약속어음을 개인 채무 담보물로 제공한 100억 원대 배임 혐의도 확인되어 결국 구속 기소되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 전 부회장이자 와이엔텍 회장인 박용하는 '작전세력'을 직접 고용하여 시세를 조종했습니다. 주식고가 매수, 가장·통정매매 등의 방법으로 시세를 조종하는 작전을 펼친 결과 박용하 일당은 8억 원이라는 부당 이득을 챙겼다고 합니다. 재벌 3세와 경제단체의 전 부회장만이 아닙니다. 재계 고위 인사, 공인회계사 출신인 코스닥 상장사 대표 등 이른바 사회지도층이라는 사람들도 회사 인수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코스닥 상장사의 주가를 시세조종한 후 시세차익을 얻고, 그 과정에서 비상장사 주식가격을 3배 부풀려 매수해 회사에 손해를 끼쳐 불구속 기소되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사실 주가 조작 범죄가 성행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과거 한국의 압축 성장 과정에서 국가는 일부 기업에 많은 특혜를 주었습니다. 기업들은 이러한 특혜를 이용하여 부정적인 일을 많이 저질렀죠. 경영권 방어와 기업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얼토당토않은 일을 저질러왔습니다. 작전세력에 의한 주가조작이 끊임없이 일어났던 건 그들이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솜방망이 처벌이 이에 한몫했습니다.

주가조작단, 그 처벌은 어떻게 될까

검찰은 이들이 얻은 이득 가운데 110억 원가량을 이미 추징했습니다. 그리고 적발한 19명 가운데 17명을 기소한 상태입니다. 시세조종에 대한 처벌은 과연 어떻게 진행될까요?

시세조종에 대한 형사책임: 10년 이하의 징역(다만,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50억 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인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억 원 이하의 벌금(다만,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5억 원 이상인 경우 그 이익 또는 회피손실액의 3배)을 병과

시세조종에 대한 민사책임: 해당 주식 등을 거래한 자가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출처: KRX 불공정거래신고 홈페이지

기소된 사람 대부분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될 듯하지만,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가 싶습니다. 구본형 재벌 3세는 시세조종으로 253억이라는 거액을 챙기고 회삿돈 765억 원을 빼돌렸습니다. 그 이외의 사람들은 또 어느 정도의 부당이득을 가져갔는지 모릅니다. 이들 때문에 손해를 본 개미투자자들의 고통은 어떻게 보상받아야 할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처벌과 함께 범죄 수익을 박탈하기 위해 주가조작 사범이 보유한 주식 등 모두 110억 원에 이르는 액수를 추징 보전 처분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19명이 빼돌린 돈에서 110억 원을 추징했다면 너무 적은 금액 아닌가요? 이래서야 사람들이 '작전'의 유혹을 떨칠 수 있겠습니까?

작전세력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이래저래 억울한 이들은 결국 '작전'에 속아 넘어간 개미투자자뿐입니다. 생각비행은 이전에도 '작전세력'에 관한 기사를 작성하고 개미투자자들의 안정적인 주식투자를 권유한 바 있습니다만,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작전주에 빠지지 않는 방법을 전달해드리려 합니다. 저희가 출간한 《이렇게 하면 나도 주식왕》35장에 해당하는〈작전주에 뛰어든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나도 주식왕, 주식왕, 길문섭, 생각비행《이렇게 하면 나도 주식왕》, 길문섭, 생각비행


작전주는 대표적으로 4가지 유형이 있음

첫째: 루머를 퍼뜨리고 치고 빠지는 유형
둘째: 신규 등록 기업의 대주주물량 보호예수조항 때문에 1년 동안 매매 못 하는 약점을 이용하는 유형
셋째: 대량의 허수 주문으로 주가를 움직여 수익을 챙기는 유형
넷째: 여러 명이 짜고 묻지마식으로 가격을 올린 후 상승하면 물량을 팔고 빠지는 유형

* 의무보호예수조항: 새로 상장된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주식을 일정 기간 팔지 못하게 한 제도로 회사 정보를 잘 알고 있는 최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할 경우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는 일을 막아 소액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

