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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말하고 소통하는 동물들

by 생각비행 2024. 8. 21.

언어는 우리 인간만 쓰는 걸까요?

최근까지만 해도 동물은 종마다 고유의 의사소통 방식이 있어서 종이 다르면 서로 이해할 수 없다고 믿었어요. 하지만 우리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동물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답니다.
우리는 말뿐 아니라 목소리와 몸짓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며 소통해요. 우리는 고릴라, 침팬지, 보노보, 오랑우탄 같은 유인원과 최소 24개의 제스처를 똑같은 뜻으로 쓰고 있습니다. 이런 비언어적 소통 형태는 아주 오래되었고 진화의 과정에서 언어가 발명되기 훨씬 이전에 생겨났습니다.
꿀벌은 그들만의 비밀 언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꼬리춤으로 먹이가 어떤 방향에 있는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동료에게 전달합니다. 원격으로 조종되는 로봇 꿀벌이 윙윙 소리를 내면 꿀벌들은 동료로 받아들입니다. 먹이가 있는 거리에 따라 꿀벌 떼는 400볼트가 넘는 전압을 발생시키기도 합니다. 발견한 먹이에 화학 전달 물질을 남겨 뒤따르는 동료가 쉽게 찾을 수 있게 돕기도 합니다. 이렇게 꿀벌은 몸짓 신호, 청각 신호, 전기 신호, 화학 신호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동료들과 소통합니다.
동물은 목소리나 울음소리를 통해 다른 동물이 화난 상태인지 편안한 상태인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우리 인간이 특정한 음악의 분위기를 인식할 때 동물과 똑같은 뇌 영역을 사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러니까 음악의 분위기를 인식하는 우리의 능력은 다른 동물의 기분을 알아차리는 데서 진화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말하고 소통하는 동물들》은 우리가 잘 모르는 동물들의 흥미로운 의사소통 방법을 소개합니다. 박새는 문법 규칙을 알고, 고래는 1000킬로미터가 넘게 떨어져 있어도 대화할 수 있습니다. 연구원과 대화를 나누는 앵무새, 동료에게 포식자가 온다는 위험을 알리며 경고하는 미어캣, 사람처럼 관용구를 사용하는 원숭이도 있지요. 행동생물학자 카르스텐 브렌징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우리가 동물을 이해할 수 있는지, 동물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 동물의 언어를 어떻게 연구할 수 있는지, 쉽고 재미있게 알려 주며 동물행동학의 놀라운 세계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알면 알수록 놀랍고 신비한 동물의 소통

미어캣은 포식자가 공중에 있는지 아니면 땅에 있는지, 심지어 그들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까지도 동료에게 알릴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조류인 검은두견이는 미어캣의 경고 소리를 똑같이 따라 내어 미어캣이 놀라 도망친 사이에 먹잇감을 낚아챕니다.
개는 “멍멍”, 고양이는 “야옹” 하고 웁니다. 아무리 똑똑한 강아지라도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배워서 낼 수는 없죠. 하지만 다른 동물의 울음소리나 새로운 종류의 소리를 배우는 능력이 뛰어난 동물들도 있습니다. 앵무새, 찌르레기, 어치, 박새, 돌고래, 물개 등은 인간의 말은 물론 다양한 소리를 배워서 낼 수 있답니다.
인간 사회에 다양한 사투리가 있듯이, 동물들도 사투리를 써서 소통합니다. 범고래가 다양한 사투리를 쓴다는 사실이 발견되기도 했고, 쥐 연구자들이 쥐의 사투리를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철마다 서식지를 옮겨 동료를 다시 만나고 싶어 하는 철새들에게 사투리는 아주 유용한 소통 수단입니다. 박쥐의 경우 수백만 마리가 동굴에 떼를 지어 살지만 사투리로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인식할 수 있지요.
왜 우리는 어떤 동물은 먹고 어떤 동물은 먹지 않을까요? 무슬림은 돼지를 먹지 않고 힌두교도는 소를 먹지 않지요. 이것은 종교와 문화의 영향입니다. 동물에게도 문화가 있습니다. 물개 같은 포유류만 잡아먹는 범고래가 있는가 하면 오직 물고기만 먹는 범고래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범고래 무리는 자신들만의 식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죠. 범고래의 습성은 평생 변하지 않지만 우리 인간들은 소고기비빔밥과 산채비빔밥 중에서 뭘 먹을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취향이 동물의 삶과 죽음을 결정하기도 하는 것이지요.
우리의 언어는 문화와 취향의 영향을 받고, 이에 따라 동물을 대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나타납니다. 농장의 동물을 ‘가축’으로 보면 고기를 얻을 목적으로 키우는 것이라서 함부로 대해도 괜찮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반려동물’은 함부로 대하거나 죽일 수 없죠.
동물이 느끼고 생각할 줄 알고, 그들만의 언어가 있으며, 소통하는 즐거움을 아는 귀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우리는 이전과 다르게 동물을 대할 수 있습니다. 동물을 훈련할 때도 일방적으로 명령하는 방식보다는 끈끈한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겠지요.
《생각하고 느끼는 동물들》로 우리가 잘 몰랐던 동물의 비밀을 재미있게 소개한 카르스텐 브렌징이 새로운 책, 《말하고 소통하는 동물들》을 통해 인간의 정신이 진화를 거치며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우리의 언어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려 줍니다. 인간은 누적된 문화를 전수한다는 점에서 동물보다 나은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완벽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구 생태계 안에서 다양한 생명들과 공생해야 합니다. 수많은 동물과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는 것은 모든 생명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지름길입니다.

