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은 탈세와 횡령으로 수백억 원대의 벌금을 내야 했는데, 이를 일당 5억 원의 노역으로 때우는 이른바 '황제노역'으로 국민의 공분을 샀습니다. 2014년 30억 원을 6일 노역으로 대신하고 나머지 224억 원을 현금으로 낸 후 뉴질랜드로 출국했죠. 그런데 허 씨가 국내에 파산 신청을 했습니다. 과거 아파트 분양 사업을 하며 시중은행 등에 1100억 원가량 있는 채무도 탕감받을 수 있도록 면책 소송도 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호화 생활을 하면서 말이죠. 이런 상황만으로도 화가 나는데, 최근 '황제노역' 판결 당시 사위였던 현직 부장판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죠.
출처 - JTBC
허씨의 법조인 유착 의혹은 당시에도 있었습니다. 9년 전 생각비행에서도 이에 대해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일당 5억, 황제 노역의 탄생: https://ideas0419.com/461 |
선친은 목포지방법원장을 지낸 판사 출신입니다. 여동생은 법무부 교정협의회 중앙회장을 역임했습니다. 남동생은 전현직 판사들의 골프모임인 법구회의 총무를 지냈다고 하죠. 매제는 서울동부지청장을 지낸 검사 출신, 사위는 당시 광주지법 판사였습니다. 법조인 친인척이 차고도 넘치는 허 씨는 당시 법조계의 예상을 깨고 벌금이 줄고 무려 일당 5억의 황제 노역으로 벌금 30억을 대신할 수 있었죠.
출처 - 시사저널
출처 - 이투데이
최근 허씨의 통화 내역이 공개되면서 황제노역 배경에 현직 판사 사위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판사 사위와 2심 재판장이 당시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요. 허 씨의 사주로 판사 사위가 재판장을 만나 로비를 했고, 이로 인해 2심 황제노역 판결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겁니다. 같은 법조인에 같은 아파트 거주민이라니, 참 대단한 인연으로 로비가 잘도 먹혔군요.
출처 - SBS
"나 일당 5억을 만들어준게 그 놈(판사 사위)이야. 자기가 같은 아파트에 있으니까 일당을 5억으로 올려주라고 로비를 해가지고 2억 5천만 원에서 고등법원에서 5억 원이 된거야. 처음에 그때 무슨 로비를 했냐면 (1심에서) 자수에 대해서 판결이 반영 안 됐더라 그래서 (김 판사) 네가 한 번 가서 좀 이야기를 해라. 그래서 처음에 고민을 했거든, 너무 일당이 많으니까. 그러다 몇 번 가 가지고 그게 됐어." |
통화 내역이 공개된 사연에는 돈 문제가 얽혀 있었습니다. 로비를 해줄 정도로 돈독했던 판사 사위와 허씨의 관계가 금전 문제로 사이가 틀어지더니 형사 소송까지 갔다고 합니다. 대주그룹이 부도 처리가 되면서 채권자들이 금전적 피해를 보게 됐는데, 그 피해자 중 하나가 통화 녹취를 언론사에 제공했습니다. 돈으로 흥한 자 돈으로 망하는 인생을 허 씨가 고스란히 보여주는군요. 자승자박, 사필귀정 같은 사자성어가 떠오릅니다. 통화 내역에 언급된 자수서로 인한 감형 등이 실제 재판 기록에 확인된 만큼 진상 조사를 철저하게 해야 합니다. 위장 파산 의혹이 있는 허 씨뿐 아니라 황제노역 논란 당시, 그리고 현재도 부장판사로 재직 중인 허 씨의 사위는 제기된 의혹에 어떤 해명을 할까요? 9년을 묵힌 '황제노역'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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