《이렇게 하면 나도 주식왕》 35장 〈작전주에 뛰어든 경우〉 중에서

사실 작전주의 유형은 여기에 제시한 내용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하지만 대체로 저희가 소개한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본의 아니게 작전주를 매입했을 때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자는 작전주를 어느 구간에서 샀느냐를 판단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얘기합니다. 예를 들어 꼭대기에서 작전세력이 대량 물량을 턴 후 매수했다면 빨리 팔고 나와야 한다고 합니다. 또한 보유한 주식이 연속으로 상한가를 치는 현상은 특별한 호재가 없는 한 작전주일 가능성이 있으니 목표했던 금액을 넘겼을 때 빨리 매도하는 편이 좋다고 권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현대적 의미의 주식투자는 1956년 3월 대한증권거래소 개장과 더불어 시작되어 어느덧 50여 년이 지났습니다. 이 기간 동안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으나 한국의 주식시장은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발전했지요. 하지만 그 역사는 일반투자자의 환희보다는 눈물로 얼룩져 있습니다. 초보 주식투자자들은 늘 작전세력의 먹잇감이자 표적이 되는데요, 건전한 투자가 아닌 대박을 노리는 마음을 품은 이들은 더 쉽게 작선세력의 함정에 빠지고 맙니다.

일본에서 전설적인 주식투자자로 '주식투자의 신'으로 불렸던 '고레가와 긴조'는 불황일 때 시장에서 소외된 주식을 싼값에 매수해 호황일 때 매도하는 어쩌면 '대단치 않은' 방법으로 1000억 엔의 돈을 벌었습니다. 1980년대 초반 주식투자로만 전 일본 소득세 납부 1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지요. 그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나를 투자의 신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절대로 신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는 어리석은 실패를 몇 번이나 되풀이했는지 모른다. 승률로 따진다면 2승 5패쯤 될까? 경우에 따라서는 2승 10패 정도로 떨어진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일반투자자와 다른 이유는 지금까지의 쓰디쓴 경험으로 작은 실수는 해도 큰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투자의 귀재라고 다들 얘기하는 워런 버핏은 이런 충고를 합니다. 제대로 골라서 투자한 뒤에는 진득하게 기다릴 줄을 알아야 한다고 말이죠. 단기간의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엉덩이 묵직하게 기다리는 게 최상책이라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 주식투자자의 성향을 분석하면 투자 기간이 길지 않다는 특성이 있다고 합니다. 초단타매매에 대한 책이 불티나게 팔리던 시절도 있었지만, 개미투자자가 섣불리 시도할 방법은 아닙니다. 쉽게 벌려고 하는 사람은 쉽게 망하는 법입니다. 나름의 원칙을 세워 투자의 고수들이 권하는 기본에 충실한 투자로 성공하시길 빕니다.

무너진 노블레스 오블리주, 세상에 이런 일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회구성원 중에서 지도자 위치에 서 있는 상위층 사람들의 도덕적 책임의무를 뜻하는 말로 프랑스에서 유래한 용어죠. 이번 주가조작 사건을 보면서 한국에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막연히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자율적인 책임의무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일단은 가차없는 법의 심판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문제는 힘과 권력을 가진 자에겐 유리한 '법 체계'와 '법 해석'이라고 봅니다.
 
여러분은 혹시 '양형기준'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셨는지요? 죄마다 정해진 형(刑)의 범위를 법정형이라고 하며, 법정형 내에서 일정한 기준에 따라 형을 가중하거나 감경(減輕)하는 사유가 있을 경우 법관이 재량으로 선고형을 정할 수 있습니다. 이때 양형기준은 법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형량 차이가 지나치게 벌어지는 문제를 막기 위해 범죄 유형별로 지켜야 할 형량 범위를 대법원이 정해둔 것을 말합니다.