 

 

 
카르스텐 브렌징
킬 대학교에서 해양생물학을 전공했어요. 플로리다와 이스라엘에서 돌고래와 인간의 상호 작용을 연구하고, 2004년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요. 그런 다음 고래·돌고래 보호 협회(WDC)에서 10년 동안 학술팀장으로 일했어요. 지금은 작가와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답니다. 동물의 생각과 감정에 관한 세 권의 책을 썼고, 독일 환경부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환경 보호 단체에서 고문을 지냈어요. 과학적으로 활동하는 동물 보호 단체 ‘개별권 이니셔티브(Individual 
Rights Initiative, http://www.iri.world.de)’의 공동 창립자이기도 해요. 또한 두 아들의 자랑스러운 아빠랍니다. 아내 카트린은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이기도 해요. 열아홉 살 때부터 함께한 두 사람은 세계 일주를 꿈꾸고 있답니다.

 

그림 
카르스텐 브렌징
카를스루에에서 태어나 포르츠하임 조형대학(HFG)에서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어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여러 출판사 및 에이전시와 작업하며, 2013년부터 카를스루에에 있는 아틀리에 레미제(Remise)에서 일하고 있어요. 동물 그리기를 특히 좋아한답니다.

 

옮김 
정일주
서울에서 자라 독어독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을 졸업한 후 베를린에서 유학했어요. 독일 현대 문학을 전공한 뒤 통번역과 교육을 겸하고 있고요. 2016년 《책의 문화사》로 (재)한국출판연구소에서 주관하는 한국출판평론상·학술상 번역 부문 우수상을 받았답니다. 옮긴 책으로 《생각하고 느끼는 동물들》이 있어요.

 

 

차례 


독자 여러분에게

동물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보편적인 의사소통 신호가 있을까요? 

언어의 출현
소통이란 무엇인가요? 
꿀벌의 비밀 언어 
제스처 
비언어적 의사소통 
소리를 통한 의사소통 
노래 
어휘 
소리로 배우기 
사투리 
맥락으로 살펴보는 울음소리 
세상을 바꾸는 제스처 
거짓말쟁이의 목소리 
언어 유전자 FOXP2 

포획한 동물을 이용한 언어 연구
야생동물과 함께 생활하기 
돌고래 
영장류 
앵무새 

야생동물을 대상으로 한 언어 연구
새로운 연구 
어휘 
문법 
대화 
관용구 
예의 
네안데르탈인 

언어가 먼저일까요, 생각이 먼저일까요?
동물은 어떻게 생각하고 느낄까요? 
지구에서 처음 나타난 생각 
생각의 세계 
감정의 세계 
생각에 대한 생각 
집단 지성 

동물을 의인화해도 될까요?
석기 시대부터 중세까지 
중세부터 계몽주의 시대까지 
브렘의 동물 생활 
영리한 한스 
행동주의 
본능 이론 
오늘날 동물에 대한 우리의 이미지 
언어가 생각을 만들까요? 
언어의 힘 

동물과 대화하기
맥락 속에서 나타나는 트릭 
자폐증에서 나온 묘안 
더 많은 트릭 
우리가 사랑하는 동물들 
우리가 사랑하지 않는 동물들 
야생동물 
동물 훈련 
우리는 언제 동물과 대화할 수 있을까요? 

부모님과 선생님께 
용어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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