최철원,맷값 최철원, 한 대에 100만원, 시사매거진2580, 탐사보도, MBC

'맷값 폭행'으로 사회적인 물의를 빚었던 SK그룹 사주 일가이자 물류업체 M&M 전 대표 최철원을 기억하시겠지요? <시사매거진 2580>이 보도한 뒤 들끓는 여론을 의식했던 재판부는 1심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사적인 보복에 나선 점 등을 고려하면 책임이 무겁다"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바 있었습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최철원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일을 기억하십니까? 그때 재판부는 "피해자와 합의했고 사회적 지탄을 받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던 사건인데 2심 재판 결과를 보면 기가 차지 않습니까? 그야말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하는 일입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어떤 어떨까요? 우리나라에서 이런 얼토당토않은 법 해석 경향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통계자료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2007년 경제개혁연대가 발표한 <우리나라 법원의 화이트칼라 범죄 양형분석: 법원의 집행유예 선고율을 중심으로>라는 보고서에서 화이트칼라 범죄와 일반범죄 사이에 양형 격차가 존재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경제개혁연대는 2000년 1월부터 2007년 6월까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배임 또는 횡령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은 기업의 지배주주와 CEO 중 언론보도로 확인할 수 있었던 137개 사건을 분석했습니다. 137개 사건의 1심 피고인 149명 중 106명(71.1%)이 집행유예된 반면 43명(28.9%)만이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2심까지 더하면 125명(83.9%)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이는 지난 2000년부터 2005년 1심 재판에서 범죄유형별 집행유예 선고율 평균치인 절도·강도 47.6%, 형법상 횡령배임 41.9%,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전체 47.5%에 비하면 각각 23.5%p, 29.2%p, 23.6%p 높습니다.

우리나라 법률은 범죄로 인한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일 경우 3년 이하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반면 절도는 6년 이하의 징역 혹은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경제개혁연대의 조사 결과를 보면, 이득액이 50억 원이 넘는 경우에도 집행유예 선고 비율이 1심 61.6%, 항소심 75%를 넘었습니다. 형법상의 작량감경(정상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다며 법관 재량으로 형을 깎는 것) 때문입니다. 당시 경제개혁연대는 "원칙적으로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지 않은 범죄행위인데도 우리 법원이 화이트칼라범죄에 대해 관대하게 처벌하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일반 국민 법감정의 현실적 근거"라고 비판한 바 있지요. 보고서는 또한 "지배주주나 전문 경영인에게 징벌적 효과가 부족한 집행유예가 남발되면서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사법적 규율이 사실상 방기되고 있다"고 고발합니다.

여러분은 또 한화 김승연 회장의 술집 종업원 폭행을 기억하실 겁니다. 돌아보니 맷값 최철원 사건을 예견한 사건은 아니었을까 싶네요. 그 당시에 사회적 파문은 대단했습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2007년 3월 8일 새벽 김승연 회장의 둘째 아들 김 씨가 술집 종업원과 몸싸움을 하던 중 눈을 다쳤습니다. 3월 8일 오후 김승연은 경호원 17명을 대동하고 몸싸움을 벌인 술집 종업원을 청계산으로 끌고 가 보복성 집단 폭행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3월 8일 밤 김승연 씨와 아들 김 씨, 경호원들은 김 씨와 다투었던 종업원들이 일하는 술집으로 재차 찾아와 다시 폭행을 가합니다. 2007년 3월 9일 인근 주민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출동했으나 술집 종업원들은 "우리끼리 다투었다"라고 하자 철수하고 맙니다. 다음 날 경찰은 사건 경위를 조사하지만 아무런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4월 24일 일부 언론에서 재벌 아들의 폭행 사건을 보도하기 시작하자 경찰은 4월 28일자로 정식 수사에 착수합니다. 그러나 김승연 회장은 경찰에 출두하지 않았고 김승연의 아들은 출국 중이어서 수사가 지연되었습니다.

들끓는 여론을 감지했기 때문인지 한나라당 김성조 전략기획본부장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복성 폭력인 만큼 사회정의 확립 차원에서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표명했으며, 열린우리당 장영달 원내대표도 재벌 총수가 사람을 때려도 된다는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되며, 당국은 그런 분일수록 진상을 밝혀 다시는 국민 앞에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는 경찰의 엄정하고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면서 자체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 각종 의혹을 둘러싼 객관적 사실을 확인키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2007년 7월 2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1심 법원은 사회적 지위나 재력 및 조직을 내세워 사적 보복을 목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는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것으로 우리 사회에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행위라는 점을 중시하고 이를 위반한 피고인들의 범행에 대하여 법질서 위반의 정도를 높게 평가하여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항소한 김승연 회장에 대해 항소심 법원은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200시간을 선고합니다.

재벌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1996년 말부터 불거졌던 삼성에버랜드와 삼성 SDS의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은 또 어떠했습니까? 경영권 불법승계 등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되어 13년 만에 법률적 심판이 사실상 종결되고 말았지요.

그 당시 법원은 쟁점이 됐던 삼성 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당시 적정 가격을 주당 1만 4230원으로 계산했습니다. 그런데 이건희 전 회장 아들 이재용 전무가 1999년 당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한 가격은 7150원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회사에 끼친 손해가 모두 227억 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배임액이 5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법원이 판단함에 따라 이건희 전 회장에게는 공소시효 10년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가 적용되었습니다. 원래 1심 법원에서는 배임액을 44억 원으로 판단해 공소시효 7년인 형법상 배임죄를 적용했고 이 전 회장을 처벌할 수 없다며 면소 판결한 바 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도 적정가격을 판단하지 않고 저가발행 자체가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무죄 판결했습니다.

결국 서울고법 형사4부는 이건희 전 회장과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 등 삼성 임원 5명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삼성 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저가발행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면서 원심과 같이 이건희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을 선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삼성 측 고발인인 경제개혁시민연대는 "유죄를 인정하고도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것은 기업인 범죄에 대한 '유전무죄 무전유죄' 판결에 해당한다"고 평가했지요.

언제까지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현실을 그냥 둘 것인가

20세기 초에 엄청난 자본과 교묘한 전략을 보유했던 미국의 석유재벌 록펠러를 제어할 방법은 거의 없는 듯했습니다. 입법부나 사법부조차 록펠러에게 손을 댈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여성 저널리스트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은 오로지 진실을 밝히는 탐사보도로 록펠러를 신경 쓰게 만들었고, ‘자본주의의 토대’마저 삼켜버렸던 초거대 자본의 행보를 멈추게 했습니다.

자본의 작동방식은 20세기나 21세기나 변함이 없습니다. 거대한 자본은 변함없이 위험하고, 변함없이 우리의 자유를 위협합니다. 《매클루어 매거진》에 독점재벌을 파헤치는 연재기사를 기획했던 새뮤얼 매클루어는 1903년 1월호 서문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새뮤얼 시드니 매클루어, 매클루어 매거진,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 타벨새뮤얼 시드니 매클루어.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의 재능을 일찌감치 발견하고 《매클루어 매거진》 편집기자로 이끌었다.


타벨 씨는 우리나라 자본가들이 고의적으로 법의 테두리를 빠져나가려고 공모하고 있으며, 법을 어기거나 법을 악용해 다른 이들을 억누르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한다. …… 자본가와 노동자, 정치인, 시민 모두가 불법을 저지르거나 방관하고 있다. 법을 지켜낼 이는 과연 누구인가? 변호사인가? 미국의 가장 뛰어난 변호사 중 일부는 소송을 맡아 변호하기 위해서 법정에 가는 게 아니라 기업이나 법률회사에 고용되어 그들이 처벌받지 않고 법 조항을 피해 갈 수 있도록 자문하는 역하를 수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판사인가? 많은 판사가 법률을 지나치게 존중한다. …… 이제 남은 사람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밖에 없다. …… 대중이 바로 그 사람이다. 우리는 우리 모두가 그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우리가 오늘 지급해야 할 청구서를 정산하지 않고 잔여금을 떠넘긴다면, 빚은 그대로 남아 있다. 우리 중에 어떤 이들은 그 빚을 고스란히 우리에게 떠넘긴 채 떠나고 있다. 그러나 결국 우리는 그 빚은 갚아야 한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빚을 전부 갚는 날에야 우리는 비로소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 13장 중에서

부익부 빈익빈, 상대적 박탈감, 하우스 푸어와 같은 말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감으로 요즘 우리 사회는 ‘복지’ 관련 이슈가 넘쳐납니다. 하지만 과연 누구를 위한 복지일까요? 사실 복지를 논하기 이전에 준법사회를 먼저 이뤄야 하지 않겠습니까? 법을 어기고도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가진 자의 세상부터 바꿔야 하지 않겠습니까? 선량한 시민의 힘을 보여줍시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뜻이 모일 때 얼마나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야 합니다. 매클루어가 100여 년 전에 남긴 글처럼 사회의 변화는 누군가에게 위임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 빚은 우리가 고스란히 안고 가야 하며, 모든 권력이 시민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을 오롯이 보여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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